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근쥬스 Feb 03. 2021

여행사의 마케팅 2. 판매 타깃층

마케팅을 기획할 때 어느 대상에게 판매할지 그 타깃층을 정해서 그 계층별로 맞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많은 여행상품들이 패키지의 형태를 띠고 있고 우리나라 패키지 상품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는 것을 선호하는 상품이라고 일전에 말씀드렸습니다.


코로나 광풍이 불어닥치기 전부터 여행사의 영업과 매출 판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OTA의 시장 선점으로 인해서 기존 패키지 회사들의 판매 상품과 방식이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다는 패키지 위기론이 대두된 것입니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산업이 급격하게 무너지긴 했지만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패키지 회사들은 어차피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투어가 그렇게 면세점과 호텔사업에 열을 올리는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던 것이었습니다.


2010년 중반대부터 수많은 여행업 종사자들은 패키지 전성시대가 저무는 것을 향후 10~20년 내외로 봤습니다. 왜일까요?


패키지 상품을 주로 애용하는 사람, 그리고 1주일 이상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레귤러 한 고객층이 바로 은퇴세대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들은 조기 퇴사자들을 말하는데 그 나이대 사람들은 장기간의 배낭여행을 다니지 패키지로는 여행 안 다닙니다. 모수도 은퇴자들에 비해서 매우 적은 편이고요.


60에서 65세 분들이 은퇴를 하고 나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는데 이 계층이 퇴직금이나 연금 등이 확보되어 가장 많은 돈을 소비할 수 있는 계층으로 여행사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70대가 훌쩍 넘어서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장거리 여행은 다니기가 힘듭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패키지 상품 같은 경우는 체력을 요하는 상품들이 많기 때문에 고령의 여행자들이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을 다니기는 좀 힘들어요. 패키지는 팀플이기 때문에 한두 사람이 일정에서 처지면 전체 팀 일정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 1년에 약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휴가가 보장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유난히 휴가를 쓰는 것에 대해서 예민하게 굴고 1주일 이상 자리를 비우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문화가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창 일할 때는 휴가랑 주말을 붙여서 동남아나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퇴를 하고 나면 이제 퇴직금도 있고 시간도 있고 하니 부부동반으로 유럽 2주도 가고, 남미 한 달도 가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10년쯤 지나고 나면 그 때의 은퇴 세대들은 패키지 세대가 아닙니다. 자유여행 세대죠.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광고는 대부분 이런 은퇴세대를 겨냥해서 진행됩니다. 이 사람들이 업계의 가장 큰 소비계층이니 이들을 타겟층으로 잡아서 광고를 해야 돈을 벌겠죠? 10년 후에 패키지가 망하든, 20년 후에 패키지가 망하든 어쨌든 지금은 장사를 해야 하니까요.


이 은퇴세대에는 두부류가 있습니다. 그래도 짬짬이 여행을 다녀서 꽤나 많은 패키지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 / 진짜로 가까운 곳들 밖에 못 다녀 본 사람.


그런데 이 둘의 공통점은 가깝든 멀든 패키지를 이용해왔고 기존 패키지에서 요구되던 쇼핑, 옵션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동남아만 다닌 분들은 가이드 잘못(?) 만나 고생 태바가지로 한 경험들 있는 분들 많습니다. (근데 그게 비단 손님이 가이드 잘못 만나서인지는... 지불한 상품 가격을 다시 한번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그래서 여행사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상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굉장히 잘 팔렸습니다. 바로 세미패키지입니다.


풀 패키지 상품이 대부분이었던 여행 상품들 사이에서 세미패키지이라는 장르가 생겨납니다. 이 상품은 기본 여행 일정/호텔/교통편/인솔자가 포함이고 그 외 것들은 자유시간에 옵션으로 하도록 만들어진 상품으로 일반 패키지 상품보다 일정이 며칠 더 길고 가격이 저렴합니다. 그런데 자유시간에 식사나 일정이 불포함이라 거기 쓰는 돈을 계산해보면 사실 풀팩이나 큰 차이 안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풀 패키지도 상품을 들여다보면 기본 여행 일정은 포함이고 그 외 것들을 옵션으로 팔잖아요. 단지 일정이 빡빡하게 돌아가고 쇼핑센터 방문이 껴있다는 것 정도가 세미팩과의 차이점입니다. 그런데 참 희한하죠? '일정 중에 자유시간에는 당신들이 선택하세요, 우리 일정은 패키지보다 여유가 있고 손님의 선택권을 존중합니다' 했더니 이게 마치 패키지랑은 전혀 다른 상품처럼 느껴져서 사람들이 이 상품에 열광을 합니다.


당황스러운 건 빡빡한 일정과 쇼핑과 옵션이 싫어서 패키지 상품 말고 세미패키지를 예약해서 왔다는 손님들 중에 진짜 세미팩의 장점을 누리러 오는 사람은 얼마 안 되고 나머지 분들은 인솔자를 종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미패키지의 인솔자는 원칙적으로는 자유일정에는 동행하지 않도록 되어있어요. 그런데 풀 패키지 상품에 익숙한 분들이 세미패키지로 와서는 인솔자를 자유일정 때 따라다니는 겁니다. 이럴 거면 그냥 맘 편안하게 풀 패키지 가셔도 될 건데 왜 세미팩을 선택하는 건지... 그 나이대 분들은 세미팩으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뭔가 여행 좀 해본 사람처럼 보이나? 세련되어 보이나? 저도 무슨 마음인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풀 패키지나 세미패키지가 대부분 5~60대 분들로 구성되고 젊은 층은 항공부터 숙박, 현지 여행 등등까지 모두 자기가 직접 선택하는 여행을 합니다. 제값 주고 내 마음대로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이 대부분인 거죠. 이런 여행객들 중에는 카우치 서퍼들까지 있으니 이들에게 패키지여행을 홍보하면 씨알도 안 먹힙니다.


아, 이런 젊은 층들에게 패키지가 필요한 경우는 부모님과 함께 가족여행을 갈 때입니다. 본인들 스타일대로 여행 계획을 짰다가는 여행 내내 엄마 아빠의 짜증을 견뎌야 하는 것을 알기에 그냥 정신이 편안한 풀팩을 선택하는 거죠. 그리고 젊은 분들도 좀 위험한 나라다 하는 곳들은 패키지로 모여서 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풀 패키지나 세미패키지는 은퇴 세대를 대상으로, 배낭여행이나 자유 여행들은 그 이하 세대를 대상으로 광고를 집행합니다. OTA 들의 홍보 대상도 자유 여행자들이에요. 홍보 채널도 달라서 은퇴 세대들은 네이버 밴드, 다음 카페 들을 주로 공략하고 그 이하 세대들에게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유튜브, 소셜 채널을 주로 공략합니다.


다음 카페와 네이버 밴드는 은퇴 세대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채널입니다. 두 매체가 왜 은퇴 세대를 사로잡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동창회, 동문회 문화가 저 채널에서 활성화되어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패키지 광고도 네이버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다음에서 진행할 때 더 잘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네이버보다 다음이 광고비가 좀 저렴하니 더 이득입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려면 전방위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일단 페북과 인스타는 필수로, 유튜브는 필요로, 그리고 소셜 등의 채널에도 상품이 오픈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sns를 타깃으로 하면 매출에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이들은 데이터 무제한과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서 상품을 모바일 환경에 맞춰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공유하기에 익숙한 세대기 때문에 진부한 여행 말고 좀 독특한 재료가 가미되면 굉장한 파급력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저 돈이 되는 은퇴 세대만으로도 여행사들은 먹고살 만하니 여행사의 마케팅이 고루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사 마케팅했다 하면 다른 데로 이직도 잘 안돼요. 게다가 젊은 세대들에게 마케팅을 하자니 돈도 들고 시간도 더 들고 그에 비해서 이윤은 안 남으니 그냥 쿨하게 접고 돈 되는 쪽에 올인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틈을 외국계 OTA들에게 다 뺏겼죠.

이제 하나투어도 OTA에 뛰어든다고는 하는데 글쎄요... 뚜껑은 열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고수해왔던 틀을 깨는 것이 쉽진 않아 보이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사의 마케팅 1. 광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