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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Feb 24. 2021

여행업의 갑을병정

세상에서 뿌리뽑아야 될 관행이 바로 갑질인데 여행업에도 갑을관계가 있습니다.

여행업은 나름 오래된 업계이다 보니 업의 뿌리부터 이 갑을 문화가 존재합니다. 요즘이야 플랫폼 업체들 때문에 여행산업 분위기가 좀 바뀌어서 예전같지는 같은데 그래도 몇십년 누적되어 온 갑을문화는 쉽게 사라지진 않겠죠.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24&aid=0000042332

서로 협력해서 일하고 돈벌면 참 아름다운 세상일텐데 이 업계에 들어앉아서 보니까 이미 이 갑을병정이 정리가 되어있었습니다.


여튼 여행업은 업계가 워낙 덩치가 크고 각 업종이 다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여러 성격의 업체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은 어느 업종이든 간에 먹이사슬(?) 구조가 있는 것은 당연하겠죠.


갑을병정을 나누는 가장 쉬운 방법은

1. 각 업체들이 서로 만났을 때 밥값을 누가 내는지

2. 명절 선물이 어디로 보내지는지

3. 미수금을 떠안는 쪽이 어디인지

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현업에서 겪어본 바로는 대부분 이 순서로 밥을 사더군요. (그냥 제가 느낀 바로는 이랬습니다)


항공사>대형 패키지여행사 항공팀/BSP 여행사


대형 패키지여행사/일반 소규모 여행사>국내 랜드사>현지 랜드사


이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자면...


모든 여행산업의 근간인 항공사는 일반 여행사랑은 직접 거래 안합니다. 항공 판매 지정업체인 BSP(*국제항공운송협회 (IATA)에서 시행하는 항공여객판매대금 정산제도. 항공사와 대리점 (여행사)간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국제선 항공 여객운임을 다자간 개별적으로 직접 결제하는 방식 대신 정산은행을 통하여 일괄 정산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라고 하지만 여행업계에서는 그냥 BSP라 하면 항공권 판매 업체라고 봅니다)를 통해서 티켓을 판매합니다. 대형 팩사에는 항공팀이 BSP로 운영되고 일반 소규모 여행사들은 항공티켓만 전문으로 하는 BSP 전문 여행사들이 따로 있습니다.


여행업계에서 가장 큰 갑은 항공사입니다.(항공업계에서 여행업계를 동종업계로 쳐줄지는 잘 모르겠지만...ㅎㅎ) 비행기를 안타면 외국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 싸게 좌석을 풀어주는 것도 항공사 재량이기 때문에 판매처에서 좌석을 잘 받으려면 항공사랑 잘 지내야 합니다.


비행기 좌석은 한정적이니 항공사 입장에서야 잘 파는 쪽에다 좌석을 몰아줄 수 밖에 없죠. 그러므로 판매 실적 좋은 곳에 좌석을 싸게, 많이 줍니다. 우스운 것은 예전엔 모 항공사 직원 회식에 모 팩사 신입 직원들을 인사시키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다들 자기들이 뭔데 남의 회사 신입 직원더러 인사 오라마라야 했던. 부른 인간이나 부른다고 데리고간 인간이나...)


항공좌석에 대해서는 일단 계약금 들어가지 않으면 좌석이 안나옵니다. 업계에 아주 흔해 빠진 대금 미수 같은건 항공사에는 없습니다. 항공사는 계약금 안넣으면 좌석 안주면 그만이니까요. 그리고 받아간 블럭좌석 판매 못하면 계약금 안돌려줍니다. 간혹 친한 거래처들에는 계약금 웨이버 해주는 경우도 있긴 한데 열건 중 한건 정도? 가져간 좌석 소진 못하면 오히려 BSP에 패널티 주는 경우가 더 많죠.  


이런저런 이유들로 BSP 담당자들은 항공사 좌석 담당자들한테 많이들 싸바싸바 합니다.  




여행사들은 랜드사 없으면 팀 돌리기가 어려운데도 일단은 여행사가 랜드사에 모객한 팀을 주기 때문에 이 둘 사이에서는 여행사가 갑입니다. 원래 어느 업계든지 오더 주는 쪽이 갑이잖아요.


일단 이들 관계는 납품처와 구매처니 여행사가 갑이겠죠? 그래서 여행사에서 랜드사한테 접대도 받고 나 뭐 물어볼 거 있으니 랜드사 직원더러 여행사에 오라가라도 하고 비자도 들고오라고 하고 인사도 오라고하고 사고터지면 뒷처리도 시키고 이런 경우 꽤 많습니다.


여행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물량이 인격이라고. 패키지사에서 고정물량이 계속 나와야 랜드사가 돌아가는데 이 고정물량 포기하고 자기 성질대로 할 랜드사 아무도 없습니다. 직원들 중에는 드럽고 치사해서 이꼴 안보려고 현지에 가서 일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근데 또 현지는 현지대로 을임)


여행사 사장은 호칭이 대표사장인데 랜드사 사장은 절대 자기를 대표나 사장이라고 안합니다. 소장이나 이사라고 하지. 랜드사는 여행사보다 자신을 낮춰서 말해야 되는게 현실입니다. 말로는 랜드사는 현지에서 국내에 낸 연락사무소니까 연락사무소 장은 소장이니 소장이라고 부르는게 맞다고 하고 소장이나 사장이나 똑같다는데 아니더라고요? 어차피 국내에서 사업체 냈으면 그 사람이 사장인데 사장을 사장이라고 못부르는 현실.


랜드사 입장에서도 대형 패키지사야 오더가 꾸준하고 많으니까 갑님이라고 대우해 드리지만 오더도 없는데 여행사라고 목에 깁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랜드에서도 대꾸 안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여행업에서는 물량이 인격이니까요.


간혹 랜드사들이 직판을 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 패키지사랑 동일 가격에 판매하지 않으면 거래정지 당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패키지 여행사 입장에선 굳이 자기살 깎는 업체랑 거래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거기 아니라도 쓸 랜드사들이 많기도 하고.


그래서 랜드사는 패키지사에 박리다매 하면 될 걸 굳이 건드려서 피볼 일 없으니까 랜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합니다.


여기서 가심각한 것은 여행사와 랜드사 사이의 미수금 문제입니다. 원래 손님한테는 여행사에서 계약금을 미리 받고 출발 한달 전에 액 완납 받잖아요.


여행사랑 랜드사도 원래 여행 팀 계약 때 일반적인 절차는 '출발확정 팀 계약금 지급(보통 팀당 얼마 식으로 합니다. 랜드도 현지에 예약금 줘야하니까요) -> 출발 일주일 전 잔금완납'  이 순서로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패키지사랑 거래하는 랜드사들 중에 팀당 계약금 지급 받는 경우 거의 없고, 출발 일주일 전에 대금 완납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출발 직전까지 인원이 줄었다 늘었다 하고 현지에서도 일생기고 하니 아예 팀 끝나고 정리해주는 경우도 있고 정산하려면 아주 난리부르스입니다.


어떨 땐 막 팀 몰아서 한꺼번에 잔금이 들어오기도 하고 자기들 자금회전 안좋으면 미뤘다가 나중에 주기도 하고... 월말에 정산하면 정신없죠.


그리고 환율... 높을 때는 대금 안주고 팀 물고있다가 환율 떨어지면 한꺼번에 다들어오니까 누구팀에 얼마씩 들어온 돈인지도 헷갈리는 데다가 자기들이 임의로 정한 환율대로 막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항상 견적서 나갈 때 송금하는 날짜의 송금 보낼 때 환율을 적용해 달라고 하는데 1달러 = 1,150원인데 갑자기 자기들이 정한 환율이 1,100원이라고 그 돈으로 계산해서 보내질않나... 누구는 1,080원으로 보내고... 이거 누적 투어피 환차손 계산해 보면 어마어마합니다.


작은 여행사꺼 한두팀은 대금 받는게 어렵지 않은데 팩사 대금정산은 늘 이렇더군요...




*대형 패키지사와 일반 여행사는 그닥 관계가 없습니다. 대형 팩사는 일반 여행사에서 자기들 대리점을 겸하고 있는 것 아니면 신경도 안씁니다.  


*국내 랜드사와 현지 랜드사는 현지에서 직접 출자해서 국내에 랜드오피스를 낸 경우가 아니면 거의 국내 랜드사가 갑 위치가 됩니다. 국내 랜드사가 여행사에서 물량 받아서 현지 랜드에 오더 주니까요. 여기서도 미수금 문제 허다하게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건 여행사에서 돈 안줘서 국내 랜드사에서 현지에 돈 못주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연쇄작용인거죠. 여행사에서 대금지급 5팀 미루면 국내 랜드는 현지에 한 7팀정도 미수까는 정도? 진짜 미수는 악질채무인데 이거 여행업에서 정말 뿌리깊은 관행이더군요.


미수 때문에 현지업체가 망하는 경우 꽤 있습니다. 현지 차량, 호텔, 식당들은 주단위나 월단위 정산 하는데 이거 정산 못해주면 난리나거든요. 19년도에 H투어 미수금 문제로 떠들썩했잖아요?홍콩에 7억정도 깔았던데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미수금 2~3억 정도는 아주 쉽게 깔립니다. 그래도 동남아에 7억은 세긴했다 싶더라고요. 누구 죽으라고 미수 신나게 깔다가 돈 달라하니까 오더 끊어버리는건지. 근데 H투어만 그랬을까요?ㅎㅎ 다른 팩사도 미수 남았는데 거래 계속할거면 미수가 없다는 동의서에 싸인하라던데.....


갑질도 갑질이지만 미수문제 진짜 여행업에서 끊이지않는 문제였습니다. 말이 좋아 미수지 동의없이 외상해놓고 돈 안갚고 갑질까지하고. 현지사장님들 돈받으러 한국에 들어와서 여행사 찾아가고 하는일들 꽤 많이 봤습니다. 미수때문에 현지업체들 망하는 것도 봤고요.


원래도 안주거나 아주 나중에 줄까말까했던 미수금. 이제는 코로나 핑계로 미수금 완전 떼인 곳들도 많을텐데 코시국 끝나도 이게 해결이 되려나 싶네요.


*현지 랜드사와 현지 쇼핑센터는 공생관계입니다. 이 둘은 자금으로 얽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지 랜드사는 현지 프리랜서 가이드들의 갑입니다. 국내 여행사도 국내 인솔자들의 갑이고요. 유명 가이드나 인솔자가 아닌 이상 거의 업체에서 친한 순서대로 팀을 주기 때문입니다. 성수기때는 상관없는데 비수기 때 오더 수에서 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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