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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Mar 11. 2021

돈을 벌고 싶으면 여행업을 떠나라

여행업은 저연봉 직군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꽤 괜찮은 연봉직군에 있다가 와서 여행 업계의 연봉이 적게 느껴지는 것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여행산업이 거의 스탑상태라 코로나 전 수치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 수치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네이버에서 제시하는 하나투어, 노랑풍선 평균 연봉은 3천만원~4천만원 입니다.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한진관광은 4천~5천만원이고요. 말 그대로 '평균' 연봉입니다. 네이버 평균연봉 중 높은쪽이 보통 과장급 연봉인 경우가 많던데 그렇다면 신입연봉이 꽤 낮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레드캡투어는 5천~6천 사이라고 나옵니다. 여행사업부 분들이 굉장히 약한 연봉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 렌트카 사업부 쪽이 연봉이 꽤 높은 것 같네요. 현재는 여행사업부 거의 없어졌죠.

여행사는 하나투어나 모두투어처럼 그냥 단독 여행사인 경우가 있고 대기업을 등에 업은 여행사들이 있습니다. 레드캡투어는 LG의 관계사고 신라트립이나 세방여행은 삼성을 베이스로 하고 있고 여행박사는 NHN(지금은 버렸고), 참좋은여행은 삼천리자전거가 베이스죠. 롯데jtb는 롯데꺼고 한진관광은 한진꺼.


2020년 2월, 파산 선언하면서 직원들을 다 내보낸 자유투어도 2021년 1월 평균연봉이 3천에서 4천 사이라고 하니. 남아있는 33명의 평균연봉이겠죠.


아래 표는 2019년 여행신문에서 조사한 여행사/항공사 직원현황이랑 평균급여입니다. 항공사 연봉 대비 여행사 연봉을 보시면, 레드캡을 제외하고 LCC와는 약 1,500만원 차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같은 FSC는 거의 2천에서 4천만원까지 차이가 납니다. 여행사와 항공사의 급여테이블 차이가 확 눈에 띄죠?

여행신문

단순하게 잡코리아 평균연봉으로 볼게요. 대한항공이랑 하나투어 연봉 차이입니다. 사원들이야 워낙 계약직들도 많으니깐 그렇다 치고, 이후 격차가 엄청 벌어집니다. 대부분 괜찮은 기업들은 다 대한항공 만큼 또는 그 이상 줍니다. 그리고 잡코리아에서 모두나 레드캡이나 노랑은 하나랑 지표가 비슷하고 참좋은, 롯데관광개발은 연봉공개를 안하고 있습니다. 상장사라서 굳이 찾으면 다 나오는 연봉을 왜 비공개해둔건지.


그런데 상장사 또는 알만한 여행사에서 일하는 직원을 대충 계산해보면 1 정도 됩니다. 고로 여행업에서  연봉을 받을 것 같은 사람은 생각보다 얼마 안되었습니다.

 

대한항공 vs 하나투어

여튼 여행업 오실 분들은 여행사업에 큰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가시면 앞으로 살아가는 날 동안 돈을 안정적으로 더 벌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여행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일부 직군을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로 옮겨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이름 알려진 여행사들 연봉테이블이 이 정도고 그 외 2만여개의 소규모 여행사들의 직원 연봉은 놀랄만큼 작습니다. 작은 여행사로 가면 최저임금 주는 데도 수두룩하거든요. 우리나라는 2만여개의 여행사들이 운영중이고 그 여행사들 중에는 직원 하나 두고 운영하는 곳들도 많습니다. 근데 이런 업체의 경우 처음에 물어봐요. 보험 안떼고 그냥 보험료 만큼 현금으로 가져갈래? 라고. 희한하게 여행사에서 유난히 4대 보험 아까워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영세업체가 많아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돈이 해외로 많이 드나드니 세금에 대한 개념을 남들과 다르게 갖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인솔 나가면 공동경비를 걷는데 이 공동경비에서 얼만큼 남겨오는지는 직원 재량입니다. 직원은 출장비가 쥐꼬리 만큼 나오기 때문에 현지에서 공동경비 좀 남기고 옵션이랑 쇼핑에서 나오는 커미션을 받는 것이 꽤 쏠쏠했어서 전부터 여행사 직원들은 저임금을 해외 출장다니면서 커미션으로 메꾸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인솔 나갔다오면 팀에따라서 옵션이나 쇼핑이 잘터져서 꽤 벌어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연봉이 낮아도 가외수입이 있으니 문제가 별로 없었는데 이젠 인솔은 전문인솔자에게 넘어가고 직원은 사무실일만 하고 연봉은 제자리니...


리로 일하는 전문인솔자들은 공동경비랑 커미션으로 억대 연봉도 법니다. 물론 능력이 있어야 되겠죠. 개중에 인솔자분들은 공동경비를 다 손님들한테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쓰면 어차피 쇼핑이랑 옵션 컴으로 다 돌아오니까 그러시는 듯.




여행사 구직공고를 보면 하나투어만 4년제 대졸자 이상을 뽑고 대부분은 전졸 이상을 뽑았습니다. 그래서 여행사 공채 뜰 때 대한항공도 전졸부터 뽑는데 하나투어만 콧대 높아서 4년제 뽑는다며 말이 꽤 많았습니다. 제가 전체 여행사 채용공고를 다 뒤져본 것이 아니어서 업계 사람들 얘기를 들은 것으로는 하나투어만 4년제 출신을 뽑았는데 다른데도 4년제부터 뽑는 데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요즘처럼 블라인드 채용이 대세인 시기에 무슨 졸업장 타령이냐 하겠지만 아직도 대학 간판 보고 채용 진행하는 곳들 많습니다. 보통 기업에서는 4년제졸을 많이 뽑죠. 괜찮은 기업은 서울 상위권 4년제나 외국대학을 주로 선호하고요. 석, 박사 요구하는 곳들도 꽤 있습니다.


여행업이 성업하던 때는 다 학력 보고 채용하던 시대였으니 여행업은 채용시장에서 상대적 허들이 낮았던 곳으로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작은 여행사들은 고졸도 많이 뽑았고 그만큼 연봉차이는 심했거든요. 최저 연봉이 수두룩했으니. 하긴 뭐 4대 보험도 빼자는 데들이 수두룩인데. 제가 여러 업종을 돌아다닌 것은 아니라 뭐 직업 전반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는 해외로 돈이 많이 나가는 곳이다 보니깐 돈 관리 개념이 좀 러프하다고 해야하나...


여행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돈 벌려면 이 일 못한다' 였습니다. 그리고 여행업은 리스크가 워낙 커서 돈을 벌었다가도 사고 수습비용으로 돈이 엄청 깨지는 일이 잦습니다. 저도 처음에 창업을 염두에 두고 여행사 일을 시작했던 것이었는데 막상  터지는 것을 돈으로 막아야 되는 일을 많이 보고 나니까 창업 못하겠더군요. 다들 아시잖아요. 원래 여행은 불확실성이 매력이고 해외 여행길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고 외국에서 사고나면 처리도 매우 힘들다는거. 방송에 나온 어떤 여행사 사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자기 명의로 집이랑 차 사는게 소원이라고. 여행업에서 이게 왜 힘드냐면 고정자산을 만들어놔도  터지면 담보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행업은 진짜 사고 많이 나요. 보험에서 커버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연봉도 적어, 인상률도 적어, 사고 터지면 다 돈이고 하물며 사고도 자주 일어나, 대체 왜 이 일을 하냐고 물을 만 할텐데 두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업은 일단 재밌습니다. (죽어라 전화받는 콜센터 역할하는 여행업 종사자 분들은 동의 못하시겠지만...) 여행업이랑 항공업, 무역업 종사자들은 팔자에 역마살 끼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이 재미있지 않으면 일하기 쉽지 않거든요. 여행밥 먹는 사람들이 이 매력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코로나 사태 맞은겁니다. 그리고 어느 분야든 오래 일하면 다른 분야로 가기 어렵습니다. 시작한게 여행밥이면 끝도 여행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거죠. 재미있으니 돈욕심은 버리고 그냥 가늘게 갑니다.




관광분야쪽으로 전공을 하거나 여행이나 관광산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가려는 곳을 꼽아 본다면 항공/호텔/여행사로 나뉩니다. 여기서 박봉을 감수하고 여행사로 오는 분들은 레귤러한 업무시간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항공이나 호텔은 스케줄 근무이거나 주말 근무가 진짜 많습니다. 사람들은 주말에 많이 놀러다니기 때문에 평일보다 주말이 진짜 바쁩니다. 하지만 여행사는 다른 직업과 같이 평일 주5일 근무를 하니 이걸 원하는 사람들이 여행사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제 부하직원 중에 대형 리조트에서 여행사로 이직해온 사람이 있었는데 왜 여행사로 왔냐 물었더니 주말에 쉬고 싶어서 옮겼다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업계가 박살이 나서 회복되려면 아직 1년은 더 걸릴 것 같아 보입니다만 백신도 나오고 슬슬 국가별 관광협정을 맺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더라고요. 얼마전에 태국으로 놀러간 골프팀은 자가격리 호텔까지 다 상품에 넣어서 파는 신박한 방법을 쓰기도 하고 국가별로 백신여권을 만들자고도 하고...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은 밖에 다시 나가게 될 것이고 여행업이 다시 바빠질 시간이 오겠습니다만 고용 구조나 연봉 테이블은 코로나 전보다 더 나빠질 것 같습니다. 1년 넘는 기간동안 고용센터를 마비시킬 정도로 여행업에서 실직자들이 어마무시하게 쏟아져나왔고 업계가 회복되면 이들이 다시 복귀하려 할테니 가뜩이나 낮았던 연봉 테이블은 더 낮아지는 것이 수순 아닐까요. 그렇다 한들 얼른 여행업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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