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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Apr 30. 2021

개김에 대처하는 교사의 처세

학창 시절 때 항상 선생님들께선 저희를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디서 이런 애들이 이번 해에 입학을 했냐고. 해마다 똘끼 레벨이 상승한다면서.


학교에 와서 보니 똑같습니다.

작년 입학생들한테 어디서 저런 애들이 들어왔나 했는데 올해 신입생은 더하다고.


소크라테스도 그랬죠.

요즘 애들은 노답이라고.




교권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학교 밖에 있을 때도 많이 들었습니다. 뉴스에 소위 '요즘 애들'이 선생 알기를 우습게 안다는 이야기들이 꼭 있었거든요. 심하면 머리 큰 학생들이 선생님한테 대들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진짜 한숨나올 이야기들이 뉴스에 나올 때 마다 선생도 이젠 진짜 못할 직업이네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야 선생님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지금 세상에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는 부러진 대걸레 자루니, 당구 큐대니, 드럼 스틱이니 등등의 각종 체벌 도구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출석부 위에 항상 본인의 무기처럼 체벌 도구들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다녔고요. 저 역시 모범생 과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꽤 많이 맞았습니다. 대걸레 자루로 허벅지를 두들겨대는 선생님한테 좀 덜 아프게 맞아 보려고 교복치마 속에 체육복 바지를 둘둘 말아올렸던 적도 있으니까요.


여학생인 저도 이렇게 맞았는데 남학생들은 더했을 겁니다.


그나마 때리지 않고 운동장 오리걸음 시키는 선생님이나 투명의자 시키는 선생님이 인간적일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물론 오리걸음 하면 그날 학교 계단은 못내려가는 겁니다. -_-


개중에 여학생들 교복 치마 입고 있는데 오리걸음 시켜놓고 치맛 속 구경하는 변태들도 꼭 있었고요. 요즘 세상 같으면 난리 날 일이겠지만 그 땐 그게 가능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의 학교요?


선생님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은 못봤습니다.

대부분은 저를 보면 인사를 잘 하고 다니고요.

힘이 넘쳐나는 학생들이 하도 떠들어서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지르면 조용해지기도 합니다.

귀엽게 쌤~ 쌤~ 하면서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발열체온계 통과하고 입실하라고 하면 이마를 까고 체온을 재고 들어옵니다. (앞머리 왜 까는거냐 물어봤더니 체온계 옆 배너에 앞머리를 넘기고 측정하라고 되어있더군요 ^^;; 참 귀엽습니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대드는 학생들은 뉴스에만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요.




코로나 때문에 요즘 마스크 전쟁입니다.

종일 학교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학생들이 오죽 답답하겠습니까만은 다같이 모여있는 단체생활이다 보니까 무조건! 강제로! 마스크를 착용시키게끔 되어있습니다. 혹시 단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있을 시 겉잡을 수 없이 번지니까요.


그런데 날이 더워지다 보니 학생들도 괴롭고 저도 괴롭고 다들 너무 힘이 듭니다.


일전에 충청지역 모 고등학교 집단 감염 때 교내 CCTV 영상에는 학생들이 모조리 턱스크를 하고 있는 장면이 올라와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턱스크에 예민해져서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마스크 써라'도 아닙니다. '마스크!' 라고 외치게 되죠. 물론 대부분은 절 보면 후다닥 마스크를 올립니다만.


학생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안쓰는 학생에 대해서 종종 항의가 옵니다. '쌤, 쟤 마스크 안써요!'라고.

다들 서로 불안한거죠.


그러던 어느 날. 한 학생이 얼굴을 들이밀고 나타났습니다. 눈만 보여야 하는데 그 학생의 얼굴 전면을 마주하니 굉장히 생경스럽더라고요.


'마스크 어디갔니?' 대답이 없습니다.


'학생, 마스크 착용하세요.' 들은 척도 안합니다.


'마스크 착용하지 않으면 퇴실조치한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서 씁니다.


그래서 상황이 정리된 줄 알았습니다.


잠깐 다른 학생들 출석을 체크하고 보니 이 학생, 턱스크를 하고 있습니다. 후.


'아까부터 마스크 쓰라고 경고했는데?턱스크도 안돼'

제가 앞에 계속 서있으니까 마스크를 올립니다.


'턱스크 한번 더 발견되면 퇴실조치한다' 무반응입니다.


이쯤 되니 난감해졌습니다. 쟤가 다시 마스크를 내리면 진짜로 퇴실조치를 할 것인가. 이번에 내리면 나가라고 해야 하는데 안나가면 어쩌지. 개기면 어떡하지? 얘가 다시 마스크를 내릴까봐 제가 다 쫄리더라고요. 네, 저는 쪼랩이에요 ㅠㅠㅠ


저는 학생이 덤빌 때 어떻게 하라는 매뉴얼은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 상황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제가 학생에게  생활지도를 해야하는데 그 책임을 수행할 수가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계속 학생이랑 싸울 수도 없습니다.


이게 만약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당장 제 자리 앞 호출 또는 회의실 호출 -> 태도 지적 및 훈계로 이어졌을 겁니다. 회사에서는 개기는 직원이 딱히 없기도 했고 혹여 개기다가는 그 직원은 앞으로의 회사생활이 험난해지겠죠.


그런데 여기는 학교니까 제가 학생에게 어느정도로 혼을 내야 하는지 감을 못 잡겠더라고요.


물론 선생님들마다 굉장히 다양한 훈육 방식이 있습니다. 비담임이면 담임한테 넘기는 경우/차라리 때리는게 낫다고 할 정도로 말로 학생에게 훈계하는 경우/학교에 벌점제가 있을 땐 벌점같은 패널티를 적용하는 경우/선생님의 명망으로 학생을 제압하는 경우 등등등.


담임한테 넘기면 복불복입니다. 담임선생님이 무서우면 그 학생은 혼쭐이 나는거고 담임선생님이 무념무상이면 그냥 넘어갑니다. (대부분 개기는 학생들의 담임쌤은 무념무상이 많습니다. 그 담임에 그 반 애들...)


말로 학생에게 훈계하는 경우가 많은 선생님들이 쓰는 방법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선생님이 매우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학생이 왜 잘못했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짚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화법이 필요합니다. 간혹 아웃사이더 화법으로 학생들을 잡는 선생님들이 있는데 이 경우 애들이 질려서 그 선생님을 피하기도 합니다.


벌점주는 경우. 벌점이 효과적이면 학생의 태도도 바뀌겠지만 큰 영향력이 없으면 학생들이 벌점을 받아도 별 생각이 없습니다.(학부모님들이 더 예민하신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벌점은 교칙에 따라서 상점이나 이런걸로 줄일 수 있고 봉사활동으로 갈음되기도 하거든요. 학폭같이 심각한 것이 아닌 이상 생기부에 영향도 없습니다. 물론 담임선생님이 꾸준한 학생의 태도 불량을 생기부에 지적해서 적어두면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학생 상태가 아주 심각하지 않은 이상 그렇게 학생의 미래에 영향이 갈 코멘트는 딱히 적지 않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렇다 보니 학생의 개김을 한방에 휘어잡을 효과적인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아, 애들 말로 'ㅈㄴ 쩔게 잘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소문을 타면 학생들은 개기지않습니다. 이게 명망으로 애초에 개김을 차단하는 거죠. 이래서 프로페셔널이 참 중요하구나 싶지만 저는 비교과라 쩔게 잘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긴 어려우니 앞으로는 논리로 무장한 속사포 랩을 구사해볼까 싶습니다.


아까의 학생은 결국 보건실에 인계되어서 코시국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에 대해서 훈계를 받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인성, 예의 등등을 학생에게 강조 또 강조합니다.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사람이 바르지 못하면 결국 아무 소용 없으니까요. 물론 선생님한테 덤비지 않는 것도 바른 인성의 항목 하나일 것입니다. 제가 선생 대접을 받겠다는게 아닙니다.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기본적인 예의를 지킬 줄 아는가가 살아가는 동안에 정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인도에 살면 예의 따위가 뭐가 중하겠습니까.


아무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백날 예의와 인성을 강조한다 한들 사실 가정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경우 학교에서의 교육으로만 학생들의 인성을 바로잡기는 어렵습니다.  고등학생 쯤 되면 이미 인성교육은 어렵다고 보는게 맞죠. 이정도 되면 이미 학생들은 자신의 성격과 태도가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어릴때부터 체득하지 않으면 이후에 바뀌기는 참 어렵습니다.


종일 많은 학생들을 마주하게 되면 다들 예쁘고 너희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다! 라는 기대도 되고 합니다만 가끔 발생하는 이런 경우들은 참 난감하더라고요. 남에게 어떤 행동교정 등을 위해 훈계의 말을 퍼부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내가 이 학생을 혼낼 때 그 영향이 얼마나 있을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 멘탈을 제대로 터는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교사라면 학생이 잘못했을 때 엄하게 혼을내서 잘못을 바로 잡아줘야 하는것이 맞는데 그게 어려운 이 시절에 그 악역을 거침없이 하시는 것에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저도 학생의 잘못을 제대로 잡아주고 싶은데 매 순간 당황하는 제 자신이란...


그렇다 해서 또 뿌리부터 나쁜 학생은 없습니다. (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학생의 마음에 뭔가 힘든 일이 있거나 해서 삐딱한 행동이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니까요. 저리 개김을 시전하던 학생도 자신의 마음상태가 괜찮아지면 다시 슬슬 눈치를 보면서 다가옵니다.


그럴 때 당시 뜨헉했던 마음을 계속 갖고 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한 번 좋지 않은 감정이 들었던 학생에게 다시 평온하게 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서 자괴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잘못은 네가 했는데 왜 내가 마음이 괴롭냐!!' 라고 외치고 싶네요. 제대로, 적시에 훈계하지 못한 제 모자람이겠죠 ㅠ


그래도 저를 보고 예쁘게 웃는 대다수의 학생들을 보면서 오늘도 힘을 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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