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근쥬스 Jun 16. 2021

패키지 여행의 손님답지 않은 분들

여행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출장을 나가야 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인솔자 동반 조건으로 모객된 팀인데 모객이 계속 안되다가 갑자기 마감일 다되어서야 모객이 되어서 팀 출발은 확정됐는데 전문인솔자를 구하기 어렵거나, 팀 인원이 적어서 전문인솔자를 붙이면 수익이 안나거나 하는 경우 부득이하게 여행사 직원이 인솔을 나가게 됩니다. 물론 혜초처럼 직원이 모객도 하고 전문인솔자도 하고 하는 여행사들도 있습니다만 많은 여행사들은 예약담당과 인솔자는 분리되어있죠.


여튼 저도 간혹 팀 수익이 너무 별로이거나 한 경우 손님들을 모시고 인솔을 나간 경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전 국외여행인솔자 자격증이 있습니다 ^^ (생각보다 자격증 없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여행사 사장님들이 팀을 데리고 나가는 경우에는 인솔자 자격증이 없어도 뭐 그분들의 오랜 경험이 초보 인솔자들보다 훨씬 낫겠지만...


여튼 여행지 사고 이야기에 이어 직접 인솔 나가서 손님들과 함께 하면서 겪은 일, 사무실에서 상품 오퍼레이션을 하면서 겪은 일들 중에 몇가지를 꼽아볼까 합니다. 이 일이 아무래도 사람 상대하는 일이고 서비스업이다 보니 별별 사람이 다 있더라고요.


1. 당신 일행이잖아요


유럽여행을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많이 걷습니다. 체력이 엄청 소모되는 여행이죠. 때문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유럽 패키지 여행이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예약하실 때 사전에 안내도 다 합니다.


유럽팀은 보통 한 팀이 20여명 정도 됩니다. 성수기에는 40명도 넘죠. 당시 팀은 30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처음에는 다들 무난한 분들이셨습니다. 한 모녀가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요.


이 모녀는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딸 조합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딸이 어머니와 함께 다니는가 싶더니 일차부터는 딸이 어머니를 두고는 본인과 비슷한 연배의 여자 동창분들이 오신 팀이랑 붙어다니려 하더라고요. 그 동창팀은 내심 싫은 기색을 보이셨어요.


그런데 인솔자는 팀을 컨트롤 해야하기 때문에 어떤 한 손님만 계속 도와드리는 걸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솔자에게는 손님 모두 다 공평하게 대해야 하는 의무가 있거든요. 가이드는 말 그대로 현지 안내를 하는 가이드고요.


처음엔 어머니가 자꾸 뒤처지시니 어쩔수 없어서 한두번 도와드렸는데 이런 경우 백프로 다른 손님에게서 말이 나옵니다. 소위 인솔자가 손님 편애한다고 하죠. 인솔자는 전체 일정을 보면서 하루하루 일정이 진행되도록 체크하면서 다녀야하는데 이 손님 때문에 인솔자가 일을 못하게 됩니다.


결국 따님한테 어머니를 케어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굉장히 기분나빠 하시더라고요. 대체 왜?? 본인 엄마를 유럽까지 모시고 왔으면 딸이 같이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어머니는 버스에 두고 사진찍으러 돌아다니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그 모습이 좋게는 안보이더라고요. 그 어머니는 계속 미안하다고 하시고....ㅠ


그렇게 여행이 끝나고 난 뒤 그 딸은 여행사 홈피에 클레임을 써놨습니다. 인솔자가 '매우' 불친절하다며.


2. 불륜


인솔자들이 완전 싫어하는 팀 멤버가 있는데 바로 불륜 커플입니다. 보통 여행사에서 팀 예약 받을 때 해당 팀 구성원들의 대략적인 정보를 메모해두는데 보통은 부부거나 엄마+자녀, 아니면 여고 동창모임이나 계모임이 대부분입니다. 그러고보니 아빠랑 여행오는 사람들은 거의 못봤네요...


이런 일반적인 구성원들이 모이면 그 패키지 팀은 잘 돌아다닙니다. 개중에 분위기메이커라도 있는 날에는 아주 난리가 나는거죠. 그런 팀 만나면 행사 진행하기도 엄청 즐겁습니다. (갑자기 화리엔 가는 기차에서 고스톱치시던 계모임분들이 떠오르는군요 ㅎㅎ)


그런데 이 중에 불륜 커플이 껴있는 경우들이 간혹 있습니다. 본인들은 부부라고 하는데 누가봐도 아니거나 패키지 일정인데 더블침대를 요청하거나 등등 티가 납니다. 더블침대가 왜 문제가 되냐면 패키지 구성의  대부분인 5~60대, 그중 부부 분들에게 더블침대방이 나왔다? 그날 인솔자 멱살 잡힙니다. 내가 이 나이 먹고 이인간이랑 한침대에서 자야 되냐면서 난리나는건 우리나라만 그러는 걸까요? ㅎㅎ(멱살 잡혀본 1인.....) 여튼 그래서 호텔 예약할 때 무조건 트윈베드 룸을 잡는데 굳이 더블베드 요청이라...


불륜커플이 낀 팀은 분위기 진짜 애매해져요. 모르는 사람들끼리 며칠동안 한 버스에서 같이 다녀야 하는 것이 패키지 일정이다 보니 첫날은 다들 서먹서먹한데 삼일차 쯤 되면 이그룹 저그룹들이 친해져 있습니다. 서로 신상공유 다 하시고... 그런데 여기에 불륜커플이 껴있으면 다들 수군수군하는 분위기가 됩니다. 이거 되게 여행팀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더라고요.


3. 신종 고려장(?)


제가 유럽상품 담당할 때 전문인솔자가 팀을 모시고 나갔습니다. 해당팀에 70대 할머니가 싱글차지를 부담하고 예약하셨기에 명단을 넘길 때 인솔자에게 70대 노인이 계시다고 안내를 했습니다. 보통 아이, 노인, 채식주의자 등등 특수사항이 있는 손님이 팀에 있으면 인솔자에게 사전에 인폼을 합니다.


이분 예약 때 아들이 예약을 넣었었는데 어머니의 꿈이 서유럽 여행이라고 이번 기회에 꼭 보내드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서유럽은 일정이 힘드실텐데 건강하시냐 했더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저 아들이 효자인가 싶지만 연세가 많으신 어머니를 1군 여행사 메이저 상품도 아니고 2군 여행사의 꽤나 저렴한 서유럽 상품을 예약하신 건 글쎄요, 1군 여행사 상품들도 세이브 상품들 같은 경우는 호텔이나 일정같은 것들이 편안하지 않은 경우들이 많습니다. 여행상품의 퀄리티는 가격에 비례하거든요.


어머니가 좀 젊으실 때 소원이라는 유럽여행을 보내드렸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그게 좀 늦어졌다면 개중에 좋은 상품을 골라서 보내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유럽상품이 생각보다 많이 걷고 많이 차를 타고 합니다. 여튼 이 팀이 출발하고 나서 현지에 도착하자 마자 인솔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 분이 치매시라는 것. 인솔자 말로는 출발 때부터 설마 했는데 파리에 도착한 날 일이 터졌던 모양입니다. 처음엔 일단 일정을 진행해보겠다고 하길래 알았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 갑자기 사라지셔서 난리, 대변을 보셔서 난리... 아.. 듣기만 해도 난감하더라고요.


일정이 계속 딜레이되고 문제가 되고 하니 같이 여행 떠난 분들이 단체로 여행사에 클레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들에게 더 이상 어머니가 여행을 진행하실 수 없으니 모시고 한국에 가셔야 한다 했더니 비행기를 혼자 태워 돌려 보내라더군요. 욕이 절로 나왔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치매 사실을 숨기고 여행을 예약해서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 배상을 하셔야 될 수 도 있다고 하니 그제서야 파리행 왕복을 끊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왔더라고요.  


이런 유사한 사례가 또 있었습니다. 자식이 80대 후반인 아버지의 꿈인 호주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인천-시드니 직항을 탄다 한들 비행기에서 10시간 정도를 있어야 하는데 비즈니스도 아니고 이코노미 좌석으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도 안하고 할아버지를 혼자 여행을 보내겠다는 사람...


이런 사람들 중엔 여행 중 사망으로 보험금을 노리는 경우들이 있다고 합니다. 비행 중 사망하거나, 여행지에서 사망하거나 하면 배상금이 나오니깐 그걸 노리는 거라고... 때문에 패키지를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너무 연세가 많으시거나 지병이 심하신 분들은 팀에 넣지 않습니다. 매정해 보이겠지만 단체 여행은 어쩔 수 없습니다. 여행 기간 내내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패키지 팀이거든요. 여행자 보험도 보험사 따라서 75세나 80세 이상이면 5천만원밖에 사망 담보 안잡아줍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효도하고 싶으면 건강하실때 보내드리거나 아니면 본인이 직접 모시고 여행 가든가....


4. 일정표 대로 진행 안해?


패키지여행의 경우 홈피에 여행 일정이 올라가 있고, 출발 전에 확정일정을 손님들한테 전달해 드립니다. 그 확정일정에는 비행편, 관광지, 호텔, 식사 등이 들어가있어요. 그런데 이게 현지에서 갑자기 변경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날씨 때문일수도 있고 예약 미스로 팀이 듀프되어서 수용인원이 넘쳐서 급하게 바뀌기도 하고, 호텔 쪽 실수로 오버북을 받아놓고 다른 호텔로 찢거나 하는 경우 등등 별별 상황들이 다 생깁니다. 그래서 확정 일정표를 드려도 맨 하단에 '현지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라는 8포인트 문구가 꼭 들어가있어요.


그런데 제가 팀을 모시고 나갔는데 유독 손님 한 분이 그 일정표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겁니다. 당시 우천으로 인해 방문지 순서가 바뀌었고, 출발 직전에 호텔 한군데가 변경이 된 것이 확정서에 반영이 안된 채로 전달이 되어서 구두로 말씀을 드렸는데 그 와중에 변경된 호텔을 검색해서 원래 예정되어 있던 호텔보다 후지니 마니 난리가 난겁니다. 실제로는 오히려 원래 잡혔던 호텔보다 같은 체인의 더 좋은 호텔로 배정이 났었어요. 호텔 예약미스여서 업그레이드 된거였는데...


패키지 여행은 손님이 일정표 보면서 하나하나 체크하지 않으셔도 어떻게든 예정된 일정 다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게 현지에서 벌어진 불가항력적인 일 때문이 아니라면요. 그런데 저렇게 일정표 손에 쥐고 니들이 어디 빼먹나 두고보겠다면서 퍼즐 맞추기 하는 분들 보면 짠하기도 해요. 그거 보느라 여행 제대로 즐기지도 못할 것 같은데.......


5. 성범죄 그리고 성매매


패키지는 한팀에 여럿이서 우르르 몰려다니다 보니 별별 사람들이 다 모입니다. 그런데 인솔자들 사이에서 팀에 애매한 나이대의 남자 혼자 온 사람이나 남자 둘이 패키지 여행 온 경우는 팀에 여자 인솔자가 배정되는 경우 조심해야 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물론 정말 여행가고 싶은데 준비할 시간도 없고 해서 급하게 패키지로 오는 분들 있습니다만 개중에 실제로 인솔자를 희롱하거나 팀 내에 여성들이 온 팀을 지속적으로 귀찮게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들 있습니다. 이 트라우마로 인해 실제 일 접은 인솔자분들도 있고요.


그리고 동남아 가면 성매매,, 이건 뭐,,, 현지에서도 돈벌이로 생각하는 부분들이니깐 더 이상 언급하진 않을게요. 저는 여자다 보니 저런 사람들이 곱게 안보이더군요.




전문인솔자분들은 밤 새워서 글 써도 아마 다 못쓸 정도로 에피소드들이 많으시겠지만 저는 여행사 이야기 쓰는 김에 이런 일도 있었더라 하면서 간략하게 몇가지 써봤습니다.


여행을 가시는 손님분들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 참 많습니다만 간혹 특이한 분들도 있더라고요. 사람들 모두가 다 좋을 순 없을테니까요. 패키지 여행에서 좋은 분들이라 함은 사실 인솔자 잘 따라와주시고 쇼핑/옵션 많이 해주시는 분들이라는.......ㅎㅎ (하지만 쇼핑이나 옵션 잘 안하셔도 그냥 일정따라 잘 오시기만 해도 됩니다.) 하지만 개별여행이 아닌 패키지 여행을 선택해서 오신 분들이라면 그 여행 스타일에 맞춰서 다니셔야 된다는 점을 인지하시고 오셨으면 합니다.


례로 든 사람들의 케이스는 흔하진 않겠지만 패키지여행은 공동체 운명이랄까... 인솔자 뿐 아니라 같이 움직이는 손님들도 멤버 잘만나면 즐겁고 아니면 안좋고 하기 때문이거든요.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사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