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에서 일할 때 손님들로부터 꽤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가 '팀장님은 거기 다 가봤어요?' 였습니다.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이걸 나한테 왜 묻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객들 입장에서는 내가 최소 몇십만원 부터 천만원 단위의 돈을 당신네 여행사에 지불할건데 나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있는 이 사람이 그 지역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최선의 질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곧이곧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 이유 즉슨,
생각보다 많은 여행상품 담당자들이 그 지역에 안 가본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네,, 저는 골프 쳐본적도 없는데 골프상품도 많이 팔았더랬습니다.....)
여행사 직원은 그 지역을 정말 잘 알아서 나에게 여행 상품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실제로 그 지역 안가보고도 상품 잘 파는 직원, 꽤 많습니다.
어떻게 안 가본 지역 상품을 파냐고요?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여행사의 여행상품은 대부분 랜드사에서 납품을 하고, 상품을 셋팅할 때 랜드사 직원들이 하나부터 열까지(상품 기획 의도부터 핵심 관광지, 상품의 장점 등등등) 그 상품에 대해서 여행사 직원들에게 설명을 합니다.
랜드사에서 일할 때는 여행사 직원 대상으로 설명회를 꽤 많이 열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여행사 직원들은 여러 랜드사 설명회와 자료들을 바탕으로 고객님들께 상품상담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여행사는 신입사원을 뽑아서 동남아/대양주/미주/유럽 등등의 지역에 직원 배치를 합니다. 그 지역 전문가로 육성을 하게 되는거죠. 물론 부서 배정시에 개인의 니즈도 반영이 되기는 합니다만 일단 일손 딸리는 곳 부터 먼저... 그리고 경력직은 해당 지역 경력이 있어서 그 지역 담당으로 옮겨가게 되고요. 그러다보면 어쩌다보니 담당 상품지역은 가본적이 없는데 팔고있...
패키지 여행사들의 여행상품은 거의 비슷합니다. 제일 검증된 루트의 상품이기도 하고, 랜드사들이 기본적으로 만들어 놓은 루트에 맞춰서 기획된 경우들이 많기도 하고요. 때문에 이 여행사로 가나, 저 여행사로 가나 방문지와 일정은 거의 비슷합니다. 옵션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에 따라 가격이 바뀌는 거니까요.
이렇기 때문에 여행사 직원은 일정표를 달달 외우고 회사의 해당상품 판매 정책을 숙지한 상태라면 그 지역을 가보지 않고서도 고객상담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손님들이 궁금한 것은 일정표나 여행지 정보가 아닙니다.(이미 이 부분은 무한 검색으로 손님들이 더 많이 알고 있음) 그들이 필요한 정보는 할인 여부, 원하는 날짜의 출발가능 여부, 프로모션이나 혜택 등등이니 그 부분을 잘 설명하면 되는거죠.
그렇다 해서 다 그런거냐, 그건 아니죠. 대부분은 채용시에 해당 지역 여행 또는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 또는 그 지역 언어가 잘 통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채용하기도 하고, 여행사에서 근무 하면서 그 지역에 가보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출장, 팸투어, 인스펙션, 아니면 내가 이 지역 상품 팔다가 답답해서 그냥 내돈내산으로 가보는 경우 등등)
1. 예전에는 여행사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팸투어들이 참 많았습니다. 관광청과 그 지역 랜드사들이 연합해서 여행사 직원을 초청해서 상품을 체험시켜 주는 것입니다. 신규 상품을 개발했거나 그 지역에 새로운 관광 상품이 생겼거나 할 때 이 부분을 여행사 직원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체험시켜 준 뒤 우리지역 상품을 많이 홍보하고 팔아달라는 취지로 기획되는 것이 팸투어고, 대부분 무료이기 때문에 여행사 내에서도 직원들이 팸투어에 가고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반에는 별다른 허들 없이 팸투어 모집을 했더니 여행사 직원의 지인들이 마구잡이로 와서 공짜여행을 즐기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건 실제 팸투어 기획 취지와 동떨어지는 일이죠. 그래서 이제는 팸투어 모집 시 본인명함(여행사 명함이어야함) 또는 여행사
재직증명서를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당 지역에 다녀오고 나면 여행사는 그 지역에 대한 정보도 생겼고, 새로운 상품이기도 하니 열심히 기획전을 돌려서 해당지역 상품을 판매합니다. (받은게 있으니 팀을 모객해서 보내는 피드백을 해야되는 것이 맞기도 하고요 ㅋ)
이렇게 했는데도 못 팔면 뭐 어쩔수 없다는게 여행사 입장이긴합니다. 고객이 안오는데 어떡하냐, 라고들 많이 하던...... 이 얘기 듣는 관광청과 랜드사는 진이 빠집니다. 물론 잘 팔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인스펙션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패키지 여행사들 보다는 새로운 상품 개발하는 랜드사들이 주로 갑니다. 이것도 일종의 팸투어로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현지에서 랜드사 직원들을 초청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팸투어가 뭔가 여행사 상대의 대형 행사라면 인스펙션은 소규모로 답사가는 개념으로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보통 팸투어 다녀왔다 하면 회사들 인맥 쌓고 왔다 생각하고 인펙 다녀왔다 하면 지역답사 다녀왔다 생각합니다.
작은 여행사에서는 핵심직원 육성 차원에서 회사돈으로 해당지역에 직원을 답사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3. 그 지역을 가보지도 않고 상품을 팔다보니 본인이 슬슬 답답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그 직원은 한 번은 그 지역에 갔다와야 겠다 싶어서 해당상품 땡처리가 뜨거나 랜드사에 foc 넣어달라고 해서 일부 비용만 내고 출발 확정 팀에 껴서 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랜드에서 foc를 준다 한들 현지피만 면제된거라 항공은 자비로 해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키지 상품의 경우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남으니까 직원 하나가 팀에 껴서 왔다 한들 현지 비용이 확 늘거나 하지 않는 경우죠.
예전엔 항공은 15+1foc(free of charge 즉 공짜. 16명 가면 16번째 손님은 항공료 공짜, 마일적립, 변경 등등 안됨)인 경우가 많아서 인솔자들이 이 foc 티켓으로 많이들 다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foc가 많이 없어진 추세라 항공료는 내야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아직 현지피에는 foc 개념이 좀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서 직원들이 항공료만 내면 팀에 껴서 현지조인이 가능한거죠. 이렇게 다녀오고 나면 가 본 곳이라 그런지 상담하기가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홈쇼핑에서 '정쇼'가 한동안 인기였는데 이 채널의 컨셉이 '호스트가 직접 써본 것을 판다' 였습니다. '자기가 광고하는 상품도 안쓴다던데?'가 흔한 세상에 실제로 호스트가 자신이 판매할 상품을 써보고, 개발이나 생산에 직접 참여하고 해서 본인이 파는 상품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되었던 것이죠.
여행 상품도 이렇게 책임제 상품이 많으면 좋겠습니다만 실제 여행상품을 판매할 때는 해당지역의 지식보다는 고객상담스킬이 더 중요하다 보니 때론 안 가본 곳을 파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손님들이 물어보겠죠. 거기 다 가봤어요?
특히나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장기 여행으로 진행되는 중남미, 유럽 등등의 상품을 상담할 때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은 안묻더군요.
물론 전문 여행사들은 해당지역 전문가들이 모여서 자기가 모객하고 자기가 그 팀 데리고 떠나는 경우도 있고 오래된 소규모 여행사들은 사장님이 팀 데리고 같이 여러곳에 다녀오셔서 현지만큼 알고 계신 경우도 허다하답니다.
한편으론 전에 그 나라는 가봤지만 상품이 조금씩 바뀌어서 안가본 장소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보니 구글로 공부해서 설명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여행사 직원들도 전부 다는 못가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