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어를 만나러 가는 시간, 1년

외제차를 사고 싶으면 벤츠 렌트카라도 몰고 가는 것이 좋다

by 당근쥬스

처음부터 스팅어를 사려고 목표했던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는.

그런데 남편은 차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부터 스팅어를 점찍어두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 마음 속 차량구매 예산은 1,500~2천만원이었으니 스팅어는 무슨! 택도 없는소리.


예전에 남편 드림카가 아우디TT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 얘기를 했을 때 아, 이 친구는 범상치 않은 차를 살 것이다 라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는데...


일단 남편이 차를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내가 그 의사를 묵살한지 반년 가까이 되어갔다.

'아반떼 잘 굴러가는데 무슨 새 차야!' 이러면서 단호하게 잘랐으니.


그런데 남편은 그 시간동안 차근차근 스팅어를 구매하기 위해 나를 회유할 전략을 짜서 설계를 했고 단계를 밟아나갔다. 그리고 뒤로 비자금도 만들기 시작했다. 이래서 기획자들은 무섭다.


아반떼가 슬슬 자잘한 이상이 생기는 상황이 벌어지자 남편의 플랜에 의해 가장 먼저 내가 끌려간 곳은 일산 백마로, 외제차량 전시장이 몰려있는 곳이었다.

돈도 없는데 왜 나를 끌고 외제차 전시장엘 왔나 했더니 내가 예쁘다고 노래한 재규어 때문.

차에 1도 관심이 없는 나인지라 남편 입장에서는 이 눈귀 막은 와이프를 설득하려면 지 눈에 예뻐보였다는 재규어를 보여주면 슬슬 차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구사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몰랐다. 우리가 그곳에서 푸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외제차 전시장에 가면 매장 직원들이 매장에 찾아오는 차들을 발렛 또는 주차 안내를 해주는데 그들이 나와서 친절을 베푸는 이유는 단 하나, 이 손님이 차를 사러 온 사람인지, 차를 살 수 있는 여력의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는 당당하게 전시장에 아방이를 몰고 갔다.


도로에서 3초에 한대씩 보이는 은색 아반떼를 보고 발렛을 해준 곳은 인피니티 매장 뿐이었으며 눈치보며 주차를 하고 들어간 곳에서 매니저를 만나기는 무슨, 이미 CCTV나 매장 진입시 아반떼를 본 직원들은 대충 인사만 할 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목적지였던 재규어 매장에서는 여직원에게 니가 원하는 차는 없다는 소리까지 듣고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다. (아마 앞으로 난 절대 재규어랑 레인지로버는 안살것같다) BMW매장에서는 1층에 있는 신차가 아닌 2층에 있는 인증 중고차를 보여줬다. (몇 년 뒤 사고 때문에 대차로 나온 벤츠e클래스를 끌고 갔더니 모든 매장에서 환영받았다. 허허.)


그렇게 천대를 받고 쭈구리가 되어 백마로 입구에 있는 현대자동차 매장에 들렀고, 한창 제네시스를 둘러보던 남편은 기함을 했다. 내가 뉴 아반떼를 기웃거리고 있었기에..... ㅋㅋㅋㅋㅋㅋ


아반떼와 소나타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나를 보고 질색팔색을 하면서 아반떼 타다가 다시 아반떼 사는 사람이 어딨냐고 놀렸다. 안되는건가? 근데 우리 예산엔 이거도 모자라는거 같은데...


그렇게 우리는 구걸하듯 받아온 인피니티 견적서 한장과 카달로그 하나를 달랑 들고 집에 돌아왔다. 아마 그 매장 직원은 신입이었나보다. 우리를 상대로 고객응대 멘트연습과 견적 연습을 해본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스팅어 광고를 보고 '와 예쁘다, 저 차 뭐야?' 라고 묻자 '저 차 보러 갈래?'라고 했다. 광고 내용은 되게 별로였는데 차가 참 예뻐서 이상한 내용도 까먹었다.


스팅어는 보러가는 길은 다른 의미로 험난했다. 기아 매장에 차량이 전시되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대리점 입장에선 스팅어보다 훨씬 잘 팔리는 K시리즈를 전시해놓는 것이 더 이득 아니겠는가. 덕분에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스팅어가 보유되어 있다는 매장을 찾았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에 카본 메탈 색상의 스팅어가 전시되어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방문 예약을 했다. 광고에 나온 빨간 차량에 마음이 가 있었지만 빨간색은 강남 전시장에만 있던 터, 그냥 차 외관이나 보러가자 싶은 마음으로 예약.


역시나 기아 대리점에서도 아반떼를 끌고 온 우리에게 K시리즈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스팅어 앞에 얼쩡거리고 있으니 직원은 어이없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전시차량은 스팅어 3.3 GT였다.


광고에서도 예뻤는데 실제로 보니 차가 참 예뻤다. 매장 직원은 우리가 이 차를 3.3은 아니지만 2.0으로 살 듯한 냄새를 솔솔 피우자 출고차량 할인도 많이 해준다며 슬슬 낚싯줄을 던졌다. 귀 얇은 나는 당연히 파닥파닥.


그리고 나서 남편은 와이프 설득과 회유 다음 절차를 개시했다. '그랜저를 한 번 볼래? G70은 어때? 스팅어만 보긴 좀 그렇잖아.' 그 말에 낚여서 '그래! 구경하는데 돈 드는것도 아닌데 뭐' 하면서 그랜저를 보러가서 그랜저 견적서를 받고 제네시스 매장에 가서 G70을 보고 또 견적서를 받아왔다. 이상하게 그랜저는 스팅어와 가격이 비슷했고 G70은 많이 비쌌다.


이건 다 남편의 큰 그림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 왈 "그랜저는 이미지가 좀 나이들어 보이지 않아? G70은 뒷좌석이 너무 좁던데? 2인용 같더라. 근데 스팅어는 뒷자리도 넓고 차도 예쁘고 가격도 할인해 준다니까 좋지? 좋지!"


납득이 될 만한 이유였기에 그렇게 설득이 되어 스팅어를 사기로 했다. 참 이런 결정은 빠르다. 둘 다 B형이라 그런지 큰 결정 할 때는 정말 별 생각없이 한다. (이런걸 보고 둘이 미친짓 할 때 코드가 잘 맞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 & 남편 생일선물로 차를 사주려고 12월에 1차 계약금을 넣고 선출고차량을 사기로 했는데 딜러가 그 차를 누가 가져갔단다.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딥크로마 블루 컬러였기에 딱히 마음에 안들었던 터라 잘됐다 생각했고 그렇게 계약이 취소되었다. 그리고 나서 3월에 다시 우리가 원하는 흰색으로 차량이 나왔다며 계약 여부를 묻는 연락이 왔다. 다시 대리점에 방문해서 계약서를 쓰고 3월 중순에 차를 받기로 했다.


전적으로 차 계약은 남편에게 맡겼기에 나는 아예 차에 대해서 알아보지도 않았다. 차 얼마에 샀어? 할인은 얼마나 받았는데? 라는 나의 질문에 남편은 다해서 3천 정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줄로만 알았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차량은 깡통이 3,780만원짜리였다... 인터넷도 안 찾아본 내가 바보지. 그런데 어쩔티비. 이미 쏟아진 물.


기다리던 3월 19일. 드디어 서비스 품목들이 다 장착 완료된(레이노 선팅필름, 블랙박스, 코일매트 등) 차량이 대리점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우리는 딜러에게 아반떼 처리를 맡기고 솜이를 데리고 왔다.


솜이야, 만나서 반가워! 안전하게 우리의 발이 되어줘~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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