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km의 피눈물

차 사자마자 사고 나본 적 있어요?

by 당근쥬스

스팅어를 받기로 한 주말은 차를 쓸 수 없는 상황이었던 터라 당일날은 차에 적응을 해볼 겸 가까운 일산쪽이나 한바퀴 돌아보자 해서 자유로를 잠깐 타보고 돌아왔다.


확실히 스팅어는 아반떼보다 컸다. 운전석에 앉아서 조수석을 보는데 하염없이 옆 공간이 넓어보였고, 오른쪽 사이드미러를 보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는 듯 해서 이제 우측 차선변경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온 서울 시내의 도로 폭이 갑자기 좁아진 것 처럼 느껴졌다. 룸미러는 또 왜 이렇게 작은건지.


아반떼에 이제 간신히 적응했고 그 적응기간 동안 신나게 혼자 처박고 긁어서 보험처리를 몇 번을 했는데 익숙해지기도 전에 스팅어라니, 게다가 새 차 아닌가. 약간 기스라도 나면 큰일이다 싶은 걱정부터 들기 시작했다. 나는 운전하는 것 만으로도 벌벌떨고 난리인데 남편은 차에 별별 기능이 다있다면서 신이나서 이것 저것 눌러보느라 어쩔줄을 몰랐다.


스팅어는 스포츠 세단으로 나온 차량이라 그런지 악셀에 발을 대면 달려나가는 느낌이었다. 아반떼는 악셀을 꾹 밟아야 됐었는데 스팅어는 가볍게 밟아만 줘도 차가 너무 잘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브레이크! 차는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야된다는 말이 뭔지 이 차를 운전해보니 알 것 같았다. 아반떼는 세울 때도 브레이크를 꾹!!!! 밟았어야 했으니까.


이번주는 어쩔 수 없으니 다음주에 야외로 놀러가기로 약속하고 그렇게 1주일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한 주가 느리게 갈 수 있는건가. 얼른 주말이 와서 차 몰고 나갈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주말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일기예보는 비를 예보하고 있기에 그냥 오늘은 가까운 데를 가고 담주를 기약할까 했는데 남편이 뜬금없이 남도를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차가 좋아서 전라남도는 금방 도착할거란다. (장난하냐)


사실 나도 새 차 타고 좀 멀리 가보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기에 그럼 담양 소쇄원을 한번 가볼래? 한게 화근이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탈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내비는 국도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었고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역시 새 차에 스팅어니까 빗길에 크게 미끄러지지도 않고, 달리기는 말해 뭐해 수준이니 신나서 남쪽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조수석이 참 넓네, 아빠다리도 된다?스팅어는 오래타도 허리 안아플거 같아!' 하며 신난 것도 잠시, 가만 앉아 있기가 좀이 쑤시던 터라 남편한테 나도 운전해보고 싶으니 휴게소에서 운전을 교대하자고 했고, 간이휴게소에서 나는 운전석에, 남편은 뒷좌석 승차감을 보겠다면서 회장님 자리로 옮겨 앉았다.


내가 니 운전기사냐면서 왜 거기 앉냐고 투닥거리며 달리던 중, 신호과속 카메라가 설치된 교차로에 주황불이 들어왔고 정차를 했다. 정지선 밟았나?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뒤에서 "쾅!"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사고났다ㅠ 라는 생각이 먼저, 다음으로 든 생각은 이 차 새차인데 ㅠㅠ

순간 확인한 계기판 우측 하단 총 주행거리는 고작 189km를 기록하고 있었다. 1,890km도 아니고 189km...


너무 놀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나에게 일단 차에 있으라고 하고 남편은 밖으로 나갔다. 우리를 들이받은 트럭은 뒤에 내 키만한 대형 바퀴를 가득 실은 상태였고 우리 차는 그 속도와 무게에 들이받히면서 횡단보도 중간까지 밀려온 상황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밖에 나와보니 트럭 기사는 운전석 문이 찌그러져서 문이 안열리는지 창문으로 빠져나오는 중이었고 남편은 사고현장 촬영을 하고 나서 보험사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사고 이유는 트럭의 과속과 졸음운전이었고 트럭운전자 아저씨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지만 세상 그렇게 그 사람이 미울수가 없었다.


기가 막히는 상황에 울고 있으니까 남편은 니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우냐고 했다. 하지만 너무 화가 나는걸. '새 차인데!!!!!! 아까 휴게소에서 운전자 안바꿨으면 트럭이랑 만날 일 없었을텐데' 같은 후회가 계속 들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계속 울었다.


보험사 직원들이 왔고, 블박 영상을 확인한 우리쪽 보험사 직원은 "고객님은 교차로 주황신호 보고 정차하셨고 바로 빨간불 들어왔고 3초 뒤에 트럭이 후방 추돌했네요. 100:0입니다." 라고 했다. 아저씨 한문철이에요??


오른쪽 엉덩이가 처참히 부서진 솜이는 렉카가 끌고 갔고 우리는 급히 수배된 렌터카로 소나타가 왔다. 남편은 내내 보험사랑 싸웠다. 스팅어 새 차 부숴놓고 오래된 소나타 보내는게 말이 되냐며. 그날 저녁 렌터카 회사에서 G70을 가져오고 소나타를 가져갔다.


내가 너무 우울해하자 남편이 아반떼로 저 트럭한테 치였으면 구급차가 왔을수도 있다고 했다. 저 중량에 속도면 교차로 가운데까지 밀렸을거고 자기는 오른쪽 뒷좌석에 있었으니 진짜 난리날 뻔 했다고. 솜이 덕분에 차에서 걸어나온 것이라며 좋게 생각하자 했지만 좋은 생각이 1도 안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집 근처의 자생한방병원을 향했고, 1주일 입원 통보가 떨어졌다. 새 차 보상처리도 문제였고 4월 5일로 잡혀있는 조지아 출장도 문제였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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