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견적서

난생 처음 병원 입원

by 당근쥬스

기가 막히는 교통 사고를 당하고 난 뒤 남편은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갔고, 둘 다 1주 입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몸도 여기저기 욱신거리고 허리가 아파서 의자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특히 핸들을 잡고 있던 손목과 팔은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교통사고는 지나고 나서 더 아프다더니 진짜 그 말이 맞았다. 그 와중에 회사일도 걱정이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행히 병원에는 남는 베드가 있어서 당일 입원을 진행했는데(병원에 베드가 없어서 기다리는경우도 많다고 한다) 남, 녀 병실이 따로여서 졸지에 남편이랑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난생 처음 입원을 해본 터라 뭘 어째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우왕좌왕 하느라 하루가 다 가던 중 남편은 보험사 직원이랑 계속 싸우는 중이었다. 보험사 측에서도 출고되자마자 사고난 차량의 사례가 없다면서 배상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1,000키로 정도를 탄 차의 사고 배상처리를 한 것이 가장 짧은 주행거리라나 뭐라나. 그런데 우리는 2백키로도 안 탄 이건 뭐 출고하자마자 사고난 꼴이니 보험사 입장에서도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병실이 다르니 처리 내용을 공유할 수가 없어서 병원 휴게실에서 주로 만나서 보험사와 통화를 하고 내용을 공유하고 있던 중 남편과 보상담당자가 크게 다투기 시작했다. 보험사에서는 차량이 너무 새 것이고 하니 자기들이 중고차로 매입을 하는 방안을 내놓고는 중고차 가격으로 2,800을 제시한 상황이었다. 사고난 것도 열받아 죽겠는데 새 차 보상도 못받는다 생각한 나도 화가나는 상황이긴 했지만 남편이 극대노를 하길래 저사람도 많이 속이 상하는가 보다 생각하기도 잠시, 대화 과정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차량 구매액이 내가 알고 있는 가격과 다른것이 아닌가.


분명 남편은 3천 정도의 비용으로 스팅어를 샀다고 했다.

그런데 서류를 보니 4,200이 넘는 금액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게 머선 일이고?


알고보니 스팅어 2.0 플래티넘의 깡통 출고가가 3,780만원, 거기에 선루프에 익스트림 옵션에 렉시콘 스피커까지.... 붙어있는 옵션 비용만 470만원에 육박했다. 아니 대체 스피커에 뭘 바르면 2백만원 가까운 가격이 책정 되는건가? 병원 휴게실에서 견적서를 보고 부들부들 떨고있는 나를 보고 남편은 다시 장화신은 고양이 모드에 돌입했다. 저 가격인거 알면 내가 차를 못사게 할까봐 말을 안했단다.


차액은 어떻게 처리했냐 했더니 일부는 할부로 돌리고 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주식을 팔고 해서 처리했단다. 아... 신혼 때 내가 카드값 터트린 사고 수습으로 가진 주식을 다 털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 그럼 선출고차량 할인은?

없단다.... 그냥 차 신청해서 나온거라고.


- 그럼 저 어이없는 금액의 스피커는?

내가 차에 타서 스피커 소리가 끝내준다고 했단다.... (사실 인정이다 이건 -_- 렉시콘 음질 쌉인정...)


- 그럼 내가 전에 본 3천짜리 견적서는 뭔데?

딜러와 함께 짜고 나에게 보여줄 견적서를 따로 만들었단다. 와........... 이사람들이 진짜....


"너 미쳤니!!!!!!!!!!!!"


병원 휴게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더니 쉬고있던 환자들이 다 우리를 쳐다봤다. 그분들에겐 팝콘각이었겠지.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남편과 딜러의 이 사기극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결국 차량은 수리, 우리는 1주일 입원치료...

지금도 격락손해 단어만 들어도 빡친다.

교통사고는 100:0이고 나발이고 일단 나면 손해라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원래 스팅어를 구매했을 때 남편의 계획은 2년정도 타고 보증기간 끝나기 전에 중고로 처리하고 나름 얌전한 차로 바꾸는 것이었다고 한다. 차를 구매하고 나서 보니 스팅어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양카 이미지가 있었다. 때문에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남편은 이 차가 맘에 들었던 것 같고, 이미지 때문에 오래 타긴 좀 그러니 중고차 가격 방어가 될 때 팔고 바꾸려는 계획이었던 듯.


But!

알고보니 스팅어는 중고차 가격 방어가 잘 안되는 차량이었고, 사고가 너무 크게 나서 중고차 가격은 개뿔 똥값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10년은 타야된다는 결론이 났다. 고사지낼 때 막걸리를 잘못 뿌렸나 싶은 생각도 들고.


견적서 사기극을 벌일 정도로 저렇게 스팅어가 사고 싶었는데 사자마자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나서 이 일을 어쩌나 싶었다. 그렇게 1년의 설계를 거쳐 드디어 자기 명의로 된 새 차를 샀는데 일이 이지경이 되고 나니 남편이 너무 안쓰러웠다. 차 나오고 너무 좋아서 일주일 내내 출퇴근할 때 마다 주차장에 가서 차에 앉아보고 만져보고 했다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주차비 쥐어주고 차 가지고 출퇴근이라도 하라고 할 걸 그랬다.


또 돈 모아서 10년 뒤에 다른 좋은 차 여보 명의로 해줄게.


그런데 우리 솜이의 사고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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