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와 뒷담화

라떼인간의 회사이야기 6.

by 당근쥬스

얼마 전 기사에서 재밌는 내용을 봤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23&aid=0003556038

잘못 보낸 험담 메세지는 처벌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요, 설마 이런일이 진짜로 있겠어? 하겠지만 실제로 회사생활 하면서 이런 상황은 심심찮게 발생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다니던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모 팀의 부장님이 본인 파트 임원을 욕하는 내용의 메일을 동료 직원에게 보내려다가 그 임원분한테 발송했거든요. 아마 이분이야말로 진짜 타임머신을 개발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발송을 클릭한 순간을 얼마나 되돌리고 싶었을까요?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고 머리를 쥐어뜯지 않았을까요?


결국 그 부장님은 한달 내로 퇴사하셨습니다. 퇴사 사유는 일신상의 이유였지만 직원들은 다 알고있었죠. 그 잘못 발송된 메일 한 통 때문에 부장님이 그만두셨다는 것을.


간혹 메일 회수 기능이 있는 것도 있지만 당시 사용중인 이메일은 회수 기능이 없는 메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회수 기능이 있다 한들 이미 수신자가 읽어버린 상태라면 더이상 손쓸 수 없게 되겠죠. 요즘은 카카오톡이 보낸 메세지를 삭제하는 기능을 만들었던데 이 역시 상대가 읽은 상태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코로나는 언택트 시대를 도래시켰고 재택근무자를 폭발적으로 늘렸습니다. 이에 따라 메신저나 이메일로 업무를 진행하거나 동료들과 소통하는 횟수가 엄청나게 늘어났죠. 이에 따라 메신저 프로그램 사용률도 높아졌습니다. 각 회사별 사내 메신저를 비롯 카카오톡, 네이트온, 잔디, 라인, 플로우, 팀업 등등... 다중 영상통화와 팀룸 기능을 지원하는 기능이 있는 메신저들이 크게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보통은 출근해서 마주보고 또는 미팅룸에서 하던 이야기들까지 이 메신저 창을 통해 오고가게 되었습니다. 메신저를 통해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업무관련 주제부터 개인사까지 다양합니다.


재택근무의 일상화가 진행되는 지금, 메세지의 홍수속에서 실수로 수신자를 잘못 선택해서 메세지를 발송하는 일은 더욱 더 늘어났습니다. 특히 카카오톡의 경우 개인적인 대화가 훨씬 많이 이루어지는 메신저이다 보니 사적 대화와 공적 대화가 마구 뒤섞이기 쉽습니다. 메세지를 보낼 때 업무유관자들이 카톡 대화창에 섞여있을 땐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한 사람에게 보낸 줄 알았던 개인적 또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그 사람이 속해있는 단톡방에 보내졌다거나 친구에게 전달하려 한 예민한 이야기가 직원에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등골이 서늘해질 일입니다.


저는 잔디, 네이트온, 카카오톡을 사용하는데 잔디는 업무 이야기들만 왔다갔다 해서 별로 신경쓸 일이 없지만 네이트온과 카카오톡에는 팀방과 친한 직원들이 모인 방이 따로 있었거든요. 일전에 팀방에 부장님께서 메세지를 보냈는데 어떤 직원이 그 방이 직원방인줄 알고 'ㅋㅋㅋㅋ 또 저러네' 라고 팀방에다가 메세지를 전송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직원은 바로 '죄송합니다, 친구들에게 보낸다는 것을 그만..' 이라고 해명했지만 부장님은 그 메세지가 자신을 향한 것을 아셨을겁니다. 만일 그 메세지 서두에 부장 또는 부장xx 라고 지칭했다면 그 직원의 앞날은 장담을 못했겠죠.


이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단체 채팅방 이름을 눈에 확 띄는 이름으로 바꾸거나 해서 실수를 막아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팀방 이름에는 눈에 확 띄는 이모티콘을 붙여놔서 그 방에 메세지를 쓸 땐 주의를 기울여서 작성합니다.


혹시라도 내가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일단 무조건 당사자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사람이 기분나쁜 메세지를 날린 당신에게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다 한들 속으로는 이미 당신을 상종하지 못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상대가 상사라면 당신에게 패널티를 주는 방법으로 복수할 수 있습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이 되는거죠. 물론 이미 벌어진 일, 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슬쩍 넘어가는 것 보다는 잘못을 시인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조금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근무시간에는 업무 이야기만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 안에서 업무시간 내내 업무이야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구성원들 끼리 가벼운 일상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하는 것 까지는 큰 무리는 없습니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뒷담화입니다.


뒷담화를 안하고 살면 제일 좋겠지만, 뒷담화를 하면서 친목을 쌓는 부류의 사람들이 많다보니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남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아 다닙니다. 사실 남을 욕하면 빨리 친해져요. ㅋ 남 이야기 하면서 만든 그 친분이 얼마나 가겠냐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조직생활 하다보면 저렇게 서로 뒷담화하면서 오래도록 친한 사람들을 꽤 많이 봤습니다. 물론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지내는 직원들의 관계가 가장 생산적이죠.


일전에 친구가 이런 넋두리를 하더라고요. '조직에서는 늘 누군가 이유 없이 나쁜 인간이 돼.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나쁜 인간이 내가 되는 시간이 와. 나쁜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한 이유는 없어. 그냥 차례가 온 거야. 모두들 내 뒤에서 수군거려. 내가 잘 하든 잘못하든 아무 상관이 없더라. 그걸 좀 견디면 그 나쁜 인간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어. 조직은 꼭 누군가를 나쁜 인간으로 만들어 두고 씹어야 마음이 편한가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저도 조직에 소속되고 나니 이 친구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의도치 않았던 어떤 행동으로 인해서 가루가 되도록 뒤에서 갈리다가 어느 순간 그 대상이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는 것을 저도 종종 목격했습니다.


뒷담화에 대처하는 방법은 사실 없습니다. 뒷담화를 서로 안하면 해결이 되겠지만... 뒷담화에는 가담하지도 말고 동의하지도 않는 것이 방법이라고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뒷담화가 나에게 공유되었을 때 약간의 동조라도 하지 않으면 저 비난의 화살이 나에게 날아올 수도 있다는 것들을 직장인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물론 내가 상사라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충고할 수 있겠지만 뒷담화는 동료 또는 비슷한 그룹 내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라는 것이 문제죠. 친분이 있는 사이 또는 같은 동료에게 정색하고 충고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모를까 대부분 캐주얼하게 이야기 하기 때문에 가볍게 응하고 빨리 그 대화에서 빠져나오고 잊어버리는 것이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방으로 인해서 또는 어떤 상황으로 인해서 기분이 상했고 도무지 내 선에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이 때 조언을 구하는 것과 저사람이 이렇다, 저렇다더라 하는 뒷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내 입에서 나간 뒷담화는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옵니다. 나쁜 말일수록 발없이 빨리 퍼져나가고 결국은 나에게 그 화살이 돌아오니까요. '이건 비밀인데' 로 시작하는 말은 절대 비밀이 될 수 없고, '그 사람이 어쨌다더라'는 당신의 인생과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뒷담화를 일삼는 본인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효과는 매우 크겠네요.


좋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은데 남 험담하는 것으로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얼굴 마주하기도 힘든 요즘, 그나마 우리 사이를 연결해주는 메신저 상에 서로 좋은 이야기들로 채워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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