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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납득이 안가

by 당근쥬스

직장생활의 9할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서 업무를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내가 오너가 아니라면 말이죠. 하루 종일 지시와 보고서의 무한 도돌이표라고나 할까..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일에 치여 죽는 건 참아도 사람에 치이는 건 못 참는다'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옵니다.


'말 한마디면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과 달리 그놈의 말 한마디로 부하직원의 뚜껑을 우주로 날려버리는 상사들이 꽤 많습니다. 반대로 그렇게 들들 볶아서 만들어 온 결과물 받아보고 어이가 없어서 참을 인을 백만 개쯤 이마에 새기는 상사들도 꽤 많습니다.


저도 부하직원일 땐 '대체 이걸 왜 하는 거야'를 외친 적도 많고, 팀장일 땐 '대체 왜 일을 이렇게 하는 거야'를 외친 적도 많았어요.

가장 엽기적이었던 건 신명조체로 안 써왔다고 보고서 다시 해오라던 부장님....

표 겉 테두리 굵은 선으로 안 했다고 결재판 던진 과장님...

아까 시킨 일 어디까지 했냐고 물어봤더니 당당하게 안 했다던 신입사원....


우리의 아름다운 직장생활을 위해 이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내가 상사라면 이렇게 해봅시다

1. 일을 시킬 때 이 일을 왜 하는지, 적어도 이 일을 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간단하게라도 말해줍니다.


- 그냥 하염없이 걷는 것보다 '어디까지 가겠다'라는 목표가 있으면 훨씬 더 수월하게, 더 열심히 갑니다. 샛길로 빠지는 경우도 별로 없고요. '너의 액션이 이런 것을 만들어내길 바란다'라고 간단하게 알려주면 그 직원은 그 방향으로 결과물을 도출해옵니다.

'알아서 해 와' 그랬다가는 '다시 해 와'를 백번 말해야 될지도 몰라요.


2. 지적은 정확히


- 뭐가 잘못되었는지 힌트도 안 주고 '다시 해 와' 라며 서류 반려시키지 마세요.

그게 그냥 프린트 아웃이면 종이가 아깝고, 전자결재 서류였다면 결재 라인 다시 태우려면 밑에 직원 눈칫밥 먹다 체합니다. 그리고 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하염없이 고민하며 시간이 마구 갑니다. 그 직원 몸 값 생각하면 그렇게 허송세월 보내게 하면 회사 손해예요.

젤 고구마 같은 상사가 '내 말 무슨 뜻인지 몰라?' 형이에요.

내가 무슨 독심술사도 아니고 너네 부모님도 니 속 모르실 텐데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제발 뭐가 문젠지 힌트라도 줍시다.


근데 전부 다 고쳐야 되면 그건 당신이 지시를 잘못 내린 거예요.


3. 칭찬도 정확히


- 젤 흔한 말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잖아요? 상사의 칭찬이 부하 직원들에게는 정말 큰 동기 부여가 됩니다. 딱 필요한 타이밍에 제대로. 이거 정말 큰 힘이 돼요.

하지만 이 칭찬이 별거 안 해도 들린다, 그럼 약빨이 떨어져요. 너무 남발하진 맙시다.


4. 일이랑 사생활 분리하세요.


-부부싸움해서 져놓고 부하직원한테 화풀이하지 마세요. 직원들은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니에요.


그리고 직원한테 개인 심부름시키지 마세요. 직원은 상사의 심부름꾼이 아닙니다. 모르는 것 자랑 아니고 바쁜 것 자랑 아니에요. 차 빼놔라, 본인 애 유치원 숙제 만들어라, 구두 찾아와라, 다이소가서 개인용품 뭐 사와라 이딴 건 스스로 합시다. 아랫 직원들은 아직 착해서 저딴거 시키는데 '싫어요, 제가 왜 저걸 해요'라고 말하면 하극상인 줄 알고 엉엉 울면서 합니다. 설령 당신이 월급을 주는 오너라고 해도 저런 걸로 직원들 자존감 깎지 마세요.


5. 멍멍이 소리는 제발 하지도 맙시다.

- 퇴근 못 할 각오 해, 나 때는 선배 엉덩이 떼야 화장실 갔어, 주인 의식을 갖고 회사를 다녀, 퇴근시간 지났는데 벌써 가게? 등등.

안 하니만 못한 말 하지 맙시다. 제발. 요즘 애들 저런 말 들으면 비웃어요. 꼰대라고 부르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자기들끼리 모여서 진짜 쌍욕 합니다...


내가 부하직원이라면 이렇게 해봅시다


1. 지시내용이 이해가 안 가면 간략하게 정리해서 다시 확인합시다.


- 상사도 바빠서 막 오더 던질 때가 있어요. 이럴 땐 대충 듣고 일처리 하다간 나중에 큰일 납니다. 이해 안 가는 부분은 바로 확인해서 오류 발생하게 하지 맙시다. 물론 질문봇이 되면 곤란하죠.


2.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언제쯤 끝낼 수 있을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중간에 구두로라도 보고합니다.


- 해놨을 줄 알고 '어디까지 됐어?'라고 물어보는데 '아직 안 했는데요'라고 답하는 사람들 꽤 많습니다. 상사 복장 터져 죽어요. 일 순서 정확히 정해 놓고 하지 않으면 상사들한테 미움받는 거 시간문제입니다.

만약 ㄱ 과장님이 시킨 일을 하고 있는데 ㄴ 과장님이 일을 또 줬다. 이 경우 ㄴ 과장님한테 바로 상황 설명해야 됩니다. ㄱ 과장님이 시킨 일을 하는 중이다. 급한 건이시냐 등. 이거 밸런스 못 맞추면 회사생활 고달파요.


그리고 윗 직급이 시킨 일부터 합시다. 이건 기본이니깐 알죠? 대리님꺼 하다가 차장님꺼 늦으면 그때부터 너님 찍힌 거예요...


3. 회사는 학교가 아니에요.


- 상급자가 당신을 꼼꼼하게 알려주면서 일을 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다들 바빠서 자기일 쳐내기도 정신없는 곳이 회사입니다.

눈치는 기본으로 탑재하세요. 귀동냥으로도 어깨너머로도 꽤 많이 배웁니다. 상사가 덜 바쁜 시간 제대로 캐치해서 일 배우는 것도 능력이에요.


4. 실수했을 땐 빨리, 제대로 인정합시다.


- 회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때가 언제일까요?

실수했을 때 혼날까 봐 내 선에서 덮으려고 하다가 더 큰 문제로 번질 때입니다. 혼나는 건 한순간이지만 숨겼다가 일 커지면 그땐 수습하기가 힘들어요. 보고하면 같이 해결하게 되지만 숨기면 혼자 다 책임져야 합니다.



기본 8시간 이상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부대껴야 되는 조직생활. 서로 이 정도만 지켜도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요.


존버 하는 직장인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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