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년 경 엄청나게 퇴사 붐이 일어났던 적이 있습니다.
전 얼리어답터도 아닌데 시대의 흐름을 따라서 퇴사했다가.... 지금 이렇게 글쟁이가 되었습니다.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저녁 있는 삶이 중요해졌으며,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를 외치는 신입직원의 패기가 칭송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괴로운 회사생활을 인내하며 참는 사람은 돈의 노예였고 호기롭게 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은 일명 '용자'였죠.
서점가에는 퇴사 학교, 사축 인간 등등의 퇴사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고, 각종 방송에서는 퇴사 후 삶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부터 시작해서 방영되기 시작했으며, SNS에는 퇴사와 관련된 컨텐츠들이 새로고침 할 때마다 넘실대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을 떠나 모은 퇴직금으로 세계일주를 떠나는 것이 내 삶의 플렉스로 여겨지고(돈이 모자라면 카우치 서핑을 불사하며) 적은 돈을 벌어도 내가 만족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욜로'였어요.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물론 회사를 벗어나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킨 사람들은 행복했을 것입니다. (모두가 후회하진 않겠지)
하지만 나처럼
거기가 어디였더라 하는 대학교 나와서 배운 게 존버고, 말 잘 들으면서 살아야 꼬깃꼬깃 월급이 들어왔고, 손재주도 없고 특별한 어떤 매력적인 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미생의 대사를 다시 한 번 전해주고 싶습니다.
'회사 안은 전쟁이지만, 밖은 지옥이야'
회사 안이 지옥 같죠? 밖에 나오면 헬 오브 헬입니다.
제발 특출 난 능력 없으면 그만두지 마 좀.
퇴사의 전제가 '회사가 싫어서'인 경우는 경력으로 옮겨가면 됩니다.
- 이건 퇴사 인간 이라기보단 그냥 이직.
문제가 되는 건 '내 업무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서'인 많은 사람들의 경우인데 이 경우엔 기존에 깔아 둔 연봉은 버려야 합니다.
경력이 아무리 많아도 동종 경력이 아니니 신입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때문에 급여도 신입 월급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옮겨간 직무나 회사에도 만족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꿈 찾아 떠났다가 망하는 케이스가 대부분 이런 경우입니다)
돈을 더 받고 넘어가도 옮긴 곳이 적응이 안되어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일도 새로워, 급여까지 줄어, 나이는 있어... 이렇게 되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게 됩니다. 제가 경력직 이직이 아닌 업종을 바꾸고 겪은일이었어요.
이쯤에서, 퇴사의 조건 몇 가지를 적어두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퇴사하세요.
1.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아파서 병원을 드나들다 못해 이젠 파이널로 정신과에 갔다.
- 돈이고 나발이고 일단 나옵시다. 정신과 가겠다고, 정신병 오겠다고 말만 하는 사람들은 엄청 엄청 많지만,
자기 발로 병원 찾아가서 진료받고 약 먹는 사람 드물어요. 약 먹었다면 퇴사하세요.
실제로 회사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 꽤 있습니다. (제 동료도 죽었습니다) 우리 목숨은 소중하잖아요.
2. 상사가 빌런 오브 더 빌런이다.
- 회사생활 중에 몇 가지 복이 있어요. 상사 잘 만나는 것도 그 복중에 하나인데 이 중요한 복이 드럽게 없어서 어디 가서 맨날 빌런들을 윗사람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빌런은 그냥 어떻게 저런 인간이 이 회사에 있지 싶을 정도의 사람, 인신공격, 성희롱, 인격모독, 냄새, 고성방가, 육두문자 등등을 장착한 사람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 중이죠? 그래서 신고할 수 있을 것 같죠? 증거 모으고 신고하고 이거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빌런이 눈뒤집고 욕하는데 '저 이거 좀 녹음할게요' 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욕과 성희롱 등은 갑자기 튀어나오기 때문에 8시간 내내 녹음해야 합니다. 게다가 어쩌다 가끔 안 하는 날도 있잖아요? 쉽지 않아요.
동료들이 증언해줄 것 같죠? 사람들은 문제 생길 것 같고 번잡스러운 일에 끼는 거 되게 싫어합니다. 잘 안 도와줘요.
이 빌런 상사를 마주치기가 죽기보다 싫다면 내가 죽을 순 없으니 퇴사합시다. (퇴사 전에 부서 전환배치되는 곳도 있으니 이것도 고려해보세요)
3. 갖고 있는 경력을 가지고 동종 또는 유사 업종으로 6개월 안에 연봉을 높여서 이직이 가능한 직종이다. 또는 내 이력서가 잡**, 사** 에 올라가면 헤드헌터들 전화가 폭주한다.
- 이건 퇴사라기보단 스카우트에 의한 이직으로 보는것이 낫겠습니다. 근데 넘 자주는 옮기지 마세요. 헤드헌터들이 왜 자꾸 회사 옮겼냐고 물어볼 때마다 이유 만들어내기 애매합니다. 인사담당자들도 아직은 잦은 이직은 안 좋아해요(이건 시대가 지나도, 엘리트가 와도 불문율인 듯)
4. 난 전문직이라 내 맘대로 창업이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월수입을 보장할 수 있다.
- 왜 남 밑에 있나요?? 얼른 퇴사하고 사장님이나 주인님이 되시면 됩니다.
5. 급여가 심각하게 낮다.
- 개인의 기준마다 급여의 높고 낮음은 다 다르겠지만 내가 받는 게 알바님들보다 못하거나 비슷하다. 또는 열정 페이인 것 같다. 터무니없이 낮은 급여를 오랜 기간 받고 있다 라면 심각하게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그만큼 받아도 사는데 문제없다면 상관없지만, 그 정도 받는 사람이 계속 있으면 오너는 그것만 줘도 된다고 생각하고 그곳은 계속 그 정도만 줄 거예요.
6. 엄빠가 사람들이 줄 서서 드나드는 가게를 하고 계신다.
- 부모님께 효도하고 얼른 가업을 잇길 바랍니다. 간혹 그래도 사회생활 해봐야 된다면서 회사에 입사시키는 부모님들 있는데,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손님이 줄 서면 그냥 거기서 일 배우는 게 더 나아요.
7. 취미삼아 하던 부업이 본업의 인컴을 훌쩍 넘어서서 그 일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 떠나세요. 부업을 본업으로 하시면 됩니다.
이런 경우 가급적 퇴사하지 마세요.
1. 난 독립적이고 자존심이 센 인간이라 조직생활 1도 안 맞고 상사들 비위 맞추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나가서 내 사업할거다.
- 그 내 사업이라는 게 막연히 그거 하면 된다던데 하는 거면(특히 카페나 치킨집) 그냥 다니던 회사 다니세요. 백종원도 실컷 망해보고 이제야 그 자리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 연세대 출신이에요. 학벌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지만 일단 스카이라고..
세상에 독립적이지 않고 자존심 없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인간인데 성격 없는 사람이 어딨나요.
그리고 조직 생활이랑 잘 맞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순응했거나, 체념한 사람이 대부분일 뿐.
사장 놀이는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에요. 하지만 그건 일단 ''돈'과 노력과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따라오는 일이라는 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모든 사업은 시작하자마자 돈이 막 굴러들어 오는 건 없어요.
최소 1~2년, 투자원금 회수하는데만 이 정도 걸리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동안 님은 무 월급이라는 거예요)
2. 내 꿈이 뭔지 모르겠다
- 꿈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나가서 꿈 찾지 말고 직장 다니면서 꿈 찾으세요. 꿈 없다고 죽는 거 아니에요.
3년 차쯤 되면 생활이 루틴해져서 갑자기 꿈 드립 하는 사람들 생기는데......... 꿈은 잘 때 꾸는 겁니다.
3. 입사한 지 1년이 안됐다
- 어디 가도 경력이 1년 미만이면 경력으로 안 봅니다. 초장에 여기 아니다 싶으면 빨리 던지고 다른 데 가서 1년 이상 채우세요. (그렇다고 자꾸 메뚜기 하면 벌판에 혼자 굶으면서 떠돌게 될 거예요)
4. 저 부장이 나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암울하다.
- 지금은 8~90년대가 아닙니다. 회사와 사회는 매일매일 급변하고 있고 느리게 변하는 조직도 있고 빠르게 변하는 조직도 있습니다만, 여하튼 당신이 보고 있는 그 부장님이 당신의 미래는 이제는! 아닐 거예요.
5. 공개된 사내연애하다가 깨졌다.
- 상대방이 나가면 나갔지 님은 버티세요. 사람들 말 그거 몇 달 안 갑니다. 당분간은 얼굴에 철판.
6. 그리고,
퇴사 인간이 되기 참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 평생직장(?) 종사자들이에요.
공무원이나 공기업처럼 정년이 보장이 되는 직종.
이 경우는 꿈 찾지 말고 가급적 거기 계세요.
물론 위에 퇴사해야 될 경우가 꽤 많이 나에게 해당된다라면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지만요.
인생 지루하고 길어 보이지만 약간 살아보니 평생 직장은 단점보단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가끔 부모님이 노예질을 해도 대갓집 마당을 쓸어라 라는 얘기를 우스개로 하셨는데..
이게 무슨말인지 가끔은 좀 알 것 같습니다. ㅎㅎ
코로나 땜에 꿈 찾아 온 곳이 셧다운 상태입니다. (그래서 시간 나서 글씁니다 ^^)
다들 힘든 시기 잘 이겨내고 얼른 상황이 정상화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