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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Dec 11. 2021

지은이 생일과 Karaoke Night

네덜란드 교환학생 D+23

2017년 2월 10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웬 새가 창밖에서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한 장 찍어봤다.

오늘 날씨는 평범한 네덜란드의 날씨였다(우중충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오늘 tutorial만 듣고 나면 토일월 사흘간 자유의 몸이다. 물론 리딩과 함께해야겠지만, 최소한 수업을 듣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니까!

우리 방의 행복포인트, 거대한 통창 너머로 보이는 탁 트인 하늘.


사실 어제는 지은이 생일이었는데, 지은이 본인을 포함한 모두가 급격히 쏟아지는 리딩과 수업에 치여서 제대로 파티를 열지 못한게 좀 아쉬웠다. 그 와중에도 귀여운 생일축하 가랜드를 사온 윤진이의 센스에 감탄했다. 지은이도 윤진이의 깜짝선물에 적잖이 감동했는지 팔(八)자 눈썹을 만들며 흔쾌히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해주었었다.




오늘 저녁은 Korean-Hong Kong Dinner였다.

홍콩 친구들과 함께 각자 나라의 요리를 만들어서 나누어먹기로 해서 이름을 저렇게 붙였다. 나는 야심차게 칼국수를 시도했는데 망해버렸다. 홍콩 친구들이 부디 한국 요리가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삘이 온 우리(나, 지은, 윤진)는 갑작스레 펍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수업과 과제에 치여 살더라도 금요일은 금요일. 허투루 보내기 아까운 날인걸!

마키(우리층 주민2. 일본에서 온 친구다. 모델같은 포스가 느껴지던 첫인상과 달리 엄청 붙임성과 친화력이 좋아서 금방 말을 트게 되었다.)가 우리에게 샴록(Shamrock)이라는 펍을 추천해줘서 가봤는데, 다들 불금을 즐기러 나온건지 사람이 너무 많아 바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신 마켓 여기저기를 구경하다 아이리쉬 펍으로 들어왔는데, 마침 여기에서 오늘 Karaoke Night을 한다고 해서 재미있는 구경을 하게 되었다. 펍의 한쪽에는 거대한 노래방 기기가 있고, 펍에 온 손님들중에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노래를 부르면 된다. 한국에서야 널린 게 노래방이지만, 여기는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카라오케 나잇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한곡 뽑아봐야지! 이런 건 또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와 윤진이도 줄에 섰는데, 신청곡을 쓰려고 보니 기계가 오래되어서인지 엄청 오래된 팝송들밖에 없어서 좀 김이 빠졌다. 그와중에 대기줄도 너무 길어서, 결국 나는 노래부르기를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노래하는 걸 배경음악 삼아 맛없는 맥주를 마시면서 셋이 떠들고 있는데, 라틴계로 보이는 어떤 언니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웬 어린애들이 놀고 있으니 귀여워 보였던 것일까...? 언니의 이름은 미셸. 그녀는 우리가 너무 cuuuuute 하다는 말을 쏟아내더니 자신의 친구들까지 소개시켜주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우리는 그들과 함께 클럽 탐방을 하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참 친화력이 좋다.


멋진 언니 미셸은 우리를 데리고 용감하게 마스트리히트 시내의 여러 클럽들을 누볐고, 클리닉이라는 클럽에서는 흑인들끼리 댄스배틀을 하는 것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특별한 티켓을 사서 가는게 아니면 디 알라(교환학생들이 자주 모이는 클럽인데, 노래는 구린데 사람만 많아서 소지품이 자주 분실되는 곳이다.)만 갔던 우리에게는 나름 신세계였다.


비록 내일은 브뤼셀 여행이지만 우리는 적당히 놀다가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 시간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이 동네에서 교환학생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공부하거나 클럽가거나 둘 중 하나인게 분명하다. 뭐 이런 동네가 다 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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