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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Apr 23. 2022

내 룸메이트가 왈라비라고?!

네덜란드 교환학생 D+31 : 보드게임 나잇, 그리고 동물원 방문

2017년 2월 18일 토요일


며칠 전에 지은이가 '보드게임 나잇'이라는 행사가 있다는 정보를 물어왔다.

다같이 저녁도 먹고 보드게임을 하는 행사라고 해서,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다. 그리고 그 행사가 바로 어제(2/17 금요일)였는데, 우리는 행사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뛰쳐나갈 궁리를 해야만 했다.


약간 이런 분위기였달까...?ㅋㅋㅋㅋㅋㅋㅋㅋ (만화 출처는 https://mobile.twitter.com/3__ooos)


우리는 음식을 먹은 것으로 참가비 7.50유로를 뽑았다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음식이 너무 맛이 없었다. 굉장히.. 다양한 메뉴가 있었는데도.. 전부 다 맛이 없는 기적적인 상황이었다. 나는 sushi rice*가 없더라도 긴 쌀은 절대 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먹는 쌀과 최대한 비슷한 쌀을 사려면 마트에서 'sushi rice'라고 쓰인 걸 사면 된다.

끔찍했던 보드게임 나잇의 식사...


보드게임 나잇에서 얼른 빠져나온 우리는 캔터스(Cantus, 이 지역 학생들이 죽어라고 술을 마시는 파티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애프터파티에 가려고 다른 교환학생들과 프리드링크를 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역시 무식하게 먹이는 카드게임을 했고, 그러다 보니 또 시간이 늦어져서 우리는 캔터스 애프터파티는 포기하고 그대로 디 알라(de alla)*로 직행했다. 아래는 한참 놀다가 힘들어져서 케밥집에서 쉬면서 찍은 사진. 재미있는 점은 여기는 클럽이나 술집들 근처에 새벽까지 영업하는 케밥집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클럽이나 술집들이 많은 골목에 새벽까지 영업하는 국밥집이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듯?


*디 알라 : 마스트리히트 대학 학생들의 단골 클럽이랄까.. 사실 노래도 시설도 별론데 왜인지 모르지만 많은 행사들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참고로 이곳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효니는 영영 폰을 되찾지 못했다! 귀국한 뒤 나중에 이곳은 불법 마약 문제로 잠시 폐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여러모로 어딘가 구린 곳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오늘. 새벽에 들어와서 역시나 늦게 일어났지만, 어제는 술을 섞어먹지 않고 전부 샷으로 마셔서 그런지 속이 아주 말짱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속을 달래주기 위해 당근과 버섯을 넣어 달걀찜을 만들었다. 전자렌지에 했는데 완전 맛있었다. 그리고 해장 기분을 살리기 위해 신라면을 끓였는데, 사실 그냥 국물만 먹고싶어서 뜯었다.

우리의 해장푸드


해장을 하고 난 뒤 우리는 말로만 듣던 동물원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효니 언니가 그곳에 있는 '왈라비'라는 동물이 어쩐지 지은이랑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어서 대체 어떤 동물일지 그동안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3시즈음 느지막이 엠빌딩을 나섰다. 오늘 역시 날씨가 좋아서 소풍 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지겹도록 보이는 비행기의 꼬리들. 밤에는 마치 별똥별 같이 보기기도 한다.


그 '동물원'의 위치는 마스트리히트의 오래된 성벽 너머였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동물원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민망한 허허벌판이 보였다. 그냥 잔디가 깔린 넓은 공간을 펜스로 적당히 둘러 놓고, 그 안에 동물들 몇 마리를 풀어놓은 정도였다. 어쨌든 우리는 고대하던 '왈라비'와 마주하게 되었는데, 작은 캥거루처럼 생긴 동물이었다. 지은이가 얘를 닮았다고? 싶어서 살짝 의아했는데, 왈라비가 겅중겅중 뛰어다니다가 앞발을 샥 들고 우리를 쳐다보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어쩐지 좀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내 룸메이트가... 왈라비였다니!! (이날 이후로 지은이는 본격적으로 왈라비로 불리게 된다)

왈라비 사진이 제대로 나온게 없어서 위키백과에서 가져온 사진. 실제로 본 왈라비는 귀여운 얼굴과 달리 뒷다리가 무척 튼튼해 보였다.


도도한 사슴과 한 발로 서있던 거위. 거위와 백조는 부리 색뿐만 아니라 발 색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저 거위는 이후 겁없이 인도로 걸어다니기 시작함.
엄청나게 오래된 마스의 성벽 위에도 올라가 보았다. 아직은 날이 추워서.. 봄에 피크닉을 오면 좋을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햇빛이 어쩐지 해질녘즈음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 이미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5시쯤이 되기가 무섭게 해가 바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우리는 내 자전거를 사러 갔던 날과 같은 꼴이 되지 않기 위해 후다닥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내가 지나다닐 때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던 동상 위에 올라탔다!

이런게 있으면 타보고 싶은게 사람 마음 아닌가...??
우리가 편의상 '디즈니 성'이라고 부르는 엠빌딩 근처의 성당 건물. 이게 보이면 집에 거의 다 왔다는 뜻이라 안심하게 된다.


열심히 걸어다녀서 그런지 도착하니 배가 슬슬 고파졌다. 윤진이가 애호박전을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됐는데 너무너무 잘 먹었다.

그나저나 나는 애호박전을 직접 해먹을 생각은 못 해봤는데, 윤진이 말에 의하면 아주 간단하다고 한다. 부침가루에 애호박(엄밀히 말하면 주키니다. 여기에 애호박이 있을 리가..!) 썬 것을 넣었다가 달걀물을 묻혀서 지글지글 부치면 끝! 정말 간단해 보여서 살짝 혹했지만 우리에겐 부침가루가 없으니 불가능... 그저 윤진이가 만들어준 맛있는 전을 냠냠 먹을 뿐이다.

윤진이와 함께 먹기 위해 삼겹살뿐만 아니라 야채와 소시지들을 함께 구웠다.




~끼서의 레시피 코너 : 간편 달걀찜~


◈ 요리 소개

: Cantus Afterparty의 여파로 고생한 내 간을 위한 해장요리! 뚝배기 없이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부들부들한 달걀찜이다. 그나저나 유럽 사람들은 대체 어떤 음식으로 해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 요리 재료 (2인분 기준)

달걀 2개

다진 야채 1.5 아빠숟가락(나는 당근, 버섯, 양파 넣음)

물 100g

소금


◈ 요리 방법

1. 쌀뜨물 100g을 준비한다

레시피를 참고한 블로그에서는 찬물에 다시마를 넣어 우리라고 되어있었지만, 아침이고 숙취로 괴로운 관계로 그냥 밥 짓는 김에 나온 쌀뜨물 사용


2. 계란을 깨서 잘 섞는다


3. 야채 다진 것과 계란을 섞은 뒤, 랩을 씌워 구멍을 뚫고 전자레인지에 3분!

나는 간을 언제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다 만들고 나서 했지만, 섞는 과정에서 소금을 넣어줘도 괜찮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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