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환학생 D+35
2017년 2월 22일 수요일
오늘은 카니발 전의 평화를 만끽하며 오후 1시 반에 일어났다. 어제 늦게까지 놀다 들어와서 새벽 5시에 잤으니 사실 당연한 건데, 부지런한 지은이는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구제샵을 구경하러 갔다. 나도 좀 밖으로 나다녀야 할텐데, 이제는 전날 밤을 새면 다음날은 무언가를 할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2022년에 이 글을 옮겨적는 감상 : 5년 전 일기인 셈인데 이 문장을 지금 보니 무척 웃기다. 지금도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어나서 늦은 점심도 챙겨먹고, 지은이랑 장도 봐 왔다.
이건 어제 집에 걸어오는 길에 찍은 사진인데, 텅 빈 새벽 거리에서 이런 구조물을 그냥 지나치기 뭔가 아쉬워서 지은이한테 찍어달라고 했다. 내가 예상한 감성은 아니었지만 그냥 마스의 밤거리 느낌을 남기고 싶어 올린다.
그나저나 어제는 비자 오피스에 거주허가증을 받으러 갔었다. 그런데 진짜 내 비자 발급 절차에는 무슨 마가 낀 건지, 내 허가증만 아직 안 왔다고 메일을 기다리라는 소리를 듣고 돌아와야만 했다. 나는 너네가 보내주는 메일을 못받은 게 한두번이 아니라 믿을수가 없다구요^^ 출국 전부터 내 비자 관련해서만 계속 문제가 생겨서 수없이 메일을 주고받고, 애타게 기다리고, 국제전화까지 걸어 가며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악몽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게 끔찍할 따름이다. 이제 거주허가증만 받으면 다 끝인데, 제발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 흑흑...
오늘 저녁은 연어스테이크다. 마스에 와서 처음으로 해먹었던 연어 스테이크 레시피를 찾아보려는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블로그에 레시피 코너를 만들기로 했다. 성공했든 망했든 정리해놓고 나면 나뿐만 아니라 자취하는—특히 한식이 그리운 교환학생들—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테니, 공개 포스트로 돌려놓아야겠다. *이날부터 내 블로그에는 요리 레시피가 잔뜩 올라가게 되었다.
평화로운 실버타운인 마스트리히트에서 내 일상은 매우 심플하게 흘러간다. 과제를 하거나, 파티에 다니거나, 여행을 가거나. 아무 과제도 일정도 없는 날에는 그냥 맘 편히 쉰다. 특히 과제의 압박이 없는 날에는 오늘은 뭘 만들어 먹을까 고민하면서 하루를 보내는데, 그만큼 행복한 날이 없다. 매일의 목표가 오로지 '그날 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인 기분이랄까.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에만 신경 쓸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물론 요즘은 리딩에 치여서 힘들지만, 사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다시 행복해진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또 있었던가 싶다.
글 쓰는 동안 내 팀플 메이트한테 드디어 답장이 왔다!! 오늘 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