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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Aug 24. 2022

일단 한 번 맡아보시겠어요?

네덜란드 교환학생 D+36

2017년 2월 23일 목요일


팀플은 여기서도 극혐이다.


요즘 나는 오감(五感)과 미디어를 연관지어 이해하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내용 자체는 흥미롭지만 로드가 생각보다 많아서 지쳐가는 중이다. 매 시간 리딩+토론에 직접 연구한 결과를 써야하는 기말 레포트만 해도 이미 버거운데, 설마 팀플까지 있을 줄이야!


나는 홍콩에서 온 체리라는 친구와 같은 조가 되었는데, 우리 조는 후각과 관련된 발표를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각자 발표하고 싶은 내용을 간략하게 준비한 뒤 오늘 만나서 회의를 했는데, 내 아이디어를 쓰게 되어서 기뻤다! 사실 팀플이 귀찮기는 하지만 주제 자체는 나름 흥미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발표 주제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된 건 리딩 자료에 있던 다음 구절을 읽으면서였다:


These studies view perception not as a physiological given, but rather as a learned behavior … perception is itself ideological … changes over time

- David Parisi,  Fingerbombing, or “Touching is Good”: The Cultural Construction of Technologized Touch


인간의 지각은 생리적인 반응이 아니라 학습된 것이며, 특히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것이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리 조에게 주어진 주제는 후각이었으니, 그렇다면 냄새에 대한 반응 역시 사회문화적인 측면의 영향을 받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악취를 악취라고 인식하고 역하다고 느끼는 건 인류 보편적인 지각과 반응이겠지만, 그렇다면 인공적인 향기에 대해서는 어떨까 싶었다. 특히 우리 기숙사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모여 있으니 이런 실험을 해보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두 개의 향 제품을 준비하고, 거기에 더해 각 제품의 광고 이미지를 찾아서 준비했다. 이미지가 향기를 지각하는 데에 미치는 영향 역시 실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향수와 로션 샘플을 들고 실험체(?)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첫 번째 실험 대상은 당연히 나의 사랑하는 한국인 친구들이었다^ㅡ^

5명의 한국인들에게 성공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또 누가 있을까 싶어 윤진이네 층을 어슬렁거리다가 벨기에 여행에 갔이 갔던 친구들, 맷과 리지아를 마주쳤다. 그들은 친절하게도 '일단.. 한번 이 냄새를 좀 맡아볼래?'라는 내 수상한 제안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3층에서는 크리스티안, 그리고 스페인 친구가 실험에 참여해 주었다. 크리스티안은 누가 이탈리안 아니랄까봐 상당히 로맨틱하게 냄새를 묘사해서 우리는 모두 빵 터졌다. 내 팀플 메이트는 과연 어떤 실험 결과들을 모았을지 기대가 된다. 


이건 그냥 오늘 장보러 갔다가 하늘이 예뻐서 찍은 사진이다.

+ 17.02.24. 금요일 : 유빈언니 생일파티

따로 적기엔 분량이 적어서 여기에 마저 적는다.

유빈언니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깜짝 파티를 계획했다! 삼겹살 파티를 빙자해서(물론 원래도 삼겹살이 먹고싶었음) 다같이 모여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상추에다가 쌈을 싸 먹었다. 이후 이야기를 하다가 Fion이 가져온 케이크를 깜짝 공개하면서 술을 마셨는데, 언니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정말로 깜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 깜짝파티 대~성~공~!!! 알버트 하인의 케이크와 점보의 스트룹 와플은 정말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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