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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Jan 15. 2023

두근두근 카니발 전야

네덜란드 교환학생 D+38

2017년 2월 25일 토요일


드디어 어제 팀플이 끝났다!!!

완성된 보고서가 구글 독스 문서로 무려 12쪽이나 됐다. 이게 기말 레포트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히 ppt는 사진 위주로 만들어서 보고서 완성 후에 금방 해치울 수 있었다.

원활한 팀플을 위해 구글 드라이브의 ppt를 사용했다. 시간이 없어서 디자인같은 건 과감히 포기했다!


어쨌든 내일부터는 카니발 주간이라 수업도 없겠다, 나와 지은이는 산책겸 마켓 광장으로 슬렁슬렁 기어나갔다. 카니발 준비가 한창인지 푸드 트럭들이 많이 와있었는데, 솜사탕+카라멜 팝콘을 팔길래 하나 사먹었다. 이런거 먹으니까 괜히 축제 기분이 나고 설렜다.


오늘은 다행히 어제보다 날씨가 괜찮았다. 어제는 딱 전형적인 네덜란드 날씨(우중충)였는데 말이지! 잘하면 카니발 첫날인 내일도 맑은 하늘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왼쪽이 어제, 오른쪽이 오늘이다.

우리는 둘다 내일 한복을 입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면 특별할게 없겠지만 동양인 자체가 드문 이 마스트리히트에서 한복정도면 꽤 신선한 코스튬이 될 것 같았다. 신기한 건 나랑 지은이가 마치 약속한 것처럼 둘다 한복을 들고 왔다는 점이다. 나는 한참 옷 만들기에 빠지신 엄마가 만들어 주셨고, 지은이는 사온거라는데 어쩜 둘다 꽃무늬다. 어쩌면 우리는 운명의 룸메일지도~!




저녁에는 시간이 널럴하니 치킨마요 덮밥을 만들어 먹었다.

치킨이 어디서 났냐고? 당연히 또 직접 튀겼지!

우리는 치킨마요가 먹고싶어서 직접 치킨을 튀기는 불쌍한 네덜란드 자취생들이다.

한국 자취생들은 먹다 남은 치킨을 처리하기 위해 치킨마요를 해먹겠지만 우리는 애초에 먹다 남은 치킨이라는 게 없다.. 그렇게 다시 생닭에 저번에 쓰다 남은 튀김가루를 묻히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번엔 귀찮아서 우유에 재는 과정같은건 과감히 건너뛰었다.


또 까먹고 튀김용 기름을 안 사다놔서 저번처럼 피같은 올리브유를 듬뿍 붓고 치킨을 튀겼다. 정말 몸에 좋은 치킨이야...^^ 불 앞에서 열심히 내가 치킨을 튀기는 사이 지은이는 참치 샐러드에 레드오렌지와 오렌지를 둘러서 예쁘게 데코레이션을 해 두었다. 대체 오렌지를 어떻게 저렇게 깔끔하게 까는거지? (저번에는 한번 내가 까려고 했는데 오렌지가 반쯤 주스가 됐다.)


치킨을 다 튀기자 미리 안쳐놓은 밥이 다 되었다. 확실히 둘이서 준비를 하면 효율적으로 시간에 맞게 착착 잘 된다. 지은이랑 같이 요리한지도 벌써 한달이 넘어서 그런가. 아무튼 밥 위에다 스크램블 에그를 언고, 위에 졸인 양파와 치킨 자른 것을 올렸다. 마요네즈와 데리야끼 소스를 뿌리고 그 위에 김 자른 것을 뿌리면 완성!


맛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갓 튀긴 따끈따끈한 수제 치킨의 공이 컸던 걸지도. 우리는 다시 행복에 젖어서 배부른 상태로 소파에 늘어졌다. (사실 홍콩 사람들이 다같이 카니발 전야를 즐기려는지 동물 잠옷을 맞춰입고 3층 리빙룸 테이블을 차지해서 처음부터 소파에서 먹었다.)

손이 좀 가기는 하지만 치킨마요는 사랑이다.

...그치만 다음부터는 그냥 냉동 너겟을 사다 만드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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