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환학생 D+5, 스페인 알리칸테 여행 첫째날
2017년 1월 23일
오늘은 스페인 여행 첫날.
늦은 오후 비행기인 덕분에 점심도 만들어서 먹고 밍기적거리다가 마스트리히트-아헨 공항으로 향했다. 마스트리히트에 있는 공항이지만 이름이 왜 저모양인지는 아래의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네덜란드 지도를 보면 아래에 빠삐코 꼬다리처럼 삐죽 튀어나온 땅이 보인다. 바로 마스트리히트가 포함되어있는 림부르흐(Limburg) 주인데, 이곳은 벨기에-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마스트리히트는 왼쪽, 벨기에 영토와 딱 붙어있는 곳이다. 물론 독일과도 가깝다. 버스를 타고 1시간이면 독일의 아헨(Aachen)주에 갈 수 있다. 내가 한국에서 대학으로 통학할 때 여러 번 갈아타며 한시간 반 남짓 걸렸던 걸 감안하면, 버스 하나 타고 한시간만에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런지 마스트리히트 대학에는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아주 많다. (마스트리히트 대학은 정원의 절반 이상이 교환학생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대학인데,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독일 학생들이라고 한다.)
사실상 벨기에나 독일의 주라고 해도 무방할 마스트리히트의 위치. 심지어 네덜란드 입국심사때는 공항 직원이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마스트리히트가 정말 네덜란드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물론 장난이었다.(하지만 조금 쫄았다. 혼자서 장기 체류하는건 처음이라 혹시 대답을 잘 못해서 문제가 생길까봐 긴장했었다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장난끼가 무척 많다.
우리는 게이트가 닫히기 30분쯤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도 그리 크지 않아서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체크인을 하는 직원이 내 여권과 거주허가증을 보더니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난데없이 double check를 해 봐야한다며 전화를 하러 가더니, 게이트가 닫히기 직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채로 하염없이 직원을 기다렸다. 대체 뭐가 문제지? 내 거주허가증에 뭔가 잘못된게 있나?
온갖 걱정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직원이 다시 돌아왔다. 그 사람이 다른 직원과 또 한참 말을 하는데, '이들은 north 가 아니라 south Korea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설마 우리가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걸까...? 해외에 나가서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북쪽인지 남쪽인지 물어보는 인간들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공항에서까지 이런 일이 생길줄은 몰랐다. 아 북한 사람들은 이렇게 자유롭게 해외여행 못한다구요!!! 이건 상식 아니냐고요!!! 지은이는 내 성이 김씨니까 혹시 김정일과 관련된 인물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혹시 지금 북한의 김씨인 누군가가 인터폴 지명수배중이라던가, 뭐 그런거일수도 있지, 쩝... 아무튼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서 라이언에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딱히 저가도 아니지만 저가항공사답게 라이언에어는 좌석이 무척 좁았으며, 승객들을 비행기로 바로 연결해주는 통로도 설치를 안 해서 승객들이 직접 비행기까지 걸어가야 했다. 살면서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네덜란드의 1월은 참 춥다. 우리는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 비행기까지 걸어갔다. '알리칸테(Alicante, 우리의 첫 여행지. 스페인에서도 남부지방에 속한다.)에 도착하면 따뜻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서.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틀려버렸다. 알리칸테의 날씨는 네덜란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혹시라도 밤에 추워지면 입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챙겨온 바람막이를 일정 내내 입고 다니게 되었다.
가을 날씨 정도를 생각하고 챙겨간 얇은 긴팔 티셔츠와 가디건, 남방은 한번에 하나씩만 입게 될 줄 알았는데, 스페인의 겨울 날씨는 그 세개를 전부 입고 그 위에 바람막까지 입어야 간신히 추위를 면할 수 있는 정도였다. 겹겹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들고오지 않은 지은이는 결국 여행 막바지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는 이야기...
우리 숙소를 찾아서 체크인을 하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우리는 스페인의 맛있는 음식들을 기대했지만 그런 레스토랑들은 이미 닫은지 오래. 결국 밤늦게 연 몇 안되는 가게들 중 Papizza라는 피자 체인점(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피자를 먹게 되었다. 그런데 진짜 맛있었다. 아무리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이건 객관적으로도 맛있었다. 역시 체인점은 안전하군.
지은이가 초스(우리학교 초급 스페인어 강좌의 줄임말이다)를 들은 덕분에 온통 스페인어로만 쓰여진 메뉴중에서 안전하게 닭고기가 들어간 피자를 고를 수 있었다. 이후 지은이의 초스 실력은 여행에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우리학교의 외국어 강좌는 생각보다 쓸만했던 것이다!
밥을 먹었으면 당연히 디저트를 먹어야지. 우리는 아까 식당을 찾아 배회할 때 쫄아서(뭔가 분위기가 무서웠다...) 지나쳤던 라운지 바 옆의 젤라또 가게에 들어갔다.
"Is there anything you recommend?" - 여행 내내 정말 많이 했던 말이다. 직원은 초콜릿 무스라며 페레로 로쉐 맛과 킨더 초콜릿 맛을 소개했고, 우리는 초콜릿 덕후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것을 골랐다. 정말로 딱 이름대로의 맛이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결국 남겼지만 나름 흡족한 식사였다. 우리는 어딜 가든 먹는 거 하나는 정말 제대로 하는 여행 콤비인 것 같다. 아주 맘에 든다.
오늘의 메뉴
▶점심 : 해시브라운, 미트볼스파게티, 모구모구 망고맛(진짜 맛있음)
▶저녁 : 파피자의 'Newyork' 피자와 콜라 한 잔, 페레로로쉐 아이스크림 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