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이라
오랜만에 가는 테마파크지만 하나도 설레지 않았다. 이곳을 방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르는 코스 중에 하나인데, 왜 들뜨지 않는 걸까. 마지막으로 테마파크에 간 게 언제였더라. 놀이기구를 탄지 오래되어서 그 기분마저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놀이공원이 재미있을 나이가 지나버린 걸까. 속세에 찌든 탓인가.
테마파크 오픈 2시간 전 여유 있게 도착했다. 식당가가 늘어서있었지만 걸어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거리가 휑했다. 이렇게까지 일찍 오는 게 맞는 걸까. 입구에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일찍 올 필요는 없었던 거 같다고 생각될 즈음 안내하고 있는 직원분이 보였다. 티켓을 확인하더니 오른쪽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문 너머로 들어서자 복작복작하게 줄 서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 다들 여기에 있었구나.
외국인, 내국인, 커플, 아이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놀이공원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오픈까지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하는데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걸까. 안내 직원이 미리 나와있었다는 건 이런 일은 평소에도 자주 있는 일이라는 거겠지. 대규모 테마파크답게 오픈 전 대기 줄이 길게 나 있었다. 아까도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오픈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사람이 늘어났다. 기대감에 부푼 사람들 속에 조용히 묻혀있자니 감정이 동화되는 것 같았다.
오픈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저쪽에서 사람들이 입장하는 것이 보였다. 얼리버드 티켓을 가진 사람은 오픈시간보다 일찍 입장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노래도 흐르지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는 놀이동산에 들어간 기분은 어떨까. 어릴 때 상상만 해왔던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리는 상상을 하니 조금 들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오픈시간이 다가왔다.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놀이공원 캐스트들이 열을 맞추어 앞에 섰다. 각 줄 앞에 서서 사람들에게 손인사를 했다. 사람들의 말소리만 들리던 곳에 경쾌한 음악이 깔렸고, 금방이라도 모험을 떠날 것 같은 차림의 놀이공원 캐스트를 보니 울렁거렸다.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모두 열리고 음악은 더 웅장해졌다. 이게 뭔데 울컥하냐. 한동안 잊고 지냈던 감정을 다시 마주한 느낌. 노래가 조금만 길었다면 눈물이 흘렀을 거다. 집 나갔던 동심이 돌아왔다. 1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만에 재미있게 놀 준비를 마쳤다.
맞다, 테마파크는 이런 곳이었지. 잊고 있었다.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었지.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지난번에 가 봤으니까. 그래서 가지 않았고, 잊었다. 한동안 쓰지 않고 있던 감정의 방 어딘가를 오랜만에 열자니 어색했다. 그래서 못 열었다. 먼지가 쌓이기도 했고, 치울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귓가를 둘러싼 웅장한 음악이 문을 그냥 열어젖혔다. 방 안과 바깥의 기압차 때문인지 바람이 불었다. 덕분에 소복이 쌓였던 먼지도 훌훌 털렸다. 하, 그래. 이거였는데. 그동안 왜 잊고 지냈을까. 조금 오래되었지만 애정 어린 물건들로 가득한 방에 하루종일 몸을 묻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