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계획대로
가게가 5시 오픈이라면 보통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첫 번째 경우는 5시에 가게에 출근을 한다. 사장 혹은 직원이 5시에 출근을 하기 때문에 이때 늦게 오면 5시에 맞춰 오는 손님은 가게가 영업을 안 하는 것으로 오인한다. 5시 오픈이라고 써 두고 5시 5분, 10분에 오픈하는 가게는 꽤 흔하다. 두 번째 경우는 5시 이전에 나와서 영업준비를 모두 해두고 5시부터 손님을 받는다. 가벼운 청소부터 식기세팅, 재료손질까지 생각한다면 몇 시간 전에는 나와서 준비를 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후자에게 관심이 더 간다.
5시 오픈인 가게에 첫 손님으로 입장했다. 오픈시간에 맞추어 딱 도착했는데 모든 테이블에 세팅이 되어있었다. 직원 한 분이 오셔서 자리로 안내했다. 너무 구석지지 않은, 가게의 모든 곳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석이었다. 첫 손님에게 주는 혜택인 걸까. 환대가 조금 부담스러워 눈을 피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지만 간단하게 메뉴 설명을 받고 주문을 했다. 가게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메뉴를 주문하기까지 자연스럽고 과하게 친절했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 가게에 갔을 때에는 종종 가게에 대한 tmi를 알게 된다. 홀에 있는 사람과 주방의 사람이 가족이라거나.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은 온 지 얼마 안 되었다거나. 매장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고, 손님 니즈를 세세한 것 하나까지도 파악하고 있다거나. 뭐, 그런 것들이다. 가게의 영업비밀을 알아내겠다며 이리저리 둘러 다니지 않아도 종종 들리는 대화에는 참 많은 것이 담겨있다.
메뉴를 주문하고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 5분. 그 잠시동안 아까 안내했던 직원이 다른 직원을 교육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보통 알바를 교육한다면 키오스크 다루는 방법, 메뉴에 대한 설명, 메뉴 추천, 손님 응대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 범위를 벗어났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갔다. 일반적인 알바 교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세세했다.
친구들끼리 온 경우와 커플끼리 온 경우의 안내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기본 반찬 세팅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1번부터 9번 테이블 중에 어떤 테이블이 가장 상석인지, 메뉴 추천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등이었다. 예상을 깬 세세한 내용에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듣고 있었다. 마치 가게 컨설팅을 해주는 느낌이었다. 단순 직원은 절대 아닐 것이다. 매니저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필시 사장일 것이라는 직감이 왔다.
음식점을 방문하는 경우는 다양하다. 친구들과 단순히 맛있는 것을 먹고 이야기를 하러 가는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를 대접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통행이 많지 않은 안쪽 좌석으로 안내하고, 대접받는 이를 중심으로 반찬을 세팅해야 한다. 음식을 내어갈 때에 간단한 설명은 꼭 붙어야 하며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을 먹어보라고 권했다. 손님의 유형을 나누고, 유형별로 상황별로 모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게 유료 컨설팅을 받는다면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 가게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게라고 생각했다. 가게에서 나오고 이것저것 찾아보고서야 몇 년 이상 장사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하나다. 매장이 너무 깨끗하고 깔끔했다. 그런데 몇 년이나 되었다니. 이렇게까지 관리가 잘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분명 주변에 있는 가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게일 뿐이다. 그런데 세세하게 생각해 보면 뭔가 달랐다.
주방이 모두 보이는 오픈식인데도 불구하고 깨끗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테이블과 의자 역시 바르게 정렬되어 있었다. 단순히 첫 손님이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바르지 않다, 깔끔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없었다. 단순히 친절하다고 느꼈던 것 역시 미리 설계되어 있던 무언가가 아닐까 싶었다. 방문하는 이가 누구인가에 따라 세세히 나누어 설명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이 설계된 곳에서 설계대로 느낀 것일 테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 있어도 티가 난다고 하더니 바로 이런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오픈시간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고 있는가. 손님이 가게에 방문했을 때 어떤 것을 경험하고, 어떻게 느낄 것인가. 어떨 때 기분이 좋다고 느끼고, 친절하다고 느끼며, 편안하고 또 오고 싶게 만들까. 매장을 방문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면 왜 좋았는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왜 좋지 않았는가. ‘모든 것은 계획대로’라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