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기
핸드폰 중독이다. 딱 느낌이 왔다. 이거 이거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세간에서 중독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자제를 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다.
하루종일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못한다. 실제로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건 아니고, 가만히 앉아서는 편안하지를 못하다. 아주 콕 집어서 말하자면 영상 한 편을 제대로 못 본다. 중간중간에 건너뛰고 이 영상을 봤다가 저 영상을 본다. 쇼츠도 너무 길다고 느껴지고, 영화관의 도움 없이는 영화 한 편을 못 볼 것 같다면 핸드폰과 멀어져야 할 때다.
핸드폰이 마냥 안 좋기만 하다는 건 아니다. 도서관 이용증을 발급하려고 해도, 당장 계정에 로그인을 하려고 해도 핸드폰이 필요하다. 챌린지 인증, 블로그, 브런치, 홈트영상 모두 핸드폰을 통해서다. 하다못해 길거리 음식을 하나 사 먹어도 계좌이체할 수단이 필요하다. 사실상 핸드폰과 아예 단절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럴 때 최고의 대책은 아무것도 안 하기이다.
핸드폰에 중독이 된 이유는 게으르지 않아서다. 너무 부지런하게 이것저것 영상을 봤고, 머릿속에 이 정보 저 정보를 집어넣었다. 할 일은 많은데 과부하가 걸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무기력하게 가장 쉬운 일, 간단한 쇼츠 영상이나 보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이 부지런함을 멈추어야 한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면 된다. 눕든 앉든 상관없이 그냥 가만히 있는다. 딱 5분만, 아니면 딱 10분만.
짧은 영상 이것저것을 보며 무리를 주던 뇌에 잠시 휴식시간이 찾아온다. 시끌시끌한 내부에 고요한 적막이 찾아온다. 여전히 여기저기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그냥 내버려 둔다. 조용히 하라고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흘러가게 둔다.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있어서인지 몸이 찌뿌둥한 것 같다. 운동, 해야 하는데. 어차피 해야 할 거 운동이라도 하자 마음먹는다. 몸이 찌뿌둥할 때마다 찾는 아침요가 영상 하나를 틀어두고 그대로 따라 한다. 시간이 아깝다, 강도가 약하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기로 한다. 핸드폰 하느라 까먹은 시간에 비하면 훨씬 낫다.
오랜만에 안 쓰던 근육을 움직이니 좀 개운하다. 한 발로 서고, 몸을 비틀고, 버티는 동작을 하다 보면 시끌시끌하던 속이 좀 가라앉는다. 기왕 멈춰가는 김에 푹 쉬자는 의미로 반신욕도 한바탕 하기로 한다. 물을 받고 입욕제를 골라 적당히 풀어준다. 뜨끈한 물에 들어가 몸을 뉘인다. 가만히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좋다. 적당히 고요해졌다. 그래, 이제는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루었던 일들이 하나씩 정리된다. 눈앞에 거슬리는 쓰레기도 치우고, 물건도 제자리에 가져다 둔다. 물도 한잔 마시고, 책상에 앉는다. 다이어리를 꺼내 오늘 날짜가 적힌 페이지를 편다. 한동안 안 적어서 깨끗하다. 머릿속이 정리되어서인지 할 일을 적는 것도 슥슥 잘 적어나간다.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물론 다 할 생각은 없다. 다 하려고 적은 거 아니다. 확인 차원에서 적은 거다. 당장 급한 일 몇 가지를 추려낸다. 이제 됐다. 적당히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