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 좋아하시나요?

맛은 한약맛입니다만, 중독될걸요? 언젠가.

by 다해

“이건 상추랑 달라서 좀 비싼디, 살 겨?”

쌈채소를 사러 근처 가게에 왔다. 적상추, 로메인, 치커리 등 쌈채소가 다양하게 놓여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 건 당귀잎이다. 당귀가 있네? 한 줌 정도 있는 당귀잎을 모두 봉투에 넣고 그 위로 상추를 종류별로 한 움큼씩 담았다. 계산대로 가져가니 상추와 당귀는 가격대가 다르다고 한다. 어쩐지 여기 말고는 아무 데도 안 보이더라니. 발견한 게 기적인 듯하다. 고른 모든 채소를 달라고 했다. 오랜만에 당귀잎 먹는다.

당귀잎은 생각보다 구하기가 쉽지 않다. 길거리에서 파는 야채를 보아도 잘 팔리는 상추, 깻잎이나 제철 나물이 위주다. 마트에서는 자라 팔리는 샐러드용 채소, 양상추, 새순, 양배추 등을 주로 팔고, 쌈채소도 상추, 깻잎 위주로 판다. 이상하게 당귀잎은 잘 안 보인다. 애초에 좋아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당귀의 첫인상은 물론 좋지 않았다. 당귀잎의 맛을 말해보자면, 한약 맛이다.

당귀잎과의 첫 만남은 쌈밥집이다. 쌈채소를 다양하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쌈밥집을 부모님이 좋아하셨기에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쌈채소를 접했다. 상추에 꼭 치커리나 당귀잎 등을 곁들여서 드시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당귀잎을 한번 집어먹었다가 아주 크게 당한 기억이 있다. 향부터가 한약 냄새가 나는데 정말 맛있게 드시고 계시길래 맛있냐고 몇 번을 되물은 이후에야 먹었다. 물론 냄새도 맛도 한약이었다. 도대체 이걸 왜 먹는 걸까.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부모님은 당귀잎을 꽤 좋아하셨다. 그래서 당귀잎과 식탁에서 꽤 자주 만났다. 그렇다고 먹지는 않았지만 생김새와 냄새로 당귀잎을 알아차릴 수는 있게 되었다. 평범한 쌈에 질릴 때쯤 당귀잎을 슬쩍 집어넣어 봤다. 물론 맛과 향이 강렬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주 조금만 잘라서 넣었다. 생각보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적당히 향긋한 한약 맛이 났다.

어릴 때부터 각종 잔병을 달고 살았다. 감기, 비염, 두통. 덕분에 어릴 때부터 아주 다양한 종류의 한약을 먹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못 먹겠어서 코를 막고 한 번에 들이켠 다음 마무리로 꼭 사탕 한 알을 물었다. 한약을 먹고 나서 남는 그 향을 견디기가 참 어려웠지만 점차 한약을 즐기게 되었다. 음, 진하군. 적당하군. 물론 양치를 하고 나서도 한약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냥 적당히 건강해지는 차의 일종으로 생각하게 된 듯하다. 그래서 당귀잎도 그렇게 변한 걸까?

문득 당귀잎이 먹고 싶었다. 고기가 없어도 되고, 다른 쌈채소가 없어도 되니 그냥 당귀잎을 씹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 슈퍼에서는 당연히 당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조금 더 멀리 가서 큰 식자재 마트에 갔다. 여전히 당귀잎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더 나아가 대형마트까지 갔다. 여전히 당귀잎을 발견하지 못했다. 못 먹는다고 생각해서인지 당귀잎이 더 먹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쌈밥집에 갔다. 한편에 놓여있는 당귀잎을 잔뜩 집어서 자리로 갔다. 한약향이 나는 당귀잎을 넣어 쌈을 싸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이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나? 아니,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니라 몸이 당귀잎을 흡수하는 것 같다. 단순히 맛있다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귀‘는 한약을 만드는 대표적인 재료 중 하나라고 한다. 당귀 뿌리는 우려내어 한약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고, 당귀잎은 식용으로 무쳐먹거나 찌개에 넣어먹거나 쌈채소로 먹는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특정한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는 내용이 나와있는 식품이었다. 어쩌면 맛있는 것 이상으로 몸이 빨아들이는 느낌은 내 몸이 당귀를 원했던 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당귀잎을 먹었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이게 바로 이해할 수 없는 입맛을 가진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뭐 이러나저러나 내 몸이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적당한 이파리를 찾았다는 건 꽤 기쁜 일이다. 게다가 집 근처에서 보기 힘든 이파리를 판다는 건 복 받은 거 아닌가? 내일은 오랜만에 먹은 당귀잎의 여운을 마저 즐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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