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산 꽃

기분이 좋거든요:)

by 다해

어떤 지역을 방문하면 로컬푸드 매장은 꼭 방문한다.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을 바로 판매하는 곳은 언제나 환영이다. 지역의 특색도 한눈에 볼 수 있고, 신선한 농수산물을 발견하기도 좋다. 누가 판매했는지, 언제 이 매장에 왔는지에 대한 정보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기되어 있다. 가격이 크게 저렴하다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품질이 다르다. 도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쌀, 방금 밭에서 벗어난 농산물 등. 신선식품은 특히나 웬만하면 실패가 없다.

로컬푸드 매장 한편에는 꼭 꽃이 놓여있다. 방문한 로컬푸드 매장에도 꽃들이 있었다. 평소에는 스윽 보고 지나쳤다. 여행지이기 때문에 차에 오랫동안 머무르고, 그동안 꽃이 쉽게 시들기 때문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짐을 정리할 때에도 거추장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눈이 갔다. 지금 내가 꽃이 필요한가 보다. 진열된 꽃을 구경했다. 리시안셔스, 프리지어, 물망초. 꽃들이 모여있으니 더욱 향기로웠다. 그래, 그냥 사자. 딱 하나만. 부담스럽지 않게. 테이블에 장식해 두면 참 예쁠 거다.

프리지어는 얼마 전에 잔뜩 샀는데 결국 피지 못하고 말라갔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눈이 갔다. 지금이 프리지어가 많이 나올 계절이기도 하고, 향도 좋고, 무엇보다 싱싱했다. 생채기 하나 없이 적당히 꽃이 피어있고, 적당히 피어있지 않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노란색뿐만이 아니라 보라색이랑 적당히 섞어놔서 번갈아 바라보는 맛이 있었다. 리시안셔스는 예뻤다. 세 가지 꽃 중에서 가장 큰 꽃이고, 가장 예쁜 꽃이었다. 그런데 향이 거의 없었다. 물망초는 꽃이 가장 작았다. 잔디에 어쩌다 보이는 작은 꽃 같은 것들이 줄기에 옹기종기 피어있었다. 하지만 향이 가장 진했다. 프리지어도 향이 진한 편에 속하는데 이보다 조금 더 진했다.

후보는 두 가지로 추려졌다. 익숙하고 예쁘고 향이 진한 프리지어, 익숙하지 않고 꽃이 작지만 향이 진한 물망초. 꽃들 가운데 서서 고민하다 친하지 않은 물망초를 골랐다. 익숙한 동네를 떠나온 여행, 처음 온 로컬매장, 익숙하지 않은 꽃. 상황과 꽃의 조합이 딱 맞다 싶었다. 매대에서 계산을 하고 뿌듯하게 꽃을 안고 나왔다. 직접 고른 꽃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쉬었다. 물망초의 싱그럽고 은은한 향이 퍼졌다. 꽃이 온 얼굴에 닿았다. 꽃가루를 옮겨주는 벌이 된 마냥 얼굴을 묻고 한참을 있었다. 이게 바로 힐링이지.

매장에서 숙소까지는 한 시간 거리. 물 없이 그냥 버티기에 너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그래도 괜히 잘 버텨줄 것 같았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게 꽃은 아까 매장에서 봤던 것과 같은 상태로 숙소에 도착했다. 생수통에 물을 받아 물망초를 넣었다. 식탁 위에 두니 제법 예뻤다.

식사하면서 한번 보고, 샤워하고 나와서 한번 보고, 야경 구경하다가 한번 봤다. 참 예쁘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꽃에 얼굴을 묻었다. 싱그러운 향을 한참 맡았다. 기분이 좋다. 여행지에서 사면 안 되는 품목 중에 하나로 꽃이 있었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해야 할 것이 많은 여행지에서 꽃이라니. 관리해야 할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냥 그런 것은 아니다. 여행지에서의 하루일과를 모두 마치고 물망초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정말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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