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일

기초과정 ing

by 다해

인생 살아가기 정말 힘들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겁다. 다들 이렇게 힘든 일들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걸까. 말도 안 된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일들을 해내고 있다. 매일 적당한 영양소를 갖춘 밥을 먹고, 어지른 것을 치운다. 몸 여기저기를 움직여주어야 삐그덕 대지 않으니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움직인다.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양치질을 하고 세안을 한다. 언제부터 이 모든 것이 별거 아닌 일들이 되었을까.

별거 아닌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야만 했다. 그래야 그다음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 학교를 가고, 무언가를 배우고, 사회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일전의 일들을 모두 해낸 사람에게 한정되었다. 그 일들마저 해내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의 기약은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별거 아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몸을 꾸준히 움직여주어야 계속 움직일 수 있다기에 움직였다. 대단한 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걸었다. 그런데 내 걸음은 제대로 된 걸음인가. 의문이 들었다. 발바닥 전반에 힘을 고루 주고 있는가. 무릎이 안쪽으로 혹은 바깥쪽으로 접히지는 않는가, 발끝이 안쪽을 혹은 바깥쪽을 향하지는 않는가. 더 나아가서는 제대로 서 있는가. 가만히 서 있는 자세에서 발 위에 무릎 위에 골반 위에 상체가 똑바로 섰는가. 하나하나를 생각했을 때에 제대로 된 것이 하나 없었다.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똑바로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과하게 신전되어서 허리에 부담이 되는 자세라고 한다. 오래 걷거나, 오래 서 있으면 허리에 무리가 오는 이유였다.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허리에 힘이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는 자세였다. 적당한 커브를 유지한 상태로 서 있어야 하는데 그 커브의 정도가 커서 엉덩이가 과하게 뒤로 나와있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상체는 상대적으로 앞으로 쏠려있다. 무릎, 골반, 상체가 바닥에서 일자로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무릎보다 뒤쪽에 엉덩이가, 무릎보다 앞쪽에 상체가 있다. 오래 서 있어도 무리가 가지 않기 위해, 허리가 아프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서 있을 때의 모습을 교정하는 거다.

실시간으로 누가 옆에서 또 허리를 과하게 꺾었다고 지적해 줄 수 없기에 혼자 해야 한다. 무릎 위에 골반, 그 위에 상체가 놓여있는지 혼자 확인을 해야 한다. 으레 그렇듯 쉽게 잊는다. 오래 걷고 또 허리가 아파오면 그제야 아, 자세 확인을 안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듯해도 무릎 위에 골반 위에 상체가 서 있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서 있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듯하다. 도대체 다들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거냐.

양치질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이가 시려서 치과에 갔다. 이가 시릴 나이는 아닌데 벌써 이러면 어떡하지?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은데 그날들 동안 이가 시리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바람만 불어도 시린 이를 가지고 있다는 건 너무 슬펐다. 단순히 충치라기에는 모든 부분의 이가 시렸다. 설마 전반적으로 충치가 퍼진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치과에 방문했다.

잇몸이 닳았다고 한다. 잇몸이 닳다니? 이가 갈린 것도, 닳은 것도 아니고 잇몸이 닳았다고 했다. 양치를 너무 세게 해서 이를 감싸고 있는 잇몸이 닳았다고 한다. 그래서 감싸져 있는 부분이 노출되어서 바람이 불거나 할 때에 이가 시리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가로로 양치질을 하거나 칫솔질을 세게 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시린 이를 위한 치약을 하나 받아왔다.

칫솔질에 대한 방법론은 다양하다. 위아래로 닦기, 원형으로 닦기 등. 칫솔질뿐만이 아니라 치간칫솔 혹은 치실을 함께 사용해야 하며 혀도 관리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새삼 충격받은 상태로 올바른 양치질에 대해 서치 했다. 칫솔을 누르지 않을 정도로 살살, 위아래로 문지르고 이와 잇몸 사이를 주의해되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로 닦을 것. 어금니 쪽과 이 안쪽, 이와 이 사이는 특히 주의해서 닦아야 하는 등 주의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았다. 이 닦는 거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간이었다니.

다들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지 않은 일들을 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서고, 걷는다. 이가 상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별거인 일들을 별거 아닌 듯 해내고는 그 이상의 것 역시 해낸다. 이런, 대단한 사람들 같으니. 다들 별거 아니라며 아무렇지 않게 해내니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도 해내야 하지 않는가. 오늘도 꾸역꾸역 별거 아닌 일들을 버겁게 해냈다. 그다음을 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기본을 해낸 것 아니던가. 고급 과정을 가기 위한 기초과정을 닦는 중이다. 단지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 고급 과정 중에 있는 것뿐이다. 기초 과정부터 탄탄히 쌓아야 고급과정에 가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이 버거운 일들이 별거 아닌 일이 되는 날까지 해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행지에서 산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