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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Nov 08. 2018

차(Tea)

에세이 & 수필



차는 물보다 조금 더 맛이나고 약간의 향이 더해집니다. 물은 천천히 차에게 익숙해지고, 차는 물에게 살며시 스밉니다. 자신의 개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커피와는 분명 다르죠. 차의 맛과 향은 그저 묵묵히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일에 목적성을 두고 있습니다.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덜하지도 않죠. 딱 그 정도면 족하다는 듯이 정도의 차이를 아는 듯합니다. 커피가 직선처럼 곧게 뻗어가는 것이라면 차는 곡선을 그리며 오르락내리락  완만한 상승 폭을 지니고 있죠. 차를 마시는 시간은 마치 시간이 물속에 잠긴 것처럼 더디게 흘러갑니다. 혀에서 느껴지는 차의 본질을 음미하면서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할 테죠. 천천히 찻잔을 들고 차를 들이켭니다. 처음에는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맛과 향이 흐릿하게만 느껴지더니 이내 그것들은 점점 뚜렷해지고 강해지죠.


차를 마시면 많은 감정이 입을 통하여 마음과 머리로 젖어 듭니다. 그리하여 잔잔하게 흘러가는 수면위에 작은 파문이 일듯, 나의 마음에 깃든 감정들이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키죠. 그리고 찻잔에 차가 비워졌다고 섣불리 물을 채워서는 안 됩니다. 혀를 타고 넘어오는 차의 맛과 향을 충분히 음미 하고나서 물을 채워도 충분하니까요. 지금 우리가 마시는 차 한 잔은 일찍이 병자들을 치유했었고, 대화에 물꼬를 터 주었으며, 시인들이 사색하며 즐겨 마셨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흔해빠져 아무런 의미 없이 들이키는 이 차 한 잔이 과거의 누군가에게는 정수와도 같은 매우 값진 물이었음을 배우죠. 오늘도 역시나 차 한 잔을 마시며 내 기쁨의 잔이 흘러넘치는 순간을 만끽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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