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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Nov 13. 2018

낙엽

수필 & 에서이 &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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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가득했던 10월의 장막을 밀어내고, 11월의 차가운 공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마솥 같았던 여름을 버텨내게 해준 든든한 선풍기가 이제는 생뚱맞아 보이네요. 길을 걷다 보니 하늘을 전부 가릴 만큼 풍성하던 나뭇잎들이 자신들의 소명이 끝났다는 듯 이리저리 나부끼다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채이고, 이쪽저쪽 나뒹굴다 짓 밟히고, 으스러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잃어가죠.


그러나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땅 위가 아니라, 땅 아래에 있습니다. 땅속 깊숙이 스며들어 비옥한 땅을 만들고, 봄에 태어날 생명을 위해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이죠. 하여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는 낙엽의 에너지가 더해져 푸르른 생명이 싹트기 시작하고, 여름에는 꽃의 여신에게서 축복을 받아 초록빛의 싱그러움이 나무 가득 피어납니다. 가을로 접어들면 싱그럽던 나뭇잎들은 옷을 갈아입고 생의 가장 아름다운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늘 그렇듯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나뭇잎들은 하나둘 나무와의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 다가오죠. 모두 땅으로 떨어지고 몇 안 되는 주름진 잎사귀만이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한때는 화려하고 눈부셨을 과거의 순간들을 짐작게 합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을 친다 한들, 삼라만상 그 어떤 것들도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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