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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Nov 20. 2018

편지

수필 & 에세이 & 사색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미치도록 열광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 열광하는 주체가 물건일 수도 있고 혹은 대상일 수도 있을 테죠. 그리고 그 열병은 되풀이됩니다. 단지 그 열광의 대상과 주체만이 바뀔 뿐이죠. 그 시절 무엇이 나를 그토록 열광하게 했을까요? 너무 먼 세월을 건너왔기 때문에 오랜 시간 머릿속을 뒤적이고 떠들어봐야만 했습니다. '편지' 아무래도 내게 낭만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편지를 쓰던 이 시기였을 것 같습니다. 밤을 지새우며 편지를 쓰던 때. 지독한 열병을 앓았으며 충분히 열광적이었고 심하게는 광기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었던 그때. 한 자 한 자 심혈을 기울여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써나가던 글들, 의욕에 가득 찬 그 수많은 단어들, 얼굴도 모르는 이성을 가슴앓이하던 밤들.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펜팔이 전염병처럼 번져, 너도나도 편지를 쓰던 때가 있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한 이성에게 편지를 보내는, 지금의 삶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동안 유행처럼 자연스러웠던 시기가 있었죠. 장문의 편지를 쓰며 밤을 지새우던 날들이였습니다. 몇 번이고 글을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지우개 가루가 조금씩 쌓여가는 모습들에 뿌듯해하던 밤들이 있었죠.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답장이 오기까지 손꼽아 기다리던 날들. 숫자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칙칙한 공과금 영수증들 사이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편지를 발견했을 때의 설레임. 지금에 와서는 이 모든 순간들이 추억이라는 기억으로 점철 되어버렸죠. 하지만 지갑을 꺼낼때 처럼 한 번씩 꺼내어 종종 되새겨 보는 시간들이 좋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요즘도 가끔은 그때를 회상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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