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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Nov 29. 2018

수건

수필 & 에세이 &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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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의 꼬리처럼 점진적으로 생겨나는 물건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번도 돈을 주고 샀던 기억은 없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사라지는 수 보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수가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죠. 대개 특별한 날 받아오는 게 많습니다. 같이 간 지인들이 우리집이랑 상황이 비슷했던지 더러는 받았던 수건을 저에게 몽땅 주기도 하더군요. 수건들의 끝 부분에는 하나같이 다양한 색과, 역시나 다양한 필체로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가게를 대표하는 상호나, 축하 메세지들이죠.

건조대에 걸려있는 뽀송뽀송한 수건들을 가지런히 개어서 차곡차곡 정리 하다보면, 개별적으로 지닌 총천연색의 향연에 빠져듭니다. 그 색들에 시선을 빼앗겨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면, 눈을 통해 많은 감정들이 마음과 머리에 젖어 들죠. 결국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집이 꽃밭이구나 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자연에서 피어나는 식물에 견준다는 건 어불성설이겠죠? 그러나 그 특유의 색만큼은 꽃 못지않게 다양하더군요.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물건이 오늘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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