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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Apr 09. 2022

이모가 보내준 쌀

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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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 사시는 이모가 덩치 큰 쌀을 보내왔다. 전에 잠깐 일을 거들어준 적이 있는데 그게 고마웠던지 고맙다는 말보다 마음이 먼저 앞서 왔다.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뭘 이렇게까지 보내냐며 투덜댔지만, 이모는 말끝마다 한사코 "고마워서 그러지"라며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투박한 박스에 청색 테이프로 칭칭 감긴 박스를 열자 그 안에는 이모가 일궈온 땀들이 알알이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먼지바람 자욱한 논길이 들어있고, 발자국 깊게 팬 질척한 논바닥이 들어있었다. 한쪽 깊숙한 곳에는 두루미 울음과 개구리울음소리까지 따라왔다.


쌀을 싱크대 깊숙이 넣어두고 매일 저녁 쌀을 한 움큼씩 꺼내 밥을 지어먹었다.


이모의 손에 딱딱하게 박힌 굳은살 같은 쌀들이 물기를 머금고 흐물흐물해졌다가, 미안한 마음에 다시 또 내 안에서 굳은살처럼 딱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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