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는 냉장고 안에서 열린다

상태음악노트

by 너라서러키야 혜랑

26.2.24


술잔이
부딪히고
같은 말이
세 번쯤
돌아오고
웃음은
조금
비어 있었다.
나는
거기 앉아 있었고
차는
밖에서
조용히
찍혀 있었다.
현실은
약간 시끄럽고
약간 피곤하고
약간
나와 어긋났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불을 켠다.
냉장고 문을 여니
윙—
하얀 불빛 아래
빨강
초록
주황
점들이
가만히
떠 있었다.
어젯밤 꿈처럼
무도회는
여기서 열리고 있었다.
부딪히지 않고
겹치고
흩어지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리듬을 타는 점들.
마트의 자동문이
열리고
바코드가

줄은 길고
영수증은
가볍다.
현실은
소란스러웠지만
꿈은
질서 있었다.
나는
객석에 앉아
나를 본다.
겉은
조금 지쳤고
속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범퍼의 상처는
금방
고쳐질 것이고
오늘의 피로는
물처럼
가라앉는다.
무도회는
사람들 속이 아니라
내 안에서
열린다.
나는
시끄러운 자리를
빠져나와
조용한 쪽에
앉는다.
그리고
숨.



오늘의 질문



나는 왜 현실보다 꿈에서 더 질서를 느끼는가?
오늘 나를 가장 지치게 한 것은 소리였을까, 어긋남이었을까?
나는 어디에서 진짜 리듬을 느끼는가?
현실의 소란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오늘 나의 온도는 몇 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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