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불쑥 혼자라는 현실이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찾아온다. 텅 빈 공간을 가르며 나를 반기는 것은 사랑이의 울부짖음뿐이다. 그 울음소리가 지나면 더 깊은 고요가 밀려든다. 그러면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나이가 들수록 혼자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하는가.
삶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맞이한다. 자녀들은 둥지를 떠나고, 친구들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점점 멀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들은 오래 곁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결국, 나는 나 자신과 마주할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이때 혼자라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면 텅 빈자리의 무게에 짓눌려 삶의 온기를 잃게 된다.
나는 어느 날, 집안 곳곳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 지금 내 곁에 남은 것은 나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그 깨달음은 차갑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면 혼자 있는 시간은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일지 모른다.
혼자 있는 법을 배우는 일은 처음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시도들이 나를 바꾸기 시작했다. 동네 책방에서 책을 골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창가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햇살을 받는 동안, 나는 오롯이 그 순간의 주인공이 되었다. 틈틈이 공원을 산책하며 들꽃들을 관찰했다. 흔들리는 꽃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어느새 혼자라는 감각은 낯설지 않고, 오히려 나를 채우는 시간이 되었다.
단순한 고독이 아나, 나 자신과의 특별한 만남이다. 혼자 걷는 길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떤 것에 설레고, 어떤 것에 안도하니?" 그 물음은 내 안에 잠든 목소리를 일깨운다. 그렇게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동안 나는 나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노년은 관계와 책임의 무게를 내려놓고 온전히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다. 바깥세상의 소음이 잦아들면 내면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 소리는 때로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나이가 들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 삶을 채울 또 다른 기회이다.
나는 글을 쓰며 일상 속 소소한 순간들을 섬세하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채워가고 싶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과의 관계를 단단히 하는 일은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혼자 즐기는 습관은 노년을 준비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다. 그것은 고독이 아니라 자유이며, 혼자일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작고 따뜻한 행복이다. 나는 그 시간을 통해 내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스스로 아름답게 꾸밀 힘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