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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이라는 이름의 함정

판단과 인식의 역설(100-20)

by 너라서러키 혜랑

내가 내리는 판단이 정말 옳은 것일까?

늘 그렇다고 믿으며 살아왔지만, 나의 경험과 관습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지 못한 채, 그 안에서만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옳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결국은 편협한 시야에 머문 결과가 아니었을까.


사람은 자신이 옳다는 확신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나 역시 그랬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살아온 지난날들. 내가 본 세상, 들은 이야기, 체험한 순간들로부터 자연스럽게 구축된 나만의 틀은 나에게 익숙함과 위안을 주었다. 하지만 익숙함 뒤에는 단순화된 판단, 그리고 그로 인해 놓친 가능성들이 숨어 있었다.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모든 게 네 눈에 보이는 대로만 돌아가지 않아."

어릴 적에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본 것과 경험한 것이 명백한 진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머니의 말이 무엇을 뜻했는지 알 것 같다. 내 경험의 울타리는 세상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너무 좁았다.


가다머는 "우리는 선입견 속에서 세상을 이해한다"라고 했다. 선입견은 우리의 경험과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렇기에 우리의 이해와 판단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관적 판단을 보편적 진리로 착각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한계 속에 가둔다.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순간을 돌아본다.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위험했던 때였다. 확신이 강할수록, 타인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문은 더욱 단단히 닫혔다. 나의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며 안심했지만, 그 안심이 사실은 성장의 기회를 막는 벽이었음을 이제는 깨닫는다.


문득, 어머니의 한숨과 함께하던 그 말씀이 다시금 내 마음을 울린다.

"네 판단이 언제나 정답인 건 아니야."

그 말씀은 단지 나를 타이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판단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열라는 조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을 의심하는 것이다. 의심은 불안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통찰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나와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시각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


결국 보편적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닐까?

우리가 보편적이라 여기는 것은 사실, 자신의 경험과 신념에서 출발한 제한된 세계일지도 모른다. 보편성을 찾으려면 스스로의 울타리를 깨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울타리 너머의 가능성을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 정말로 보편적인지 되묻는 그 순간,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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