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내 몸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귀가 먹먹하거나 눈이 침침해질 때, 우리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여기며 지나친다. “나도 이제 늙나 보다” 하면서 웃어넘길 때도 있다. 하지만 몸의 신호를 무시한 채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방 한 칸을 온전히 누리던 시간이, 어느새 동굴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때가 있었다.
방이 차갑고 어둡게 느껴졌던 건, 돌이켜 생각해 보니 1년 전쯤이었다. 한동안 내 눈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책 읽는 일이 점점 피곤해지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방이 변심한 탓이라 여겼다. 그토록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던 내 방이었는데, 이제는 차갑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환경 탓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바깥으로만 돌았다. 집 안이 싫어졌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이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가 이상하게 내 머릿속에 남았다. 혹시 내 눈에도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의심이 싹튼 것은 그때부터였다. 고민 끝에 근처 안경점을 찾아갔다. 검사를 받은 결과는 명확했다. “노안입니다.” 안경사는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참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제야 기억을 떠올렸다. 눈이 침침했던 날들, 책장이 흐릿하게 보였던 순간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이 감기처럼 금방 지나가는 일시적인 증상이라 믿고 방치했다. 그러다 보니 그 시간이 누적되어 노안 증상이 더 깊어졌던 것이다. 나는 그저 어리석게 방치했던 과거의 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이후로 나는 달라졌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국가검진을 챙겨 받는 것은 물론, 일상에서 작은 불편을 느낄 때마다 더 이상 “괜찮겠지” 하고 넘기지 않기로 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관리는 단순히 나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몸을 방치하면 결국 나도 힘들고,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들게 된다. 나를 돌보는 일은 곧 내 삶을 책임지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방은 여전히 나를 품고 있다. 이제는 어둡지 않다. 다만 내가 방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내 몸이 내게 하는 말을 좀 더 귀 기울여 듣게 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