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다니는 몸을 가진 적 있는가?" 한 번 눕고 나면 좀처럼 일어날 마음이 들지 않고, 그저 바닥과 한 몸이 되어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일이 끊긴 뒤, 자유라는 이름 아래 몸과 마음을 내던졌다. 눕고 싶을 때 눕고, 뒹굴고 싶을 때 뒹굴며, 아무런 구애 없이 흘려보낸 나날이 4-5개월이었다.
그런데 그 자유의 끝에서 낯선 나를 마주했다. 몸은 천천히 무너져갔다. 거울 속에서 점점 둔탁해지는 형상은 내가 알고 있던 나와는 달랐다. 부풀어 오르고 처진 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는 신호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늙어가고 있다." 몸의 변화는 마음에도 균열을 일으켰다. 느릿느릿 녹슬듯 마음도 퇴색해갔다.
나는 그 변화를 알아차리는 데 반년이나 걸렸다. 처음엔 모든 게 괜찮다고, 아무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그러나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내가 깨달은 것은 단순했다. 이 느슨함은 자유가 아니라 방치였다는 사실이었다.
몸은 마음을 견인했고, 마음은 몸을 따라갔다. 두 세계는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깨달음마저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자유의 이름 아래 자신을 무너뜨리는 나날을 경험하며, 그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진정한 자유를 찾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