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려움을 넘어 앞으로

세월 속에 나는 흐른다(100-55)

by 너라서러키 혜랑

순간을 지배하고, 시간을 지배하며, 세월을 지배하는 것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세상은 결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비는 내리고, 눈은 쌓이며, 계절은 순환한다. 하지만 그 변화 앞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결국 나를 정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흘러내리는 빗물에 온몸을 맡기는 순간, 나는 비가 된다. 빗줄기가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며 쌓였던 불안과 두려움을 씻어낼 때, 나는 비로소 자유롭다. 그저 흘러가도록 두는 법을 배운다.

눈 오는 날, 나는 눈사람이 된다. 차가운 눈 속에서 얼어붙는 손끝은 겨울의 날카로움을 그대로 품는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도 나는 단단해진다. 눈 속에 서 있는 나는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겨울이라는 거대한 풍경의 일부로 녹아든다.


삶은 결국, 우리가 두려워하던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비가 될 용기, 눈이 될 결심은 두려움을 마주하며 나를 키운다. 나는 더 이상 비와 눈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내가 두려워하던 대상이 나의 일부가 되도록 허락한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지배하는 힘이 아닐까?


세월은 언제나 흘러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를 놓치지 않는 법을 배운다.

흐르는 빗물에 온몸을 적시며 내가 비가 되는 순간에도, 쌓인 눈 속에서 얼어붙어 겨울의 일부가 되는 계절에도, 나는 뒷걸음질 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심고 싶다. 그것이 내가 비와 눈으로부터 배운 삶의 방식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유를 빙자한 방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