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두터운 외투만 입다가 갑자기 얇은 원피스를 걸칠 때 느껴지는 낯섦과 설렘. 어쩌면 새로움이 주는 감정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편안한 친구들만 만나던 나에게, 낯선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술 한 잔을 나누는 일은 쉽게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집에서 따뜻하게 잠을 청하는 것이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러나 서글서글한 친구의 채근과 권유에 결국 마음이 넘어갔다. 어느새 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섞여, 그들과 한 팀을 이루고 있었다.
그 만남은 마치 짝이 맞지 않는 퍼즐을 손에 쥔 듯한 기분을 줬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지만, 퍼즐 한 조각을 놓을 때마다 조금씩 맞아 들어가는 재미를 느꼈다. 어쩌면 인생의 묘미도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완벽하게 맞는 짝을 찾아가는 기쁨도 크지만, 맞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의외의 아름다움도 있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따분하지도 않은 자리에서 서로를 탐색하며 웃고 떠드는 시간. 처음엔 주저했던 그 시간이 나에게는 예상치 못한 활력이 되었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낯섦을 넘어선 만남은 새로운 활력과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