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어느 날 밤〉

〈잠 못 드는 밤의 노래 서른 곤3〉,

by 너라서러키야 혜랑


12월 어느 날 밤
12월은 늘 분주하다.
연말이라는 이름 아래
여기, 저기서
모임에 파티에 연말을 기념하고

정리하고 마무리하느라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그 사이 어딘가에
나도 섞여 있었다.
특별하지 않은 얼굴로,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은 채.

이상하게도 이 계절에는 캐롤이 넘치는데
마음은 늘 조용해진다.
거리에서는 음악이 흐르는데
내 안에서는 음소거 버튼이 눌린 것처럼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분주함 속에 있으면
외롭지 않아야 할 것 같고,
외로움을 느끼면
어딘가 잘못 서 있는 것 같아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시기의 외로움은
소외라기보다는
잠시 숨을 고르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앞을 향해 걷는 밤에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지나가는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특별하지 않아서 편안하고,
특별해서 더 조용해지는 밤.
캐롤이 들리지 않아도 괜찮고,
사람들 틈에 섞이지 않아도 괜찮은 밤.
그냥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넘어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새 달력을 한 권 받는다.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그래서 조금은 숨이 트이는 종이 묶음.
나는 그 흰 칸들을 보며
다짐하지 않는다.
잘 살아야겠다고도,
달라져야겠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생각한다.


아,
이 밤도
무사히 지나가고 있구나.
아,

이 한 해도

무사히 지나가고 있구나!


오늘의 잠 못 드는 밤은
외롭기보다는
조용하다.


12월 어느 날 밤은
그저 그렇게
나를 통과해 간다.


오늘의 자기화 한 줄
“분주함 속에서 느끼는 고요도,
이 계절이 허락한 하나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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