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을 위한 노래, 서른 곡
상실감, 존재감
어떤 밤에는
내가 이 자리에 없어도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갈 것만 같아
그 생각이 유난히 선명해지는 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했던 하루였을까,
아니면 그저 지나간 하루였을까.
이 질문은 대답을 바라기보다
그저 마음속에 남아
밤을 조금 더 길게 만든다.
“광교 중앙역 하차하실 분,
오른쪽 출입구입니다.”
안내 방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또각또각
출입구 쪽으로 흘러간다.
그 틈에
그도 섞여 있겠지.
조용한 숨으로
그 곁에 숨 쉬는 나처럼.
유난히 추워진 날씨에
사람들은 몸을 웅크린 채
전철 구석에 하루의 노곤함을
구겨 넣듯 담고
각자의 썰렁한 집 문을 연다.
누구도 서로를 붙잡지 않고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 풍경은
유난히 고요하다.
그런 밤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 없이도 괜찮은가요.
내가 빠져도
이 전철은 달릴 것이고
이 도시는 불을 끄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내일도
자기 자리로 향할 것이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슬프면서도 안도된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붙잡지 않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풍경을
한 장면씩 건너왔다.
앞으로 나아갔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떠나오지 않았고
사라지지 않았다.
그도 살아내고 있고
나도 살아내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아마 오늘 밤은
답을 찾지 않아도 되는 밤일 것이다.
나 없이도 괜찮은지 묻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이 밤을 건너는 사람으로
조용히
내 숨을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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