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엉뚱함에 가끔 뒷통수를 맞으면서요
남편은 공대 출신 연구원이다.
그리고 문과 출신인 내가 처음 만나본 공대 남자였는데 남편이 되고야 말았다(!)
남편의 뇌구조는 매우 단순명료한데,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또 틀리진 않아서 가끔 웃픈 순간이 있다.
예측불허 엉뚱함에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랄까?
남편은 창의력이라 주장하지만, 우린 그걸 엉뚱하다고 부르기로 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우유를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말했는데, 냉장고를 열어 보니 우유가 관짝(?)에 들어가있는 것...
보통의 문쪽 음료칸에 가지런이 서있는 우유들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남편은 '어, 여기 빈곳에 넣으면 되겠네! 공간 효율 최적화 개꿀~' 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디스크 조각모음이냐고...)
그러고선 "냉장고에 넣으라고만 했지, 어디에 세워두라고는 안 했잖아?"라는 당당함까지 보여준다(!)
이런 상황을 몇번 겪다 보니 이젠 그냥 남편을 로봇 혹은 챗GPT라 생각하기로 했다.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려면 명령어를 잘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남편의 정확하고 정직한 면모는 그 누구에게도 보지 못했던 훌륭한 성품이다.
매사에 FM을 준수하며 대부분 예측이 가능한 공대 남자와 산다는 것은,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을 수 있는, 안정감이 주는 행복이 너무나 큰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