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웃고 있는 그곳이 나의 천국

이탈리아 피렌체

by 깡아지


피렌체에서 맞는 아침. 오늘은 당신이 떠나간 지 일년째 되는 날입니다. 피렌체에서 나는 시간이 한발짝 느립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늦게 옵니다. 나는 일년 전 그날을 일년동안 기억합니다. 오늘처럼 가을이었고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졌고 당신이 더이상 이 세계에 없다는 말을 들은 그날. 나는 태어나서 가장 슬펐습니다.
어떻게 일년이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날이 일년 후 나를 피렌체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ㅊ.jpg 이탈리아 피렌체



일년 전 많이 슬펐지만 그 슬픔까지도 당신인 것 같아서 휘발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감정을 박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나에게 글을 잘 쓴다고 말해 주던 당신 때문에라도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나는 이제야 당신을 떠올려도 울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당신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머리맡에 두고 잠드는 것들은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것들입니다. 울룰루에서 우리는 별들을 머리맡에 두었지만, 이제는 그 기억을 머리맡에 두는 일이 잦습니다. 이 세계에는 모르지만 이해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러니 나는 그저, 그날을 이후 모든 날들의 이유로 삼기로 합니다. 당신은 눈앞에 없어도 늘 내 세상의 중심에 있습니다.


ㅊㅊㅊ.jpg 울룰루 밤하늘의 별들



피렌체에서 단테는 상상 속의 천국을 순례합니다. 단테는 천국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고 상상하고 그려냅니다. 나는 피렌체에서 단테처럼 당신이 있는 천국을 상상합니다. 나에게는 신앙 같은 사랑만이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환하게 웃고 있는 어디든 그곳이 나에게는 천국입니다. 이다음에 당신의 웃는 얼굴을 천국에서 다시 본다면 좋겠습니다.


ㅊㅊ.jpg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거야



한결같기가 가장 어려운 세계에서 당신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헤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는 외롭거나 혹은 세계가 겁이 날 때마다 당신을 봅니다. 우리가 울룰루에서 함께 바라본 별들 중 하나가 당신은 되었습니다. 그런 당신을 우리는, '우리'라는 말 뒤에 숨은 나는, 여전히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네가 별똥별이 되어 나에게 오기를. 오늘은 호정이의 1주기입니다. 호정아 보고싶어 :)

2018년 10월 28일 피렌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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