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에 앞서 대출부터 알아봤다.
대부분의 경매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효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락잔금대출을 활용한다. 경락잔금대출은 대게 감정가 대비 60%, 낙찰가 대비 80% 중 낮은 금액으로 대출을 해준다. 주택담보대출의 일종이다. 신탁대출을 활용한다면 대출액이 90%까지 나오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엔 현재 소득이 없기 때문에 대출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다. 물론 무직자도 경락잔금대출은 거의 다 이뤄지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입찰 전 제대로 확인이 필요했다.
학원에서 제공해 준 대출상담사 리스트를 살펴봤다. 굳이 학원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인터넷 등에서 조금만 손품을 팔면 대출상담사 리스트를 구하는 게 어렵진 않다.
낙찰 후에는 여러 상담사에게 문의해 좋은 조건의 대출을 실행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입찰 전에는 상담을 꺼리는 대출 상담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입찰 전에도 상담을 잘해주기로 소문이 나있는 상담사를 골라 연락을 했다.
"안녕하세요. 경락잔금대출 상담 좀 받으려고 연락드렸는데요."
"네. 어떤 게 알고 싶으세요?"
"어느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알고 싶어서요! 금리와 중도상환 수수료 등도 궁금해요."
"수입이 어느 정도 되세요? 다른 대출 여부도 알려주시고요."
"아 얼마 전에 직장을 그만둬서 현재 수입은 없어요. 다른 대출은 없습니다."
"그럼 지난해 카드사용액은 얼마정도 되세요?"
"0000원이에요."
"네, 경매 사건번호 알려주세요."
수입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건강보험료나 연간 카드사용액을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대신 평가 한다. 가령 연간 카드사용액이 2천만 원 정도 된다면 연봉을 4천만 원 언저리로 가정하는 식이다. 카드사용액이 부족하다면, 통장에 예치되어 있는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묻기도 한다. 입찰 전에는 정확한 대출 금액까지 알기는 어렵다. 그래도 대략 어느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는 있다.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도 받았고, 드디어 본격적인 입찰만이 남았다. 입찰가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처음 입찰에 나서는 물건인 만큼 무리하기보다는 경험적인 측면에 무게를 더 실었다. 인테리어비, 취득세, 명도비, 미납관리비, 법무사비, 종합소득세, 건물분 부가세, 중개수수료, 이자비용 등을 모두 감안하고 보수적으로 약 2천만 원의 순수익이 나오도록 입찰가를 책정했다.
매각기일 전날 은행에 들러 보증금을 수표로 미리 뽑아놨다. 보증금은 최저가의 10%로 매각기일 당일 매수신청봉투에 넣어 법원에 제출한다. 신분증과 도장도 미리 챙기는 게 좋다.
대망의 매각기일이 다가왔다.
경매 입찰은 법원에서 진행된다. 내가 도전할 물건은 인천이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차를 끌고 인천지방법원으로 출발했다. 매각기일에 법원은 주차전쟁이 심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출발하는 게 좋다. 통상 경매 입찰은 오전 10시에 시작한다. 입찰 마감은 11시 10분~20분이다. 이후 서류를 정리하고 11시 40분부터 각 물건의 낙찰자를 발표한다. 보통 1~2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입찰자와 물건이 많다면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 같은 절차와 시간은 법원마다 다소 차이는 있다.
9시쯤 법원에 도착을 했는데, 관리자가 진입을 막아섰다.
하필 내 차번호가 이 날 차량 5부제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주변 공영주차장을 찾아 나섰다. 매각기일에는 법원 근처의 공영주차장도 금방 만차가 된다.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한 곳의 자리를 찾아 주차에 성공했다.
참고로 법원 주차는 무료다. 다만 3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3시간 초과 주차가 3번을 넘는 다면 이후 몇 개월간 해당 차주는 법원 주차에 대한 제재가 가해진다. 이 역시 법원마다 차이는 있다. 최소 9시에는 법원에 도착해야 주차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경매가 끝나는 시간은 대부분 12시를 넘는다. 이에 마음 편히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경매가 진행 될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가방 등 소지품 검사가 이뤄졌다. 마치 공항 검색대를 연상케 했다. 경매 법정 호실 앞에는 몇몇의 입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한산했다. 하지만 10시가 되니 경매가 진행될 법정의 문이 열렸고, 이때부터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엄숙할 것이라 예상했던 법원은 시장통에 가까웠다.
입찰자들이 하나둘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도 부랴부랴 기일입찰표, 입찰봉투, 매수신청보증봉투 등 법원 내에 비치된 3가지의 입찰 서류를 챙겨 입찰표를 작성했다. 전날 입찰가를 미리 책정했음에도 막상 작성하는 순간까지 금액이 고민이 됐다. 입찰가가 너무 낮은 건 아닌지, 혹은 너무 높게 쓴 건 아닌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원래 생각했던 금액으로 입찰가를 작성했다. 손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후 제대로 작성을 했는지 최소 10번 정도는 검토를 했다. 입찰 가격을 잘못 작성해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령 입찰하려던 가격에 실수로 0 하나를 더 붙여 최고가로 낙찰되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보증금은 고스란히 증발하게 된다. 이에 실수를 방지하고자 기일입찰표를 집에서 미리 작성해 오는 입찰자들도 적지 않다. 기일입찰표는 법원 홈페이지나, 경매정보사이트에서 받을 수 있다.
입찰 관련 서류를 집행관에게 제출하고 수취증을 받았다. 긴장이 좀 풀렸다. 낙찰자를 발표하기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다. 경매 법정 바깥 복도 쪽 의자에 자리를 잡고 한숨을 돌렸다. 대출 상담사로 보이는 몇몇의 아주머니들이 이날 진행될 경매 물건의 사건번호와 정보를 담은 프린트물을 명함과 함께 입찰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한쪽에선 입찰자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경매로 몇억을 벌었어. 그러니까 회사 일이 도무지 손에 안 잡히는 거야."
"아 당연히 그럴만하겠네요. 경매로 돈 벌면 회사 다니기 싫다니까."
"그래서 요즘에는 경매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더라고. 경매 기술 배워서 이걸로 밥벌이하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나는 괜히 뜨끔했다.
회사 그만두고 경매 기술 배우는 젊은이. 그게 바로 나였다. 퇴사한 것을 조금이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결과로써 입증을 해야겠다고 또다시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