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낙찰될 것 같은데?

by 경포티
이제 곧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입찰자들은 안으로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경매의 시작을 알리는 집행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경매법정 안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한산했던 경매법정은 이미 입찰자들로 가득 찼다. 앉을자리는 물론 서 있을 자리초자 부족했다. 복도에서부터 경매법정 입구까지 입찰자들로 붐볐다.


내가 입찰한 사건번호를 다시 한번 대뇌였다. 혹시 내 차례가 됐는데, 해당 사건 번호를 듣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경매호실 안은 시장통처럼 시끄러웠고, 집행관의 목소리는 이에 묻혀 사건번호는커녕 집행관이 뭐라고 말하는지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다들 정숙해주세요!"


집행관이 한 마디 했다. 그제야 좀 조용해졌다.


혼자 온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부, 친구, 동료 등 다들 삼삼오오 모여 들뜬 모습이었다.


"야, 나 낙찰되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초심자의 행운이란 게 있잖냐."

"낙찰되면 뭐 해야 돼?"

"나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하하."


옆에 서 있던 입찰자가 친구와 깔깔거리며 말했다.


괜스레 외로워졌다. 물론 놀러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도 친구와 같이 왔다면 조금 더 설레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날 해당 인천지방법원에 온 입찰자들은 300명에 달했다. 통상 사건번호순으로 경매가 진행된다. 이에 사건번호가 뒤에 있는 입찰자들은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오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오후 12시 30분에서 2시 정도면 모든 경매가 마무리된다.


집행관이 사건번호를 부르면 해당하는 입찰자들은 앞으로 나가 일렬로 대기한다. 해당 물건에 입찰자가 많을 경우 입찰가가 높은 세 명정도만 호명하기도 한다.


낙찰된 사람은 경매 영수증을 받는다. 패찰 한 사람의 경우 영수증 대신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낙찰자를 발표하면 흔히 말하는 '대출 이모님'들이 낙찰자에게 우르르 달려가 명함을 전달해 준다. 낙찰받기 전에는 대출 상담을 받으려 해도 냉담했던 대출 상담사들이다. 하지만 낙찰 이후에는 낙찰자를 열렬히 환영해 준다. 대출 상담사들의 불확실한 잠재 고객이었던 입찰자는 낙찰자가 된 순간부터 조금 더 확실한 잠재고객으로 도약하게 된다.


입찰 경쟁이 비등비등 한 것만은 아니다. 차순위보다 월등히 높은 입찰가로 낙찰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니 왜 이렇게 높게 받아가? 이러면 남는 게 있나?"

"아휴, 이렇게 높게 쓰니 경매 시장이 망가져가지!"


이럴 땐 여기저기서 우려와 원망 섞인 목소리가 수군수군 터져 나온다.


참고로 입찰가가 높은 경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단기매도의 목적이 아닌 실거주자 혹은 중장기 투자자가 입찰한 경우.

둘째, 시세 파악을 잘못한 경우.

셋째, 경매컨설팅 업체에서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경우.

넷째, 잦은 패찰에 지치거나 경험 삼아 수익 창출이 아닌 그저 낙찰을 위한 입찰에 돌입한 경우.


어느덧 내가 입찰한 사건번호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도 이번에 낙찰되는 거 아니야?'


이번 입찰은 경험 삼아 온 목적이 컸다. 그렇다고 기대를 하지 않을 순 없었다. 나름 시세 조사와 임장도 충실히 했었다.


드디어 내가 입찰한 사건번호가 불렸다.


"사건번호, 2024 타경 0000. 입찰자가 많아 입찰가가 높은 세 명만 호명하겠습니다."


내가 입찰한 물건엔 무려 20명이 넘는 입찰자가 몰렸다.


"최고가 매수인은 3억 7천만 원으로 입찰하신 000님입니다. 이보다 더 높게 쓰신 분 있습니까?"


내가 적은 입찰가보다 무려 8천만 원 가까이 높았다. 차순위 입찰자의 입찰가도 최고가 대비 약 1천만 원 정도 낮았다. 즉, 내가 적은 입찰가는 '택도 없는 가격'이었던 것이다.


입찰될까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무안했다. 그래도 실망이 크진 않았다. 첫 입찰이었고, 경매 법원을 경험해 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학원 강의도 다 안 끝났는데, 이 정도면 부지런 한 거지 뭐.'


특히 낙찰된 가격은 단기매도로는 수익이 날 수 없는 가격이었기 때문에 더욱 미련이 없었다. 취득세와 양도세, 대형평수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해당 낙찰가는 오히려 나에게 마이너스 수익이었다. 아마 해당 낙찰자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거나, 중장기 투자자였으리라. 물론 앞전에 조사한 시세대로라면, 낙찰자는 시세보다 적게는 3천만 원, 많게는 7천만 원을 저렴하게 취득한 것이긴 하다. 이것 만으로도 적지 않은 이득이다.


부랴부랴 수취증을 제출하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챙겨 법정을 빠져나왔다.


알게 모르게 신경을 많이 썼었는지, 피로와 허기가 몰려왔다. 법원 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었다. 법원 직원이 아니더라도 식권을 구매하면 식사를 할 수 있다. 식판으로 밥을 먹었던 게 얼마만인가. 군시절이 떠올랐다.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나름 맛있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고 법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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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구내식당 음식.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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