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찰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곧바로 또 다른 물건 찾기에 나섰다.
이번에 눈에 들어온 물건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고양시는 현재 살고 있는 집 기준으로 보면 웬만한 서울보다도 이동하기가 편리했다. 아무래도 임장 가기 수월한 곳에 눈길이 갔다.
또한 해당 아파트 단지는 친한 군대 동기가 한 때 살았던 곳이었기에 낯설지가 않았다. 휴가 때 술 한잔하고 동기들과 다 같이 묵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경매로 나온 이 아파트는 연식이 20년 정도였다. 국민 평수로 불리는 전용면적 84m2. 방 3개, 화장실 2개로 이뤄져 있어 경기권 아파트라도 수요가 많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호갱노노, 아실 등 부동산 플랫폼으로 동일 아파트 다른 호실들을 확인해 보니 꾸준히 거래가 있었다.
'저층이어도 이 가격에 여럿 팔렸으니, 더 고층이고 남향인 이 경매 물건도 최소한 이 정도는 받을 수 있겠군.'
바로 임장을 갔다.
단지는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인프라가 크게 형성이 되어있진 않았지만, 주위에 학교도 있고 나름 있을 건 다 갖추고 있었다. 단점은 교통이었다. 지하철역이 도보로 갈 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다행히 단지 앞에 마을버스가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임장시 확인해야 할 것들을 기계적으로 몇 가지 더 체크해 보고 근처 부동산으로 향했다. 역시나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다녀간 듯했다.
"안녕하세요~ 경매 나온 물건 시세 좀 여쭤보려고 왔는데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답변이 온다.
"3억이요."
"네?"
"000동 000호 말씀하신 거 아닌가요?"
"아 네 맞아요. 이미 많이들 왔다 갔다 보네요 하하."
"네 많이 다녀갔어요."
"급매로 3억 원이라는 거죠? 수리 안 된 기준인가요?"
"급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요가 꾸준히 있어서 3억 원이면 팔릴 거예요. 수리는 그냥, 보통 컨디션이라고 가정했을 경우예요.
실거래가가 꾸준히 찍혀 있어 거래가 빨리 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현장에서도 비슷하게 점치고 있었다. 이후 또 다른 부동산을 몇 군데를 방문해 물어봤고, 비슷한 답변을 받았다.
해당 아파트는 감정가가 3억 원 초반이었다. 한 번 유찰된 상태로 최저가는 2억 원 초중반. 3억 원에 매도할 것을 가정했을 시 2억 7천만 원에 낙찰받으면 충분히 수익이 날 것 같았다. 세금과 각종 비용을 다 떼더라도 1500만 원 이상의 순이익이 예상됐다.
입찰일이 다가왔다.
이번엔 고양시 물건이기 때문에 의정부법원 고양지원으로 향했다. 법원에는 주차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법원 근처 호수공원 공영 주차장을 이용했다. 법원으로 이동하기 전 잔잔한 호수를 주위를 걸으며 혹시 실수한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체크했다.
역시나 법원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래도 한 번 와봤던 경험이 있어 낯설진 않았다. 맨 앞자리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왠지 이번엔 낙찰될 것 같았다.
'낙찰되면 뭐부터 해야 하는 걸까?', '정말 낙찰이 되면 어떡하지?', '일단 낙찰이나 받고 보자, 배운 대로 하면 되겠지 뭐.' 김칫국부터 한 사발 들이켰다.
경매에 참여한 인원이 많아서 내 차례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몇 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곤욕이었다. 3시 가까이 되어서야 드디어 내가 입찰한 물건이 호명됐다. 입찰자는 10명에 달했다.
기다린 시간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패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입찰자가 많아 입찰가가 높은 세 명만 호명됐다. 이번에도 순위권 안에 못 들었다. 낙찰금액은 약 2억 9천만 원이었다.
'아니, 분명 시세가 3억 원이라고 했는데, 2억 9천만 원에 받으면 세금 떼면 남는 게 있단 말인가?'
그런데 1등뿐만이 아니었다. 2등, 3등도 그에 버금가는 비슷한 금액을 적어냈다.
이번에도 역시 단기투자자보다는 실거주 혹은 장기투자자가 낙찰을 받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시세 조사를 잘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파트는 일률적인 시세가 어느 정도 온라인으로 공개가 되어 있다. 아울러 부동산 현장 조사에서도 비슷한 시세로 확인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조사가 틀렸을 가능성은 낮다. 내가 모르고 있는 호재가 있다면 모를까.
실거주 입장에선 3억 원이 시세면 2억 9천만 원에 낙찰을 받아도, 1천만 원을 저렴하게 산 것이니 이득이긴 하다. 그래도 의문은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경매는 명도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여러 리스크들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 매매보다 품이 훨씬 많이 드는데, 굳이 이 가격에?'
조만간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입찰가를 높였을 수도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조금씩 들썩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기도권도 아무래도 이 같은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었다.
패찰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아직 겨우 두 번째 도전한 건데 뭐, 또 도전하면 되지.'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낙찰가가 내가 입찰한 가격과 꽤 차이가 났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다면? 최소한 단기 매도로 남는 금액이어야 시도라도 할 텐데...'
몰라, 일단 밥이나 먹자.
경매가 늦게 끝나 법원 식당 시간도 지났다. 근처 패스트푸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집으로 향했다. 아직까진 패찰을 했어도 여유가 넘쳤다. 오히려 내공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