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6.27 대책', 기회일까?

by 경포티

'6.27 부동산 대책'의 골자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한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했다. 아울러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생겼다. 다주택자(2 주택이상)들의 주택담보대출도 전면 금지되었다.


해당 대책에 대해 시장은 갭투자와 고가 아파트의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중이 반영되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경매 투자자들은 '전입 의무' '다주택자들의 대출 전면 금지' 부분에 대해 주의 깊게 봤다. 많은 경매 투자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입찰에 나서기 때문이다. 즉, 이 같은 규제는 낙찰 후 단기매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큰 혼란이 이어졌다.


주택담보대출 중에서도 매매사업자 대출까지 막힌 것인지, 매매사업자도 전입 의무가 부가되는 것인지 불명확했다. 갑작스러운 규제에 대출상담사들 역시 대출 상담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못했다. 은행으로부터 공지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도 정부의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경매 강사들은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뇌피셜(자신의 생각이나 추측을 공식적인 정보처럼 주장)이 난무했다.


문제는 당장 대출을 받고 입찰에 나서야 할 투자자들이었다.


대출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전입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섣불리 입찰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 또한 여러 대출상담사에게 대출 문의를 해봤다. 하지만 애매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매매사업자는 전입의무와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대상에 해당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런 사실을 확실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입찰에 도전하면 더욱 좋은 가격에 낙찰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었다. 이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 골라 둔 아파트의 임장까지 다 끝내 놓았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고 며칠이 지난 후, 고양시 아파트 입찰에 도전했다.


법원은 역대급으로 한산했다. 내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쾌감과 함께 약간의 불안감도 들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내가 입찰한 아파트의 사건번호가 호명되었다. 입찰자는 총 5명이었다. 나는 2순위로 마감했다. 나와 최고가 매수인의 입찰가격의 차이는 약 1천만 원. 혹시 몰라 조금 더 보수적인 가격으로 입찰에 나서긴 했지만,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더라도 패찰 했을 격차였다.


이틀 뒤 김포시의 한 아파트 입찰에 나섰다. 법원의 분위기는 며칠 사이에 바뀌었다. 또다시 입찰자들로 북적였다. 그새 대출에 대한 불안감이 사그라든 것인지, 다른 입찰자들도 이 같은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오히려 이전보다 입찰자들이 더 많아진 모습이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패찰.


대출 규제와 상관없이 내가 쓴 가격에는 낙찰을 받을 수가 없었다. 이후에도 몇 건의 아파트 입찰에 나섰으나 패찰 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기계적인 입찰만 돌입할 뿐 낙찰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물론, 기대 수익을 낮추고 입찰가를 높이면 낙찰을 받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안전마진을 크게 확보할 수 없어 리스크 대비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해 만족할만한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굳이 경매라는 투자에 발을 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금액대가 더 높은 아파트를 노리는 방법도 있긴 하다. 나는 3~4억 원대 아파트 위주로 입찰했었는데, 이보다 금액이 높은 5~8억 원대 아파트는 아무래도 시드머니가 더 필요한 만큼 경쟁자도 적고 수익성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아직 경매 초보인 나는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서 입찰에 나서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대출 없이 5~8억 원짜리 아파트 경매를 입찰할 만큼 시드머니가 충분하지도 않았다.


전략 수정이 필요했다.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아파트만 고집할 게 아니었다. 지방 아파트나 수도권 빌라로 눈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직도 수익성만큼은 포기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지방 아파트보다는 조금 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수도권 빌라로 타깃을 정하기로 결심했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시세 조사하기가 까다롭고, 물건마다 개별성이 강해 손품은 물론 발품의 중요성이 크다. 향후 매도가 되지 않는 리스크도 아파트 대비 더욱 높다. 투자금이 묶이고 이자만 나가는 상태가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애초엔 아파트 투자로 자신감과 경험을 먼저 쌓은 다음에 수익성이 높은 빌라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판단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빌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경매에서 빌라 투자에 대한 성공담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매 단타 매매로 쏠쏠한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빌라 투자자들이다. 여러 건의 빌라 단기 매도로 시드머니를 충분히 불린 후 조금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물건으로 투자를 이어나가는 식이다. 부동산 경매 투자를 오랫동안 할 계획이라면 손이 많이 가는 빌라 투자로 기본기를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


이렇게 나도 빌라 투자의 반열에 뛰어들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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