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빌라로 눈을 돌리다

by 경포티

경매 전문가들이 빌라 투자에 대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말이 있다.


바로 '빨리 팔릴 수 있는 물건을 낙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빨리 팔릴 수 있는 물건이란 실거래가 꾸준히 있는 물건. 즉 수요자들이 선호할 만한 물건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빌라의 경우 재개발 이슈가 없는 한 십수 년이 지나도 원하는 가격에 매도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수요자들의 인기를 얻는 조건이 빌라와 아파트가 다른 것은 아니다. 방 3개, 화장실 2개, 채광, 뻥 뚫린 뷰, 학군, 인프라, 역세권, 주차 자리 등 수요자들이 원하는 조건은 동일하다.


다만 빌라는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를 입주하지 못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파트 대비 확실한 가격적인 이점이 있어야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의 비슷한 가격이면 수요자들은 당연히 빌라보다 아파트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빌라투자에 앞서 근처 아파트 가격, 아파트 공급 계획 등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빌라 투자에 대한 이론(?)을 섭렵하고 바로 물건 찾기에 돌입했다. 투자 지역은 상대적으로 매매가 활발한 서울로 정했다. 금액대는 1억 원~3억 원. 이 정도 금액대로도 비조정지역 내에선 웬만한 중소형 빌라를 넘볼 수 있었다.


그런데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니, 서울에 3룸을 갖춘 빌라는 아파트 뺨 칠 정도로 경쟁률이 높고 낙찰가율도 상당했다. 경쟁률을 피해 빌라로 눈을 돌렸더니 웬걸. 좋은 조건을 갖춘 빌라는 역시나 쉽게 낙찰받기 힘들었다.


이미 아파트로 수많은 패찰을 맛본 튀었기에, 조금 더 눈을 낮춰 투룸 빌라로 타깃을 정했다. 실거래 내역이 있고 유찰도 2번이나 된 영등포구에 위치한 2021년식 준신축 빌라가 첫 임장 타깃으로 당첨됐다.




여느 때와 같이 바로 임장에 돌입했다. 상권은 크게 형성이 되어있지 않았지만, 역세권이라 수요가 적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신축급 빌라인 만큼 외관상으로는 흠잡을 만한 곳이 없었다. 임장 할 때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점검하고, 근처 부동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경매 나온 빌라 좀 여쭤보려고 왔는데요~."

"아 바로 건너편에 있는 그 빌라 말씀하시는 거죠?"

"네 맞아요. 물어보러 사람들 많이 왔나요?"

"네 많이 다녀갔어요. 다른 호실들도 예전부터 경매로 나왔었거든요. 다 낙찰되고 현재 매물이 쌓여있는 상황이에요."


나름 손품 조사를 하고 왔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런데 앞서 여러 건의 다른 호실들이 경매로 매각됐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처럼 같은 건물에 경매 매물이 쌓여 있다면, 매도 경쟁이 심해져 매도가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저도 그때 해당 물건에 입찰했었어요. 물론 떨어졌지만요. 안에도 들어가 봤는데, 신축급이라 뭐 흠잡을 곳은 없어요."

"아 소장님도 입찰했었던 물건이군요. 낙찰받으면 얼마쯤에 팔 수 있을까요?"

"지금 다른 호수가 2억 8천만 원에 나와있는데, 안 나가고 있거든요. 이것 보단 낮아야 팔리지 않을까요?"

"아 그럼 최소 2억 7천만 원 이하로는 내놓아야겠네요."

"네, 그러면 팔릴 것 같긴 한데... 과연 이렇게 팔아도 남을 가격으로 낙찰을 받을 수 있겠어요?"


부동산 소장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최저가로 낙찰을 받는다면 충분히 수익이 날 것 같았지만, 이런 가격에 낙찰을 받을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였다. 심지어 해당 물건의 경매 입찰 경험이 있는 소장님의 의견이 아닌가.

속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자기가 싸게 낙찰을 받으려고, 겁 줘서 포기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다른 부동산에도 자문을 구했다.


"아~ 그 빌라 좀 아까도 몇 팀이 왔다 갔어요. 거기는 애초에 분양가가 시세대비 과도하게 설정되었어요. 아마 감정가는 높게 설정되었을 텐데, 그 가격이면 절대 못 팔아요. 최저가가 얼마에 나왔어요?"

"최저가는 2억 4천만 원 정도 돼요~"

"그럼 최저가에 받으세요. 너무 많이 남기려고 하지 말고."

"최저가에 받으면 저도 좋지요. 그런데 그렇게 받을 수가... 네 아무튼 감사합니다. 낙찰받으면 또 들릴게요!"


집으로 돌아와 입찰가를 다시 산정했다. '신축급이니까 인테리어비는 안 들어갈 것 같고, 집도 빈집일 확률이 크니 명도비도 없을 것이고...'


비용을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관대하게 책정했음에도, 어느 정도 수익을 보려면 최저가에서 크게 벗어나면 안 될 것이란 계산이 나왔다. 그렇다고 최저가를 쓰기엔 낙찰 확률이 크지 않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몇백만 원 더 올려 입찰에 들어가기로 했다.


'에이 아파트도 아니고 빌라인데, 이 정도 썼으면 낙찰될 수도 있지 않겠어?'


입찰 당일, 여전히 법원은 북적였고 역시나 3룸 빌라의 경쟁률은 하늘을 치솟았다. 그동안 아파트에만 관심을 뒀던지라 빌라 경쟁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웬걸. 알고 보니 빌라 시장도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입찰한 물건은 경쟁자가 5명이었다. 그리고 내가 낙찰받으면 매도하려고 했던 가격으로 누군가 낙찰을 받았다. 최저가보다 조금 더 높게 쓴 나의 입찰가가 민망했다. 줄줄이 아파트를 패찰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빌라인데도 패찰이라고? 이렇게 높은 가격에 받아가면 어쩌자고?'


빌라로 눈을 돌리면 떡하니 낙찰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래 아파트도 수차례 패찰했는데, 빌라라고 한 번에 낙찰받을 수 있겠어? 이제 또 다른 시작일 뿐이야.'


한편으로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손쉽게 낙찰을 받는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누구나 경매로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을 내기까지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어느 정도 있는 게 투자자로서는 장점 아닌 장점이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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