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패찰의 연속

by 경포티

이후에도 몇 건의 빌라 패찰이 이어졌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패찰을 거듭할수록 부동산 물건에 대한 시야도 더욱 깊어졌다. 왜 패찰을 했는지, 다음엔 어떤 집을 공략해야 하는지 조금씩 눈이 틔었다. 눈에 보이는 세세한 기준들이 생겼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감'도 늘었다. 가두리로 야금야금 고기를 잡는 듯, 하나씩 물건을 좁혀갔다. 고대하던 낙찰이 머지않았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경매를 막 배우기 시작할 때는 권리분석만 잘하면 낙찰은 따 놓은 당상인 줄 알았다.


하지만 권리분석은 입찰을 위한 기본 조건일 뿐 '낙찰을 받아 수익을 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쯤 되니, 같이 경매를 시작했던 스터디원들도 하나 둘 낙찰소식이 들려왔다. 첫 스타트를 끊은 2명의 스터디원들은 각각 지방 아파트, 구축 빌라 등을 낙찰받았다. 이들 역시 여러 번 패찰 후 전략을 수정하는 등 나와 비슷한 과정을 겪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스터디원들의 낙찰 소식에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그동안 패찰만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나를 포함해 스터디원 중 아무도 낙찰을 받지 못해 경매라는 투자에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는 직장인조차도 척척 잘만 낙찰받던데... 나는 왜? 우린 왜? 이거 되는 거 맞는 거야?' 이런 우려들이 스터디원들의 낙찰 소식으로 인해 점점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몇몇의 스터디원들이 낙찰을 받았다고 한들, 그 비율은 15명 중 2명에 불과했다. 한 명은 부동산 관련 전문직 종사자였고, 다른 한 명은 몇 달 전 직장을 그만둔 경매 전업투자자였다. 이들은 경매 투자는 처음이었지만, 부동산 관련 투자 경험은 갖고 있었다. 경매를 시작하기 전 부동산 계약은커녕 임장 한 번 안 가봤던 나보다는 관련 경험이 풍부했다.


고삐를 올렸다. 낙찰된 물건들의 가격과 특징 등을 더욱 철저히 분석했다. 남들이 좋아할 물건은 당연히 비싸게 낙찰됐다. 하지만 한 번씩 물건이 쏟아지는 날에는 멀쩡한 빌라여도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는 일명 '흐르는 물건'이 나오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물건이 쏟아지는 날에 집중하기로 했다. 물론 이런 날에는 여기저기 찔러보기식으로 몇 개씩 입찰에 나서는 입찰자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경쟁이 분산되어 '흐르는 물건'도 평소보다 많이 나온다는 장점도 있다.


몇 곳의 빌라를 추슬렀다. 각각의 특징들을 표로 정리해 놓고 임장에 나섰다. 최종 후보는 3룸 빌라와 2룸 빌라. 둘 다 준신축급이었다. 어떤 빌라를 선택하냐에 따라 입찰 전략도 달랐다.


우선 3룸 빌라의 경우 2회 유찰된 상태였다. 당연히 입찰자들의 수요도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입찰가를 직전 유찰 가격을 넘겨 적으면 낙찰이 될 것 같았다. 대부분 '이럴 거면 그전에 낙찰받지, 왜 이제 와서 더 비싸게 낙찰받아?'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익이 날 것 같으면 경쟁력 있게 입찰가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 이 물건의 경우 2억 원 중반에 낙찰받아 2억 원 후반쯤 팔면 수익이 날 것으로 추산했다.


2룸 빌라도 2회 유찰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2룸 빌라는 이날 경매로 많이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단독 낙찰을 노려볼 수 있겠다 싶었다. 최저가인 1억 원 중반대로 입찰가를 적고 1억 원 후반대에 팔면 쏠쏠한 수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 같은 매도 가는 임장시 근처 여러 부동산에 들러 예상 매도가를 확인한 수치다.


마음 같아선 두 물건 다 입찰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이 너무 좋아(?) 둘 다 낙찰되어 버리면 자금조달 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2룸 빌라를 입찰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빌라의 감정가는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기 마련인데, 이 빌라의 경우 감정가가 시세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똑같이 2회 유찰된 다른 빌라 대비 매도할 때 수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 빌라는 건축물대장에는 위반건축물로 나오지만, 실제 경매로 나온 호실만 떼어보면 위반건축물이 아니었다. 얼핏 경매정보지에 나온 위반건축물이라는 단어만 보고 이 물건을 넘길 입찰자들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위반건축물을 낙찰받을 경우에는 대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반건축물 낙찰자는 위반 부분을 시정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지불해야 한다. 아울러 대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입찰을 꺼린다.


또다시 다가온 경매 당일. 이번엔 낙찰이 될 것만 같았다. 이날 경매로 나온 물건들을 어찌나 많이 봤던지, 내가 입찰하지 않은 경매물건들조차 낯이 익었다. 하나하나 낙찰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생겼다. '아 이 물건도 입찰을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높게 낙찰되었구나. 안 하길 잘했다.', '와 이 물건은 이렇게 입찰자가 몰렸네? 의외구나.'


드디어 내 물건이 호명되었다.


덤덤하게 법정 앞으로 나갔다. 내심 단독 낙찰을 기대했지만, 나 말고도 한 명의 입찰자가 더 있었다. 그래도 경쟁자가 많지는 않아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다른 입찰자의 입찰가부터 불렸다. '1억xxx원입니다.'


'헉, 이 가격은?'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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