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물건도, 다다음 물건도 계속해서 고양시 아파트 위주로 입찰에 나섰다.
고양시 아파트 입찰 시도만 어느덧 5건에 달했다. 이제는 호수공원 주차장이 내 집 주차장 같았으며, 의정부법원 고양지구도 우리 집 안방 같았다.
이런 내 모습이 남들 눈에도 비쳤나 보다. 점점 법원 안에서 경매 절차에 대해 나에게 물어보는 이들이 늘어났다.
"선생님~ 제가 경매가 처음이라 그러는데, 물건번호는 뭘 써야 하는 거예요?", "도장 대신 서명을 해도 되나요?", "입찰 용지는 어디서 가져오나요?", "오늘 진행되는 경매 사건번호 정리된 자료를 구할 수 있을까요?" 등등.
현장에서 이런 질문을 받다 보니 나도 모르게 경매 고수가 된 듯했다. 아직 낙찰 한 번 받지 않은 나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굳이 초보티는 내지 않고 아는 선에서는 물음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법원을 드나드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낯익은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나처럼 연달아 패찰을 맛봤던 이들이다. 심지어 계속 나와 같은 물건에 입찰을 하던 이들도 있었다. 아마 이들도 그동안 나와 입찰가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이들은 어느 정도 수익을 예상한 후 그 안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비슷한 전략으로, 기계적으로 입찰에 도전했을 것이다.
연이은 패찰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첫 입찰때와는 달리 이제는 입찰가가 순위권 안에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기에는 여전히 낙찰가가 한없이 높았다. 그래서 조금 더 불확실한 물건에 도전하기로 했다. 바로 '미납' 이력이 있는 아파트에 시선이 갔다.
미납이란 낙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냈던 보증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잔금을 내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대게 수도권 아파트 경매 보증금은 최소 수천만 원에 달한다. 이에 이 같은 미납 사례가 발생한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집이 아니겠냐는 생각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일단 미납 사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미납은 해당 집 자체에 하자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대출 등 자금 조달의 문제가 생겨서 잔금을 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해당 집 자체에 큰 하자가 있었더라면, 굳이 보증금을 포기하지 않아도 매각불허가 신청 등 해결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한들 미납 이력이 있는 집은 입찰자 입장에서 어딘가 찝찝하기 마련이다. 미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공식적으로 알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이전 낙찰가보다 조금 더 낮은 가격으로 낙찰이 되는 이점이 있다.
어느 정도 손품조사를 마치고 바로 임장에 돌입했다. 현장에 가보니 임장 체크 리스트에 크게 벗어날만한 흠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근처 부동산에 시세를 조사하러 갔다.
그런데 부동산 소장님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아 그 경매로 나온 집 미납되었던 건 아시죠?"
"네,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입찰을 하시게요?"
"네,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아서요."
"아니 미납된 원인을 알고 시작을 하셔야지. 또 미납하시면 어쩌려고요?"
"일반적으로 미납된 원인을 알기는 쉽지 않아서요."
"그럼 입찰을 하지 마셔야죠."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을 해주지 않았다. 아니, 사실 제대로 모르는데 뭔가 있어 보이는 척하는 느낌도 들었다.
"경매물건 보러 왔다고 솔직히 말씀하셔서 얘기를 해주는 거예요. 가끔 매수자인척 속이는 분들이 있는데, 그랬으면 이런 말 해주지도 않아."
"아~ 네 감사해요! 혹시 이 집 스토리에 대해 좀 알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제가 놓친 게 있나 해서요."
"그건 나도 잘 모르고, 아무튼 미납된 집은 들어가는 게 아니야. 경매 공부 좀 더 하셔야겠네."
다른 부동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 집 미납 이력 있는 건 아시죠? 할 수 있으면 한 번 잘~~ 해보세요~~."
뭔가 비아냥 거리는 듯한 어조였다.
부동산마다 해당 집에 입찰을 못하게 막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매로 나온 집주인과 친분이 있는 사이인 건 아닌지, 혹은 부동산 소장님들이 직접 낙찰을 받으려는 심산은 아닌지 이런 의혹들까지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찝찝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집에 와서 혹시 놓친 게 없는지 더 조사를 해봤다. 여기저기 경매 전문가들한테 자문도 구했다. 크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을 것이란 결론이 났고 입찰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부동산에서 나에게 이렇게 반응했다면, 분명 다른 임장러들에게도 비슷한 조언을 했을 것이다. 경쟁자는 더욱 떨어질 것이고, 낙찰가도 더욱 낮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다만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입찰가는 조금 더 보수적으로 잡기로 했다.
여느 때처럼, 법원에 가서 내가 입찰한 물건이 호명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예상대로 그동안 입찰해 오던 아파트들에 비해 입찰자가 적었다.
그러나 결과는 또다시 패찰. 나까지 4명이 입찰을 했다. 내가 적은 입찰가는 3순위에 그쳤다. 최고가매수인과 입찰가격이 엄청난 차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수익을 바라보기에는 아쉬운 낙찰가였다.
이후에도 미납 이력이 있는 아파트에 도전했으나 또 패찰. 수익을 대폭 낮추거나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이 시행됐다.
일명 '6.27일 대책'. 부동산 시장은 술렁였고, 경매 투자자들 역시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