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찰에 도전할 첫 물건은 인천의 15년 정도 연식이 흐른 구축 아파트.
공급면적만 약 60평에 달하던 대형평수였다. 해당 아파트를 선택한 것은 과거 보다 대형평수의 수요가 낮아지면서 아무래도 경쟁이 덜 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전용면적 85m2 이상 주택을 취득할 시 건물분에 대한 부가세 10%를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단기매도를 목적으로 한 매매사업자들의 경쟁률도 더욱 적을 것으로 생각했다.
해당 물건은 2회 유찰로 감정가 대비 약 60% 저렴한 상황이었다. 부가세 10%를 내더라도 수익이 날 만큼 저렴하게 낙찰만 받는다면 굳이 대형평수를 꺼릴 이유가 없었다.
이에 본격적으로 첫 임장에 나섰다. 아파트는 굳이 임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 손품 조사로만 끝내도 충분하다는 조언들도 여럿 있었다. 그래도 나는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한두 푼도 아닌, 무려 몇억에 달하는 집을 실물도 안 보고 입찰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선 해당 아파트와 거리가 좀 있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직접 단지까지 걸어갔다. 예비입주자로 빙의해 주변을 둘러보고 분위기를 느끼는 데 집중했다. 근처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있어 교육 환경도 괜찮아 보였다.
단지는 평온했다.
하지만 막상 경매로 나온 건물 앞에 서니 살짝 긴장이 됐다. 해당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밀번호가 필요했다. 마치 도둑질을 하러 온 사람처럼 주민들의 눈치가 보였다. 경비실 호출을 눌러 집을 보러 왔으니 문 좀 열여 달라고 말했다. 경비 아저씨는 자신은 그런 권한이 없다고 해당 호수에 연락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해당 호수에 호출 버튼을 눌렀다. 호출 버튼은 눌렀지만 속으론 아무도 없길 바랐다.
다행히(?) 응답이 없었다.
다른 호수에 호출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도중, 해당 동의 한 주민이 나가면서 문이 열렸다. 그렇게 나는 아파트 안으로 입성을 했다. 경매에 나온 집은 무려 12층이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전반적인 복도 상태와 다른 호수들의 현관문 인테리어, 도어록 등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었다. 경매 나온 집 앞에 도착했고, 딱히 특이점은 없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았으며, 내부를 보지는 못했지만 외관상으로는 크게 문제 될만한 점이 없었다.
다시 내려와서 주차장을 둘러봤다. 세대당 주차자리 1대가 나오진 않았다. 그렇다고 주차전쟁이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분리수거장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입찰만 싸게 받는다면 매도하는 데는 애를 먹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제는 근처 부동산에 들어갈 차례다. 이미 인터넷으로 대략적인 시세는 조사했더라도, 부동산 현장의 말을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막상 부동산에 들어가려니 걱정부터 앞섰다. '퇴짜를 맞으면 어쩌지?', '초짜처럼 보이면 안 되려나?' 등 쓸데없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아직 내가 낙찰을 받은 상황은 아니라, 부동산 입장에선 나를 고객이라고 여기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미래의 고객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경매 나온 물건 시세 좀 여쭤보려고 왔는데요!"
"네네. 말씀하세요."
반겨주는 분위기는 아니더라도, 우려했던 만큼 냉담하지도 않았다.
"00 아파트, 00동, 12층이에요! 60평 정도 되던데, 얼마 정도에 내놓으면 빨리 팔 수 있을까요?"
"음... 요즘 거래가 잘 안 되긴 하는데, 4억 중반정도면 팔릴 거예요."
"아 수리가 안 되어 있는 기준인 거죠?"
"네. 그냥 기본상태라고 봐야죠. 다들 들어올 때 직접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오는 분위기어서 굳이 먼저 수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소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혹시 이 물건에 대해서 문의하러 많이 왔나요?"
"아니요. 처음이에요. 이게 경매로 나왔는지도 몰랐네요."
"아 감사합니다! 낙찰받으면 다시 방문할게요."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것이란 내 예상이 들어맞았구나 생각했다.
이후 3곳의 부동산을 더 들렀다. 모두 비슷한 시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만하면 더 이상 시세 조사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계약 한 번 안 해본 부동산 초짜라 여러모로 신경 쓰이고 긴장도 되었던 첫 임장이었다. 한편으로는 별 거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해서 수천만 원의 돈을 벌 수 있다고? 완전 꿀이구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