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동산 경매에 첫 발을 떼다

by 경포티

회사를 그만두고 경매 투자를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졌다.


'경매로 재미 보던 시절은 끝났다', '끝물이라던데', '그거 잘못하면 돈 날리는 거 아냐?' 등.


어찌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경매가 보편화되면서 과거보다 경쟁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매 입찰 시 이런저런 실수를 할 경우 상당한 금액을 날리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도 '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로 입증해 모두의 우려를 깨뜨려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불타올랐다.


우선 십 수권의 경매책을 탐독했다.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말소기준권리 찾기', '대항력 유무 판별하기', '배당순서 계산하기' 등 기본적인 권리분석을 다룬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렇다고 책 내용이 모두 똑같은 건 아니다. 각 도서에는 경매 고수로 불리는 저자들의 노하우들이 담겨 있다. 많이 읽을수록 디테일에 강해진다. 나는 시중에 나온 모든 경매책들을 읽어봐야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입찰을 하기엔 걱정이 앞섰다. 아무리 여러 책들을 읽고, 수많은 경매 관련 영상을 시청했다곤 해도 아차 하는 순간 수천만 원을 날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경매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경매학원에 등록했다. 번뜩이는 새로운 내용을 배울 것이란 기대는 아니었다. 실제 입찰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확신과 용기를 얻고 싶었던 마음이 더욱 컸다. 입찰할 물건이 위험한 물건은 아닌지, 놓친 것은 없는지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강의는 심사숙고해서 골랐다. 경매 경력이 길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수익을 입증했으며, 실전 투자자의 입장에서 쉽고 책임감 있게 설명을 해주는 강의에 중점을 뒀다. 특히 일부 경매 학원에선 수강생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해당하지 않게 염두에 뒀다.


수업은 평일반과 주말반으로 나눠졌다. 나는 평일반을 택했다. 아무래도 주말반은 직장인이 주로 등록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일반이라면 전업투자까진 아니더라도 경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의 수강생들이 많을 것 같았다.


수업 첫날, 수강생들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예상대로 직장인보다는 퇴사자들이 많았다. 이 외 자영업자, 공인중개사, 전문직 종사자 등도 더러 있었다. 대부분 40~50대였고, 모두 비장한 각오가 느껴졌다.


"저는 큰 욕심은 없어요. 1년에 딱 4천만 원만 벌고 싶어요", "얼마 전 퇴직 했고, 전업투자 생각하고 있어요", "경매 낙찰경험은 있는데, 또 다른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요" 등 수강생들은 저마다 동기와 목표를 발표했다.


나 역시 한 마디 했다.


퇴사했습니다. 쉬는 동안 경매에 전념하고, 비전이 보인다 싶으면 전업할 생각입니다!


수업 내용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이미 어느 정도 지식을 쌓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책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디테일한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안도감이 들었다. 수업만 다 끝마치면 실전에 돌입해도 최소한 돈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란 안도감. 물론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수강료가 부담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추후 경매로 수십 배 이상 더 벌면 해결되는 부분이라고 대뇌이며 합리화했다.


이론부터 현장 임장, 모의 입찰까지 어느덧 6주간의 수업이 끝났다. 이젠 정말 실제 입찰만 남았다. 이론만 배우고 입찰에 나서지 않는 수강생들도 적지 않다던데, 나는 하루라도 빨리 입찰에 나서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유료 경매정보 사이트 가입을 하고, 입찰할 물건을 틈틈이 물색했다.


입찰에 나설 물건은 아파트로 정했다. 처음인 만큼 안정적인 성공 경험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신이 나서 더욱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설 의지가 생길 것 같았다.


아파트는 시세를 조사하기가 빌라보다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요가 많은 만큼 단기매도를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도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다만 수도권 아파트, 특히 서울 아파트는 입찰 경쟁이 높고, 실수요자 비율이 상당해 낙찰을 받더라도 유의미한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투자자들의 중론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지방 아파트나 빌라에 도전하기는 꺼려졌다. 손품과 발품이 더욱 까다롭고, 추후 매도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 한 발 양보해, 경기도나 인천 아파트를 공략했다. 경쟁률이 높다 한들 서울보단 낮을 것이고, 입찰을 계속 시도하다 보면 그래도 언젠간 성공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품었다.


그게 정말 끝이 없는 '언젠간'이 될 줄은 이땐 몰랐지만 말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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