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자와 연락도 닿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잔금을 치를 계획을 짜야했다.
우선 잔금과 관련해서 대출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대출 없이 내가 가진 돈으로만 진행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했다.
'9.7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사업자의 대출이 전면 금지 된 상황이었지만, 앞서 언급했듯 나는 정책 발표 전 부동산을 낙찰받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대출을 받을 여지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대출을 받을 것이라면 최대한 잔금 날짜를 미루는 게 유리하다.
다달이 대출 이자가 나가기 때문이다. 점유자 때문에 집을 매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것은 소유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통상 대금지급기일은 매각허가 결정 확정일로부터 한 달 후다.
반면 대출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 바로 잔금을 치르는 것도 방법이다. 이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면 인도명령과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생긴다.
강제집행이란 말 그대로 법원에서 점유자들을 강제로 내보내는 절차를 의미한다.
강제집행을 시행하려면 대기 기간이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5~6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어 일찌감치 대비를 해놓는 것이 좋다. 아무리 명도 절차가 원만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한들, 점유자들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계획대로 집을 비워주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또 한 가지 장점이 있다.
바로 '셀프 등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해당 은행과 연계된 법무사를 통해 등기를 촉탁하게 된다.
그러면 일명 '법무사비'가 나오게 되는데, 이 금액(낙찰가에 따라 다르다)이 보통 70만 원~120만 원에 달한다. 법무사비는 단순히 등기를 촉탁하는 비용만 포함된 것이 아니어서 항목별 적정 비용에 대한 논란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지금처럼 대출에 대한 규제가 심한 상황에선 법무사비가 보다 과도하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출을 받지 않을 경우엔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등기를 등록할 수 있어 등기비를 아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대출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자에 대한 압박을 덜고 하루 빨리 법적으로 명도 절차를 대비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특히 '셀프등기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셀프등기 방법은 유튜브, 블로그 등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셀프등기에 대한 전 과정을 수차례 시청하고, 읽어봤다. 이 정도면 굳이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할 만해 보였다. 법원에 가서 당황하지 않도록 수십 번씩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자신감을 고취시켰다.
셀프등기를 위한 서류들도 미리 준비했다. 부동산등기부등본, 말소할 목록, 부동산의 표시, 주민등록등본, 토지대장등본, 건축물대장등본, 매각대금완납증명원 등이 해당된다.
이 같은 서류는 법원에서 직접 발급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직접 발급받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미리 온라인 기관 사이트나 주민센터에서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드디어 셀프등기를 진행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나는 법원 문이 열리는 시각에 맞춰 법원에 도착했다. 셀프등기를 위해선 법원, 은행, 구청 등을 바쁘게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하루 안에 끝내고 싶다면 아침 일찍 법원에 오는 것이 좋다.
우선 잔금 납부부터 직접 처리해야 했다.
일단 법원 민사신청과 해당 경매계로 가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법원보관금 납부명령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후 이를 갖고 법원 내 은행으로 이동해 잔금 납부를 위한 절차를 밟으면 된다.
법원 은행이 자신의 주거래 은행이라면 해당 절차가 조금 더 수월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의 주거래 은행에서 잔금만큼 현금이나 수표를 뽑아 법원 은행에 납부해야 한다. 은행마다 한도제한계좌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거래 은행이 아니라면 아무리 경매 대금을 납부하기 위한 목적일지라도 큰 금액을 이체하거나, 출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도제한계좌를 해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매 잔금 납부를 단순히 계좌이체 정도로 여겼던 나의 생각과는 달랐다.
참고로 대부분의 법원은 신한은행이 입점해 있다. 나는 신한은행이 주거래 은행이 아니었기에 법원을 벗어나 근처 주거래 은행에서 수표를 뽑아오는 수고스러움을 겪어야 했다. 법원 은행의 로비매니저는 잔금을 납부하러 온 나에게 "신한은행 계좌가 있더라도 이것이 주거래 은행이 아니라면 다른 은행에 가서 수표를 뽑아 와야 한다"며 "다른 방법은 없다"고 돌려보냈다.
물론 이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그덕 거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루 안에 등기를 마치고 싶은 마음에 다소 조급해졌다.
아무튼 은행에서 '법원보관금 납부서'를 작성하고 아까 경매계에서 받았던 '법원보관금 납부명령서'와 잔금 수표를 내면 '법원보관금영수필통지서'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잔금납부를 마쳤다는 일종의 영수증인 셈이다.
이렇게 잔금납부를 마쳤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한 절차에 나설 차례다.
과연 나는 오늘 안에 등기를 끝마칠 수 있을까?